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에게 의뢰해 온 작품은 희곡 13편, 수필 21편이었다.
이 작품들을 며칠동안 읽으면서 먼저 느낀 점은 근로자들의 문학성과 필력이 상당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에는 희곡 부문이 신설되었지만 주최측이나 본인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응모작 모두가 희곡의 틀을 갖추었으며 몇 작품은 바로 무대에 올려도 좋을 정도로 우수했다.
알다시피 희곡은 연극을 알아야 하고 상당 기간 문학 수업을 거친 후에야 접할 수 있는 어려운 문학 장르여서 문학 지망생들에게도 외면당하기 일쑤이다.
그런데 산업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근로자가 쓴 좋은 희곡을 만나게 되었으니 얼마나 반갑고 기뻤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쉬웠던 것은 주최측이 제시한 규격(길이 200자 원고지 60매)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규칙이 있으면 우선 그 규격에 맞추는 것이 응모자의 기본 자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에는 첫 해임을 감안해서 분량 초과를 많이 했어도 탈락시키지는 않고 감점하는 방향으로 주최측과 심사위원들이 합의를 보았으니 이에 해당하는 응모자들은 앞으로 유의했으면 한다.
희곡 부문 최우수작은 인물의 적절한 대사 선택이 돋보이고 작가의 치밀한 극적효과를 꾀한 박현덕의
'봄날은 간다'로 정했다.
수필은 대상을 진솔하고 직관력 있게 표현하여 문학의 형태를 갖추고서 감동을 준 작품을 우선으로 하였으며, 지나친 수기 형식과, 역시 제시한 규격(길이 200자 원고지 15매)에서 벗어난 작품은 감점 대상이 되었다.
수필 최우수작은 징검다리에 얽힌 추억을 가슴 찡하도록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그린 이용직의 '징검다리'가 결정되었다.
끝으로, 문학작품은 다듬고 또 다듬고 수없이 다듬어야 완성된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원고 정리가 안된 작품, 지나치게 철자법이 틀린 작품,또 여기 저기 모자이크한 듯한 인상을 주는 작품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한 단계 한 단계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심정으로 작품 쓰기에 임한다면 앞으로 기대해도 좋을 응모자가
많았음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