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주여 ~ 주이시여!”
현혜수
《 나오는 사람들 》
株-왕대박 : (36세. 무직)
주식에 빠져서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왕대박 컨설팅’ 이라는 회사를 차리고 전문적으로 주식만 하다가 결국엔 깡통을 차게된다.
住-나투기 : (54세. 강남의 내노라하는 복부인)
서울의 주요 아파트 투자로 시작하여 부와 권세를 축적하였지만 ‘전문토지사기단’에 걸려 패가 망신하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主-주만희 : (43세. ‘안녕기도원’의 원장)
사이비 종교에 빠져 결혼도 안하고 ‘안녕기도원’이라는 종교단체를 운영하는데 재산을 헌납한 사람들의 반발에 부디쳐 경찰에 구속되는 위험에 처한다.
酒-주전자 : (65세. 무직, 홈리스)
한평생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아내마저 집을 나가버린 후 혼자가 되자 삶의 희망을 잃고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홈리스 신세가 된다.
경찰1,2,3 : 시류에 따라 흔들리며 무소신과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나약하고 줏대없는 국민의 공복
무리1,2,3 : 군중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힘없고 소심한 우리 시대의 자화상
목소리 : 지하철 안내원 外
제 1 막
막이 오르면 다소 컴컴한 지하철안에 네사람 앉아 있다.
신문을 활짝 펼쳐들고 열심히 들여다 보고있는 사람들 왼쪽부터 신문에 ‘株, 住, 主, 酒’라고 차례대로 커다랗게 써있다.
조명 점점 밝아지면서 지하철 땅밖으로 나온 듯 경쾌하게 달리기 시작한다.
(음 악)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의자에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임자지!
노래 흘러나오면 맨 왼쪽에 ‘株’라고 쓰여져 있는 신문보면서 앉아 있던 30대 초반의 남자 벌떡 일어나 무대 중앙으로 나온다.
왕대박 : 왓~따! 또 먹어부렀네!(신문 천천히 훑어가면서)탱크전자 500먹고, 날쌘항공 상한가 치고, 튼튼건설 더블 응께, 이제 가만있자 합이 모두 1장 벌어 부렀구만. 참말로 신나부런다~잉! 나가 요맛에 산당께~ 시방. 4년전이던가, 아이엠에픈가 뭔가 땜씨 완존히 깡통 찼을때도 있었지만 고거야 다아 지나간 야그고 이제 나도 쪼까 삐가뻔쩍 살아봐야 쓰것구먼~잉! 월급장이 백날허면 뭐혀~!이거해라, 저거해라, 이사람 만나랴, 저사람 챙기랴 뭔 주문이 그라코롬 많은지, 나가 참말로 요놈의 마케팅 비지니슨지, 세일즈 매니전지 하는 하나도 쓰잘데 없는 짓꺼리는 그만 두것다. 이거여~! 나 ‘왕대박’~! 이래뵈도 왕년에 폼 좀 나게 살었던 가락이 있는 놈이여! 근디 나가 잠시 잠깐 헷갈려버려서 요로콤 샐러리맨인가 뭔가를 했지..
(그때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목소리) 어이 왕대리, 지금 어딨는거야? 수금 끝났으면 빨리빨리 들어와야지! 오늘까지 막을게 얼만데, 어디서 뭐하는거야? 어서들어와! 알았어?
(전화 끊기며)
왕대박 : 웠따~! 요놈의 전화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리는고마. 성능하난 참말로 끝내부러. 근데 뭣이 워쩌고 워째? 오늘까지 막을게 얼마라고? 참 그러고보니 나가 지금 거금을 들고 있제.(갑자기 음흉스런 미소지으면서) 이럴때가 아니제... 이 돈을 갖고 또 한번 투자를 해서... 일주일만 기다리면.. 또 떠블이 되니께. 으흐흐흐.. 난 이제 요러콤 지저분한 생활 안해도 되어부런다. 이거여. 가만 이럴때가 아니지 나야말로 시장 문닫기전에...
(목소리) 다음 정거장은 여의도, 여의도 역입니다.
