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24회 문학제 본선에 오른 응모 작품의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 그리고 또 고른 수준을 보여주었다. 심사를 마치고 나서 심사위원들은, 「일반 문예지 신인상에 응모하면 당선될 가능성이 클 만큼 수준이 높다」고 종합 심사 소감을 말하기도 하였다.
본선에 오른 응모작품은 모두 30인의 90편이다. 이 90편을 윤독으로 돌려 읽고 나서, 우선 15편의 작품을 수상후보 작품으로 축소하는데, 심사위원들은 별로 오랜 시간을 쓰지 아니하여도 되었다.
15편으로 간추려진 응모작품에는, 근로의 가치와 노동 현장감이 긴장된 정서로 응축된 시편이 적지 않았다. 지향하는 당위성과, 이에 못 미치고 못 따르는 현실 상황 사이의 괴리와 갈등을, 응모자들은 시적 정서로 잘 순화하였다.
시적 정서의 형상화가 잘된 작품들은 심사위원들에게 잔잔한 감동의 여운만이 아니라 설득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노동 현장에서 경험한 체험과 불만스러운 심사를 직설적으로 토로하지 않고, 쓴 침을 삼키듯 속으로 삼켜 내면화한 과정을 충분히 거친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지적한다면, 「지게」, 「갈대」, 「엉킴에 대하여」같은 작품들은, 내면화된 의식이 잘 표출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근로자라 하여도 정서적으로 승화된 서정을 시로 표현할 수 있는데, 그 본보기가 작품 「화사」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서정적 작품도 뽑기로 하였다.
바라기는 근로의 가치, 근로의 보람, 그리고 근로자가 느낄 수 있는 환희 같은 정서를, 긍정적 관점과 시각에서 노래하는, 전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돋보이는 작품이 나올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린다. 그러자면 근로의 조건, 근로의 환경, 그리고 근로의 개념이 먼저 바뀌고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 믿는다.
근로자의 머리에도 철학이 있고, 근로자의 가슴에도 시가 있다는 것을, 이번 문학제는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아주 고맙고 반갑게 읽고 심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