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부문)
콩트는 단편소설 보다 더 짧은, 말하자면 손바닥 안에 쓸 수 있는 정도의 길이라 하여 장편소설(掌篇所說)이라고도 부른다. 소설로서는 가장 짧은 형식으로, 짧은 만큼 그 구성이 기발하고 압축되고, 마무리의 반전이나 급전이 두드러져야 한다.
본선에 넘어온 작품들을 고루 읽어보면서, 노동 현장을 비롯한 다양한 소재의 얘기들로 채워진 작품들이라 여간 흥미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부교육」은 청백리 남편의 느린 승진을 두고 안달복달하는 아내의 심리를 재미있게 그렸다. 또 얘기의 결말도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인지대」(박판기)는 바쁜 사무원의 하루 일과를 아주 맛깔스럽게 그려나갔다. 은행원의 사무 착오로 자신에게 들어온 돈을 놓고 가책을 느끼는 장면이나 그것이 결국은 자신의 실수로 밝혀지는 마지막 급전도 재미있다. 그러나 좀 더 군더더기를 제거하면 더욱 산뜻한 작품이 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와 비슷한 아류의 작품으로 한 노동자의 꿈 같은 이야기를 환타지처럼 그려낸 「슬픈 하루는 시작되고」(정경석) 역시 마무리 반전이 재미있었다. 「거리」(차명석)은 유려한 문체가 작품을 많이 써본 솜씨 같다. 그러나 이 곳 저 곳 얘기의 중심이 자주 바뀌는 것은 콩트라기 보다는 본격적인 소설의 서두로 알맞을 것 같아 장황한 느낌을 받았다. 역시 콩트의 문장은 깔끔하고 스토리 또한 한 곳으로 포커스를 모아주어야겠다. 이번 응모작들중 백미는 역시 「카페」(김지훈)의 콩트가 될 것 같다. 대단한 문장력이다. 문장 하나 하나가 아주 서정적이다. 그리고 글의 중간 중간에 끼워 넣은 대사의 응축미도 상징적이고 기발하여 이 작가의 역량이 뛰어남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도 몇몇 작품은 비록 언급은 안 했지만 콩트의 매력을 십분 발휘한 작품들이 많았다. 그들 모두의 분발을 바란다.
(희곡부문)
예심을 거쳐 넘어온 열 편의 작품을 고루 읽어보았다. 대체로 극적 구성력을 잘 갖춘 상위 서너편을 제외하고는 아직 희곡을쓰는 솜씨가 미숙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우선 희곡을 어떤 형식에 담아내야 하는지, 그 형식을 모르고 쓴 작품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눈에 거슬리는 것은 맞춤법에 어긋나는 오자나 띄어쓰기, 탈자 등이 자주 눈에 띄었다. 작품을 쓰는 일은 자신의 정성을 다바쳐 혼신의 힘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런 자신의 작품에 좀 더 애정을 가지고 오자나 탈자 따위를 잡아내는 것은 응모작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라고 믿는다. 각설하고, 아직 희곡 작품으로 미숙해 보이는 작품들을 젖혀두고, 「A -18구역」, 「입원 수속중」, 「지옥으로 떠난 여행」 이 세작품은 그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들이었다. 먼저 「A -18구역」은 단숨에 많이 써본 사람의 솜씨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많이 써봤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한 것 같았다. 상황의 설정이나 주고받는 대사의 처리가 너무 안일하여 긴박감이 약한 것이 흠이었다. 「입원 수속중」은 대사처리도 능숙하고 얘기를 끌고 가는 솜씨도 무난하여 노부부의 심리상태를 아주 리얼하게 잘 그려내었다. 한가지 희곡으로서는 군더더기가 많은 대사나 장면 전환등을 볼 때, 이 작가는 희곡보다는 TV 드라마 쪽에 더 재능을 발휘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지옥을 가는 여행」은 한 마디로 빼어난 작품이다. 간결하고 상징적인 대사에 뛰어난 상황설정과 성격 창조가 단연 발군이었다. 이 분은 앞으로 희곡작가로 대성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다. 앞으로의 분발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