내리실분은 왼쪽문을 이용해 주십시오.
(하면 왕대박 황급히 가방이랑 신문지 챙겨들고 지하철 내린다. 왕대박 내리고 나면 아파트 노래 흘러나오고 ‘住’라고 쓰여진 신문보고 있던 나투기 여사 신문지 접으면서 천천히 일어나서 창문밖을 내다본다.)
(음 악) ∼아무도 없는 아무도 없는 쓸쓸한 너의 아파트∼
나투기 : 여기가 어디야? 오라∼ 저어기 한강이 보이는걸 보면 다 온것같은데... 가만, 가만, 저어기 보이는게 바로 반포아냐? 언제던가? 그땐 참 세월 좋았지..아파트 한 채 분양 받으려고 너도 나도 밤새워 줄을 섰어. 그뿐인가? 시골에 계신 부모님 모셔다가 부양가족 명단에 올리고, 앞다퉈 해외취업나가고 인구 억제정책에 기여한다고 그 뭐냐! 남자들 거시기 수술도 하고.. 호호호 참 남사스러워라! 그래도 그땐 참 눈가리고 야옹이었는데.. 맘만 먹으면 뭐든 살수 있었으니까... 요즘엔 웬걸 시절이 하수상해서 여기가 좀 뜬다 싶으면 세무조사다, 투기의혹이다. 잔뜩 떠벌려가지고선 취득세다, 양도소득세다, 세금으로 때려잡고, 서슬퍼런 단속강화에 무서워서 벌벌떨다 집값, 땅값 폭락하면 그제서야 허둥지둥 경기부양책이다, 주택경기활성화 방안이다 내놓으니 이거야 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그리고 말야. 사람들은 우리보고만 나쁘데요. 원. 복부인이다. 떴다방이다. 큰손이다. 손가락질하지만 사실 알고보면 우리나라가 이만큼 잘 살게 된것도 다아 우리 덕분이라니까.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가 집구석에 쳐박혀서 살림만 했으면 압구정동이 좋은지, 대치동이 좋은지 또 개포동이 뜨는지 도곡동이 오르는지 알게 뭐야? 다아 우리가 부지런히 발품 팔면서 돌아다니니까 집값도 오르고, 땅값도 치솟고...
(하는데 전화벨 울린다.)
(목소리) 나 여사님 이시죠? 나투기여사 (간드러지게)
나투기 : 그런데. 누구야?(거드름 피우면서)
(목소리) 호호호. 있잖아요. 삼성동 떴다부동산. 좋은 물건이 하나 나와서요. 글쎄 땅주인이 급매로 내놓았는데 일단 사 놓으면 무조건 먹어요. 사실 지난번에도 송파동 복 여사님이 꼭 하나 구해달라고 했던건데.. 나여사님 생각이 먼저 나서 이렇게 부랴부랴 연락을 드린거예요.
나투기 : (귀가 번쩍 트이며) 어머, 그래? 어딘데? 음. 음. 거기? 음, 자알 알지~! 너무 너무 잘됐다. 그렇잖아도 그쪽에다 전원주택이나 지어볼까 했었는데.. 그래. 내 당장 갈께.
(전화 끊으면서)
나투기 : 에구. 내가 정말 운전을 배우던지 해야지 운전기사가 허구헌날 속을 썩이니. 에쿠우스니, BMW니 다아 무슨 소용이람. 길위는 막히고 길 아래는 답답하니 이거야 원. 가만있자 여기가 어디야?
