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특히 설익은 솜씨지만 나름대로 생각을 가다듬은 때묻지 않은 작품을 대할 때면 그 풋풋한 감성에 가슴이 설레기까지 한다.
이번 공모에 응모한 작품들을 읽으면서, 요즘 사람들은 참 말이 많아졌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시란 말을 아껴서, 말과 말 사이에 침묵의 강을 흐르게 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제 나름의 나룻배를 타고 건너가게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독자에게 생각할 여유를 조금도 주지 않고 쓰는 사람이 모두를 말해 버린다면, 마치 모든 사람에게 하나의 완행열차를 타게 해서 데리고 가는 것과 같아, 감동의 울림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말을 아끼고 다듬는 노력이 귀찮아서일까? 생각나는 대로 쏟아내 버리는 배설 행위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워지기까지 하다. 사고의 깊이, 사고를 더 깊게 하려는 언어 충돌의 미학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이런 군더더기를 말끔히 거두어낸 작품을 찾아보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또 하나의 경향은 생활시인지 곤궁시인지, 아니면 과거 회상 시인지 모를 작품들이 참 많다는 점이다.
옛날에는 이렇게 어렵게 살았다. 그 어려웠던 시절은 이렇게 아름다웠다, 이런 사고 유형의 덫에 걸려 있는 것 같다. 공식의 올가미에 걸려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시라는 ‘창작 정신’은 ‘모방과 유형’의 틀 안에서 질식하고 말 것이다.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가난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도 참 좋은 일이다. 그러려면 지은이가 그만한 역량을 함양해야 하고, 삶을 이해하는 가슴이 한없이 넓어야 한다. 가난 타령이나 하고 있고, 생활 소묘나 하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것을 뛰어넘지 못하면, 시라기보다는 잡문을 이리저리 행갈이 해 놓은 시 같지 않은 산문이 되고 말 뿐이다.
이런 잡초 속에서 그래도 눈에 띄는 몇 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