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부문)
현장의 생생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많은가 하면 기발하고 참신한 주제를 내세운 작품도 적지 않아서 매우 흥미있게 읽었다. 작품의 다양성과 질이라는 측면에서 소설은 기대 이?의 풍작이었다. 전체적으로 소설 수준이 예년보다 많이 향상되었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게임」은 외국인 근로자 문제를 다룬 것으로 시의적절한 소재선택, 간결한 문체, 잘 짜여진 구조 등 흠 잡을데 없는 수작이었다. 제3국 근로자를 보는 시각도 건강했다. 다만 결말이 다소 성급하게 처리되어 아쉬움을 주었는데 이것은 작가에게 작품 방향을 설정하는 더 높은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행복한 왕자…」는 소재와 주제가 참신하고 이야기 전개방식도 설득력이 있었다. 다만 육화된 묘사 대신 대부분을 지문으로 메운 탓으로 더욱 높은 공감을 놓친 것이 아쉬웠다. 한사람의 일대기를 짧은 단편 속에 그려놓는다는 것은 물론 쉬운일이 아니다. 「어느 봄날의 화해」는 소재나 주제가 낡은 것이긴 하나 작품을 끌고 가는 솜씨가 무난하고 삶에 대한 작가의 소박한 시선이 따스한 느낌으로 다가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첨단시대에도 역시 사람살이의 근본은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꿈구는 구로공단 부루스」는 꼼꼼하고 차분한 묘사로 잘 읽히는 작품이였으나 다 읽고 났을 때 뭔가 알맹이가 빠진듯한 허전한 감을 주었다. 그 알맹이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좋은 솜씨가 돋보인 「움직이면 쏜다」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단편으로는 잘 짜여졌고 문장도 큰 흠이 없었다. 그러나 '흥미로운 이야기'로만 그쳤다.
「그가 남긴 유산」은 마치 재미있는 드라마처럼 잘 읽히는 작품이었다. 이야기 솜씨고 좋은 편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접근동기와 결말 사이의 심리적 갈등이 선명하지 못해 큰 공감을 얻는데는 이르지 못했다. 「베티 불루님은 접속중이 아닙니다」는 흥미있는 소재였으나 너무 가볍게 처리되어 기대에 미치지 못햇다. 작가의 의도, 시각 모두 좋았지만 준비와 노력이 충분히 받쳐주지 못했다.
좋은 소재를 다뤘지만 경험에만 의지하는 작품들이 많은 것이 아쉬웠다. 소설은 '경험의 나열'이 아니라 '꾸민 얘기' 혹은 '경험의 철저한 재구성'인 것이다. 그런 노력을 통해 작가는 비로소 독자의 공감을 얻게 되고 작품은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수필부문)
수필 응모작은 예년의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한 감이 있다. 특히 경험이나 일상생활담을 날것으로 쓴 작품들이 많아서 수필에 대한 이해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경험담 자체만으로는 큰 공감을 얻기가 어렵다. 수필에는 무엇보다 쓰는 사람의 생각과 느낌이 글 속에 녹아들어야 하며 그것이 수필에서 공감을 얻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간 고등어」는 아주 재미있는, 좋은 글이었다. 지방 특산물에 얽힌 풍속의 유래를 과장없는 문장으로 적절하게 풀어나간 솜씨도 좋았고 현대인으로 '옛 맛'을 쉽게 잊게 된다는 세태를 꼬집은 점도 좋았다. 이 글은 지방에 감춰진 '우리 옛 미각'을 알려주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행운목」도 모범생의 글이라고 할만큼 내용, 전개과정이 모두 좋은 글이였다. 죽었다고 생각한 나무가 꽃을 피워가는 과정과 자기 생활을 접목하여 차분하게 써낸 점이 설득력을 얻었다. 모든 글이 그렇지만 수필의 힘은 특히 진실성일 것이다. 이 글에는 진실성이 담겨 있다. 「겨울 개똥벌레」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다소 거친 감이 있으나 하루의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있어 호감을 주었다. 작가는 뭔가 큰 의미를 결말에서 노린 듯하지만 독자에게 그것을 제대로 전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직장속에서의 깨달음」과 「아버지」는 솜씨는 서툴렀지만 소박한 진실성이 공감을 얻어 평가를 받았다. 생활경험을 쓰는데 반드시 화려하고 세련된 문장이 필요한 것은 아니란 점을 이 글들은 보여주고 있다. 과장된 언어보다는 평이하고 소박한 글이 남의 공감을 얻는데 힘을 발휘한다. 「편지」는 의도가 좋았지만 빈약한 내용이 의도를 충분히 받쳐주지 못했다. 「이장」은 옛 친구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좋은 내용이지만 너무 주관에 집착해 설득력이 따르지 못했다. 이밖에 「기차」, 「운동장의 비둘기」, 「여자라는 이유로」등 좋은 내용과 시각을 포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표현이 미흡해 높은 평점을 받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