(목소리) 이번에 내리실역은 압구정동, 압구정동 입니다. 내리실분은 오른쪽 문을 이용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나투기 : 호호호. 압구정동이네. 그렇다면 가만 이 내 신세 처량하다... 오랜만에 명품쇼핑이나 해볼까? 돈은 넘쳐나는데 시간이 없으니.. 그나저나 좋은 땅이 나왔다니 빨리 가보긴 가봐야 할텐데. 어물어물하다 송파동 그 여편네한테 뺏기면 큰일이지.. 아암. 큰일이고 말고
(하면서 내리고 나면)
이번엔 신문지에 ‘主’라고 쓰여져 있는 40대의 여자 갑자기 커다랗고 힘있는 목소리로 지하철 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주만희 : (관객을 향해 달려오면서) 자,자,자, 여기좀 봐요!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자, 자, 따라들 해봐! 예.수.천.당, 불.신.지.옥, 누구든지 나를 믿고 따르는자 영생을 얻는다고 했어. 자, 그말을 믿십니까? 믿으시면 애 멘 해. 자, 자. 애멘... 애멘. 아주 좋아요. 좋아. 저기 누구야?(관객향해) 아직도 안따라 하는 사람, 자, 애~멘 좋아요. 좋아. 사실 난 오늘 여러분께 아주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온 것이야!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누구든지 천당갈 수 있어. 아니 하나님하고 영원히 함께 살 수 있는 것이야! 자, 자, 망설이지 마시고 어서 빨리 와봐!(관객을 향해) 어. 저기! 노란 모자 쓴 남학생. 실연의 상처로 얼굴이 무척 어둡군. 하지만 아무 걱정하지 마! 내가 주는 이 사랑의 잔을 마시면 아픈 상처가 씻은 듯이 아물 것이야! 자, 받아요! 받아!
(하면서 건네는 시늉한다.)
주만희 : 또 어디 없나? 오오라~! 요 앞에 계신 신사양반. 무얼 또 그리 걱정하시나! 가만있자, 얼굴상을 보아하니 이번에도 또 승진에서 물 먹었구먼, 자,자, 걱정말구 이리와 봐. 나는 네게 평안을 주리니 이 물약 한번 쭉 들이키면 모든 아픔과 슬픔과 괴로움이 씻은 듯이 아물것이야! 자, 어서 이리와서 쭈욱 한숨에 들이키라구. 자, 자, 어서
(하면서 건넨다.)
주만희 : 또 어디없나?
(찾는 시늉하다가)
주만희 : 암튼, 누구든지 나를 찾아오면 영생과 복락을 주리니 이른바 경기도 광주에 있는 산좋고 물맑은 안녕기도원이 바로 내가 있는곳이야! 자, 자, 누구든지 나를 찾아와! 그럼 내가 영원히 죽지 않는 영생의 물을 줄 것이야~!
(무대위 왔다갔다 하면서 명함 돌리는데)
(목소리) 이번에 내리실 역은 잠실, 잠실입니다. 내리실분은 오른쪽 문을 이용하여 주십시오. 이번역은 잠실, 잠실...
주만희 : 오! 잠실, 잠실이네! 잠실이라면 내가 안 내릴수가 없지. 온갖 고통과 번뇌와 슬픔과 외로움으로 얼룩진 사람들이 들끓는 곳.. 잠실 조오타, 내가 ‘가리라~ 어디든지 가오리다~!’
(하면서 허둥지둥 떠나고 나면 ‘酒’라고 쓰여져 있는 신문을 얼굴에 덮고 벽에 쓰러질 듯이 앉아있던 60대 노인 게슴프레한 눈을 부비면서 한쪽 겨드랑이에 술주전자를 소중히 껴안고 천천히 일어난다.)
