예심을 통과하여 본심으로 올라온 작품은 수기 16편, 수필 24편이었다.
이 가운데 특별히 뛰어난 작품은 보이지 않았지만 비교적 우수한 편이었고, 비슷비슷한 수준의 작품이
많아 우열을 쉽게 가릴 수가 없어서 몇 번씩 읽고 고심하여 순위를 결정하였다.
자기나름의 독특한 인생체험 세계를 기록으로 남게 하는 수기는 일상생활에서 얻어지는 작은 편린까지도 생활근거로
미화시킬 수 있다.
읽어 본 작품 대다수가 냉혹한 사회 여건에서 어려움을 겪고도 이에 굴하지 않고 밝고 건전한 사고로 고난을 극복하고서 작은 것의 소중함과 감사한 마음을 배우는 소박한 삶의 얘기를 진솔하게 담아 감동을 주었다.
입상 작품을 선정함에 있어서는 일차적으로 수기로서의 진실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골라, 내용을 뚜렷하고 체계적으로 표현하여 얼마나 호소력있게 감동적으로 결론에 도달하였나를 중점적으로 보았다.
그런 기준으로 김해숙의 "작은 버팀목"은 수기의 진실성이 돋보였고, 세련된 문장기법으로 잔잔한 감동을 주어 1등으로 정하였다. 김일선의 "행복의 그늘"과 신삼수의 "사월의 노래"는 고난과 역경을 감내하는 과정을 이웃과 가족간의 사랑을 통해 아름답게 그린 것으로 수기의 체계적 표현이 우수함을 보여주어서 2등, 3등으로 정하였다.
홍성호의 "비온 뒤의 하늘처럼"은 도입부에서부터 좋은 인상을 준 우수작에 해당되었으나 너무 긴
문체가 특성상의 한계를 넘고 있어 입상권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수필은 수기에 비해 우수한 작품이 많았다.
수필 역시 진실한 이야기를 과장됨 없이 진솔하게 담아
감동을 주는 작품을 일차적으로 선별하여 문장 구성과 표현력을 보고 순위를 정하였다.
수필을 읽는 가운데 정겨운 이웃의 얘기를 듣는 것처럼 잔잔한 감동과 미소를 머금게 하는 작품이 많아 읽는 기쁨을 더해 주었다.
박진남의 "성묘길"은 주변 묘사와 심리적 묘사를 훌륭하게 표현하여 수필의 진수를 보여준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박현수의 "손"은 주제를 잘 선택하여 구성이 좋았고, 설득력 있는 비유도 우수하였으며, 강재달의
"가마솥 목욕탕"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미사여구는 사용하지 않고 진실 그대로 꾸밈없이 재미있게 표현했다. 다소 문장이 거칠기는
하지만 진실된 점과 오늘날의 어린이들에게 아버지 세대, 할머니 세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얘기여서 입상작으로 정하였다.
그리고 고수종의 "만년필"은 간결한 문장과 담고 있는 내용은 좋았음에도 몇 군데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 밀려나는 아쉬움을 남겼다.
작품에 담겨 있는 얘기는 좋으나 표현력이 부족한 작품도 있었고, 비유법이 지나치게 가식적이고 장광설적이어서
질을 떨어지게 한 작품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예선을 통과한 작품 상당수가 입상작으로 과히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다음 기회에는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