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근로자문화예술제 문학백일장에 응모한 1천여편의 작품 중 예심을 통과하여 내 손에 넘겨진 산문부문 작품은 단편소설 16편과 콩트 15편 등 모두 31편이었다. 우선 단편소설은 분량에서 1백장 내외의 응모기준을 지킨 작품이 대부분이었으나 콩트는 20장 내외라는 기준을 벗어나 콩트도 아니고 단편소설도 아닌 어정쩡한 규격의 모호한 작품이 많았다. 이렇듯 기준을 지키지 않은 작품들은 구성도 엉성했고 문장도 엉망이었다.
채택한 소재들을 살펴보면 근로자들의 글답게 90퍼센트 이상이 아이엠에프 사태를 채택하고 있었다. 갑자기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인한 노사갈등과 기업체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명예퇴직과 대량감원사태, 중소기업의 도산으로 인한 실직 등 일터를 떠난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가슴 아프고 뼈아픈 현실을 농익고 실감나는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데는 거의가 실패하고 있었다.
그러나 글을 뽑는 이의 기분을 흔쾌하게 만든 작품은 문학 대상작으로 발탁된 단편소설 <그들도 우리처럼, 박선희 작>이다. 이 소설은 약속장소를 우연히 탑골공원 정문 앞으로 정했던 두 친구가 자신들이 노인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나누며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가 두 친구 중의 한 친구가 얼마전까지 한 직장에서 일했던 초라한 모습의 퇴직한 상사를 노인들 틈에서 발견하게 되는 서글픈 이야기를 자신이 상사와 함께 일할 때의 직장 분위기와 잡다한 일화들을 오밀조밀하게 회상으로 엮어간 작품이다. 구성이 짜임새가 있으며 문장이 간결하고 아름다워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신인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작품이다.
이밖에 금상 수상작으로 뽑힌 <안개 흐르는 언덕>도 노작이었다. 그러나 기타 입상자들은 입상권에는 들었으나 남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필자들이 가일층 노력해야 될 것 같다. 또 콩트부문 금상 <가뭄>도 구성이 좋고 문장도 간결했다. 따라서 금상 수상자 두 사람은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문장공부를 더하길 바란다. 바람직한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인이 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재질이 있다고해도 근무환경이나 직장분위기가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극복하고 본인이 글을 쓸 용기를 낸다면 그 이상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올해 입상권에 들지 못한
응모자들도 자신의 패인이 무엇인가를 잘 살펴서 내년는 기필코 글쓰는 직장인으로 발돋음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