주전자 : 아~함 자알 잤구먼. 그런디 뭐가 이러케 썰렁하니 조용허냐! 다아들 워디로 간겨! 딸꾹! 허긴 뭐 다아들 워디로 간게 무에그리 중요허냐. 나야. 요..요.. 주전자만 하나 있으면 되제. 뭐 세상 근심이 있나. 욕심이 있나. 남 부러울 것도 미워할 것도 하나도 없구먼.. 딸꾹! 주전자 하나가득 술만 있으면 뭐. 장관이 부러워~ 사장이 부러워~ 아무것도 부러울게 없구먼. 팔베고 누우니 하늘이 내것이고, 다리 꼬고 앉으면 온땅이 내것인디.. 누가 나를 뭐라 하겠어? 누가? 딸꾹! (갑자기 기세등등하던 모습 수그러들면서) 허긴 누가 곁에 있어야 뭐라하지! 한평생 술이 좋아, 술에 젖어, 술과 벗하며 살았더니 자식들도 떠나고, 아내마저 날 버리고, 맘 놓고 얘기할 친구가 있나, 집이 있나, 돈이 있나, 그저 남아 있는건 요, 요, 통장하나지.. 그래도 요 자그마한게 월매나 기특하다고.. 교통비에 보태쓰라고 한달에 무려 1만2천원씩 꼬박꼬박 들어오는거유 (소근거리듯) 그나마 내가 서울사니께 1만2천원이여~ 저어저기 시골로 가봐. 1만원 밖에 안 다니께. 내가 그래도 선견지명이 있어서 이곳 서울에서 터잡고 살고 있으니 그나마 요만큼이라도 잘살제. 물좋고 공기좋다고 달랑 시골로 갔어봐! 한달에 이천원이 워디여! 이천원이면 가만있자.. 요 볼룩한 두꺼비가 한병, 두병... 두병이나 더 살수 있는디.. 딸꾹! 게다가 요 신분증하나만 보여주면 시내 워디든 못가는 곳이 있어? 지하철타고 다니면서 동으로, 서로, 북으로, 남으로... 워디든 맘만 먹으면 다아 가볼수 있제. 그러니 요것이 바로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홀아비좋고 과부좋고... 뭐 이런거 아니여. 딸꾹! 근데 홀아비 얘기가 나와서 말인디 솔직히 좀 옆구리가 썰렁허구먼. 매일매일 바가지를 긁을망정 여편네 잔소리 들을때가 좋았는디. 에구에구. 매몰찬 여편네... 어디서 워터케 살고 있는지 소식 한 장 없으니.. 이래뵈도 내가 젊은 시절엔 한가락 했는디 뭘하면 못 먹고 살까봐. 딸꾹! 허긴 요,요. 요놈의 술이 웬수여. 요 술만 아니었음 내 인생 요로콤까지 짜부러들진 않았을텐디.
(하면서 무대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면)
주전자 : 그라도 내가 요 술 없었으면 워터께 살뻔 했을까 몰러~! 술이라도 마셔야지 볼품없이 찌그러든 내 인생 잊고 살제... 딸꾹! 참 그나저나 오늘은 또 워디가서 점심을 먹어본댜? 오늘은 워떤 행사가 있나?
(하면서 신문지 꺼내들면서 찬찬히 살펴본다.)
주전자 : 가만있자, 종로3가 국빈당 예식장에서 김말똥씨네 혼사가 있구먼. 그럼 빨리 가봐야제. 가서 오늘 한끼도 근사하게 때워야제. 어디 볼까 오늘은 워떤 넥타이를 매나? 딸꾹!
(하면서 서류가방에서 넥타이 이것저것 꺼내들고 이리저리 몸에 맞추어 보는데)
(목소리) 이번 역은 종로3가, 종로3가역입니다. 잊으신 물건 없이 차례차례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하면 주전자 황급히 뛰어내리는데 뎅그러니 술주전자만 바닥에 놓고 신문지만 챙겨갖고 내린다. 주전자 내리고 나면 서서히 무대 어두워지는데.. 목소리 들려온다.)
왕대박(목소리) : 왓따~ 또 대박 터졌고라.. 대박이고마~잉! 나가 이제 요놈의 지긋지긋한 샐러리맨 생활 청산이다. 청산이여~! 자, 난 이제 간다! 여의도로 가부린다!
나투기(목소리) : 호호호! 내가 이럴줄 알았다니까! 한달만에 한 장 벌었으니.. 당분간은 해외명품쇼핑이나 하면서 머리좀 식혀야지. 호호호! 세상은 이런거야! 남보다 부지런하고 남보다 똑똑한 사람이 뭘 벌어도 벌게 돼있다니까! 자, 오늘은 슬슬 필드에나 나가볼까?
주만희(목소리) : 어서들 와요! 어서들 와! 빨리. 빨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서둘러야 돼! 배고프고 목마른 자들은 다 내게로 와! 우리 안녕기도원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려봐! 자, 자, 어서들 와야되는 것이야!
