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부문〕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라온 작품이 모두 20편이다. 그 만남의 소감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대할 작품이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기본기를 탄탄히 갖추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하나같이 소홀히 버릴 수 없다는 것은 우열을 가르기가 수월치 않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 없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어쨌든, ‘귀향기’, ‘섬을 찾아서’, ‘달려라, 달려라’, ‘안개 주의보’, ‘그 날 당신들이 알지 못했던 일’, ‘파키라 정물화’등이 마지막까지 남아 논의의 대상이 된 작품이다. ‘귀향기’는 흔히 있을 수 있는 농촌 현실을 잔잔하게 그린 솜씨는 범상치 않지만, 복선 없는 이야기가 너무 단조롭다는 것이 흠이었고, ‘안개 주의보’의 경우는 추리기법을 도입한 잘 읽히는 작품이라는 점에 호감이 갔지만 미적미적한 끝마무리가 아쉬웠고, ‘섬을 찾아서’ 역시 아버지의 폭행이 형에게 옮겨가고 형의 죽음을 방관한 형수와의 정사 따위가 작의적인 느낌을 주는 점이 지적의 대상이었다.
‘달려라, 달려라’ 또한 소도시 서민들의 애환이 치밀한 문장으로 표출되었지만, 그 이상의 것을 참을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반면, 조경회사 직원으로 일하면서 그룹 싸운드 연주를 병행하는 젊은이의 고뇌를 그린 ‘파키라 정물화’는 읽을수록 감칠 맛 나는 아주 이쁜 작품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마지막 남은 ‘그 날 당신들이 알지 못했던 일’은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역사적인 서점의 파산 과정을 다큐멘타리 기법으로 각기 다른 장소, 각기 다른 인물, 시간과 공간 따위 배열을 자연스러운 구성으로 형상화시킨 점이 새로운 실험 정신으로 평가, 작가의 역량을 높이 샀으며, 장래를 기대해도 좋은 작가라는 사실에, 우리 심사위원은 의견일치를 보았다.
〔수필 부문〕
언어와 삶에 대한 고뇌와 탐구는 수필이라는 장르의 기본 본령일 터다.
이번 응모작 중에 예심을 통해 뽑힌 25편의 수필들은 하나같이 삶에 대한 끝없는 고뇌와 탐구가 시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못 안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5편의 작품들이 고른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능소화처럼 살리라’, ‘비밀의 화원’, ‘산’, ‘구절초 베개’, ‘나의 꽃다발’, ‘막걸리 단상’, ‘참나무 밑둥의 안락’, ‘넉 달...그리고’, ‘투, 쓰리, 차차차로 변신한 아빠’ 등이 확고한 탐구영역을 구축하고 있어 일단 최종 대상에 올리고, 그 높고 낮음은 세밀히 분석하기로 한다.
‘민원실 풍경’은 민원실에 근무하는 주인공이 겪는 또 다른 상담자의 인생역정을 담담하게 그린 새로운 시도가 참신했으나, 작품 의도가 녹아들지 못하고 해설 식으로 나열된 느낌이 흠이었고, ‘투, 쓰리, 차차차로 변신한 아빠’와 ‘참나무 밑둥의 안락’, ‘넉 달... 그리고’ 역시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삶의 용기는 가상하지만 작품을 형상화하는데 완성도가 부족했고 ‘막걸리 단상’, ‘구절초 베개’, ‘나의 꽃다발’은 일상의 고단한 삶 중에 작지만 그래도 빛나는 환희의 대목을 끌어내 형상화시킨 솜씨가 뛰어났고, ‘산’, ‘비밀의 화원’, ‘능소화처럼 살리라’ 세 작품은 마치 사진첩을 넘기듯 지난날의 아름다운 흔적을 현실에 대비하여, 삶의 지혜를 제시한 탐구정신이 특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 중에서도 ‘능소화처럼 살리라’는 부두 노동자의 애환이 노쇠해져가는 건강을 화두로 삼아 인생은 고뇌 바다의 연속이지만, 자귀나무와 능소화처럼 서로를 보완할 수만 있다면, 그 바다를 헤칠 수 있다는 성찰의 메시지가 강하게 전달되어 감동을 준다.
세상만사 상업주의적 교환가치에 몰두하고 있는 시대적인 아픔을 탐구와 고뇌와 성찰을 통해 세상을 올바로 보려는 시도가 아름다웠음을 밝힌다. 응모자 모든 분들에게 정진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