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129편이었다.
그 중에서 11편을 골라 국무총리상 1편, 금상 1편, 은상 2편, 동상 3편, 입선 4편으로 나누었다.
글쓰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다른 작업을 가지면서 시를 쓰는 사람들이 아름다워 보인다.
그들의 시를 대하면서 느낀 것은, 어쩌면 강조해야 할 것은 문학이 아니라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사람이 시간과 생산의 도구가 되어 버린 이 시대에 생산의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글들이어서인지 대체로 진솔하고 생생하게 느껴졌다.
시의 깊이나 완결성은 다소 미숙하더라도 과다한 수사나 제스처가 없어서 좋았고, 체험이 밑바탕이 됨으로써 그 미흡함을 메꾸어 주었다. 그러나 근로자의 현장에서 쓰여진 시들인데도 사회에 대한 냉소나 현실비판적인 시들이 없는 것이 의외였고, 지나친 감상주의는 이미 극복하고 있다는 점이 또 의미였다.
수상작으로 뽑힌 시들은 어느 시가 더 우수하고 좋은 시라기보다는 시들의 수준이 대체로 비슷해서 사실은 우열을 가리기가 좀 어려웠다.
국무총리상을 받는 정용숙의 <나는 타이어처럼 구르며 살고 싶다>외 열편의 수상작들 모두 나름대로 제 소리를 갖고 있다. 그 시들의 특징은 현실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고 그리고 진솔하며 절실하다는 점이었다.
말하자면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대상에 대한 불화를 극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에 패기가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시의 패기를 삶의 패기로 삼기 바란다.
수상한 모든 분들께 축하와 함께 격려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