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에 놀랐다. 뿐만 아니라 작품의 수준도 뛰어나서 활동하는 기성문학인을 능가하는 작품이라는 평가가 모든 심사위원들의 종합된 평이고 보면 앞으로 기대가 크다.
특히 대부분의 응모자들의 작품에서 근로 현장이라는 짙은 색감이 더욱 살아 있는 감동을 동반한다. 문학은 상상의 영역도 중요하지만 체험이라는 현장감은 작품의 생명력을 동시에 맛볼 수 있기 때문에 독자는 감동과 함께 현장을 체감한다. 이것이 오늘의 문학에서 중요시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시의 경우에도 예심을 거쳐온 작품이 무려 200편이었다. 한사람당 2편 정도의 작품으로 100여명의 작품을 본심에서 심사를 하여야 했다. 사실 대상과 금상을 놓고 많은 토론을 하였다. 두 편의 작품에서 한편은 항구의 현실감에서 오는 인간적 삶과 기대감 그리고 허탈감을 보여 주었고, 한편은 폐광촌의 삶의 애환과 고통, 그리고 인간적인 몸부림이 잘 표현되어 있는 작품이다.
대상을 받은 이영옥씨의 작품 「새벽 강구항」은 우선 강구항이라는 항구의 적절한 이미지가 소담한 서정성으로 바닥에 깔리면서 그 곳에서 나타나는 삶의 흔적과 영역이 세련된 언어로 그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기다림의 마음과 만선의 생각과 그러지 못하는 허전한 현실을 해가 뜨고 기다리는 앞뒤의 시적 구성으로 조용한 감동을 주고 있다.
금상을 받은 한칠석씨의 작품 「슬픈 풍경」은 폐광촌의 일상적 삶을 그리면서 그 삶의 무한한 고뇌와 여유, 그리고 슬픈 현실의 인간적 아픔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은 시어의 적절한 배치와 표현으로 폐광촌의 실감이 체감되는 듯한 감동으로 끌어 주었다. 작품이 후반에 가서 다소 진부한 느낌이 있어 적절한 부분에서 삭제한 점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은상의 지수근씨의 「봄날의 변주」에서 시적 감성과 봄날의 이미지 전개의 적절한 바라봄이 신선하다고 하겠다. 임재동씨의 「잃어버린 길에 관한 명상」은 길이라는 하나의 착상에서 은근한 서정과 문명적 비판의 현실성을 표현하고 있다.
동상의 김기숙씨의 「바람을 안고 가는 길」, 임성용씨의 「손톱 깍기」, 오형섭씨의 「두 개의 우물」을 선에 뽑은 것은 시적 감성은 물론 밝은 서정과 근로의 생활상에 대한 접근, 참신한 감각성을 찾을 수 있어 좋았다.
이외의 선에 들지 못한 작품에서도 좋은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다소 서운하나 이번 심사의 보람이 되기도 한다. 현장에 활동하는 많은 근로자들의 현장감은 좋은 작품의 기초가 된다. 그 곳에 서 있는 근로자 여러분은 이를 잡아 좋은 작품을 많이 보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