주전자(목소리) : 어~! 기분좋다. 딸꾹. 오~! 취한다. 딸꾹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구나! 사람들이 빙글빙글 도네! 어허~! 기분 조오타~! 딸꾹! (노래부르듯이) 주전자에 하나가득 술만 담겨 있으면야 저 하늘도 내것이고,이 세상도 내것이라. 어허 조타, 어허 조타. 이내 인생 잘도간다. 딸꾹! 딸꾹! 딸꾹!
(하면서 딸꾹 소리 점점 멀어지면서 막이 내린다.)
제 2 막
막이오르면 1막과 같은 지하철이지만 창문도 깨지고 의자도 지저분하고 여기저기 쓰레기 어지럽게 널려있는 혼돈스러운 분위기다.
1막과는 사뭇 다른 음침하고 절망적인 분위기. 실내 형광등도 꺼졌다 켜졌다 하면서 더욱 어지러운 분위기를 보여준다.
1막처럼 ‘株,住,主,酒’라고 쓰여진 신문지 들고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 네사람. 그런데 신문지 군데군데 찢어져 있고 구멍 뚫려 있어 상당히 초라하다.
왕대박 신문지 내려놓고 천천히 일어나서 무대 한쪽으로 걸어나오는데 1막과는 달리 누추하고 초라한 모습이다.
왕대박 : 워메~! 시상에 워째 이런일이 있어부러냐! 왕대박이가! 천하에 왕대박이가! 완존히 깡통 찼구마잉. 나가 잠 안자고, 밥 안먹고, 놀러도 안가고 허구헌날 PC앞에 붙어앉아 천하의 ‘왕대박 컨설팅회사’ 상임 고문이사로 피땀흘려 열손가락을 움직였는디... 워메 워째 이런일이 있다냐! 이건 필시 보이지 않는 검은 손에 의한 음모가 있는것이구마. 나의 왕대박 잔치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모함하는 누군가의 시커먼 음해가 있는 것이여, 워메 정말로 워쩐다냐! 하루아침에 완존히 거지꼴 났구마! 이제 워디로 간다냐! 회사에선 고문이사 명함 빼앗긴지 오래고, 집에선 마누라가 이혼하자고 덤벼들고, 그 많던 친구들도 다아 떠나가 버렸으니 난 이제 워디서 내린다냐! (긴 한숨) 에라 모르겠다. 내리긴 뭘 내리냐! 춥고 배고픈디 그냥 이렇게 요로콤 쭈그리고 앉아서 잠이나 청해야겠구먼 잠이나 자야제! 자는게 남는거구먼!
(하면서 신문지를 이불삼아 덮어쓰고 한쪽 구석에서 잠을 청한다.)
나투기 화려하던 차림새 대신 월남바지에 누더기 속옷을 입고 절뚝거리며 무대 다른쪽 구석으로 천천히 나온다.
양손엔 굽이 헤어져 떨어져버린 구두 한짝씩 들고 있다.
나투기 : (화가나서 절망적인 목소리로) 내가 미쳤지! 미쳤어! 그때 딱 한번만 먹고 말았어야되는데. 뭐 그린벨트가 풀리면 값이 열배, 아니 스무배로 뛰어오른다고? 그 말을 믿은 내가 잘못이지. 잘못이야! 아니, 아무리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때가 있다지만, 천하의 이 나투기 여사가 어쩜 고렇게 새파랗게 젊은 ‘토지사기단’한테 걸려가지고선.. 이거야 원금은 고사하고 하루아침에 범법자 신세로 쫓기는 신세가 되다니.. 흑흑흑... 아이고 억울해라, 화나라, 분통 터져라!
(하면서 울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나투기 : 가만있자. 전문토지사기단의 배후엔 반드시 끄나풀이 있는법... 요놈들 뒤엔 누가 있을텐데... 맞아! 고..고.. 송파동 복여산지, 복여편넨지가 정보를 줬을거야.. 내 이 여편네를 그냥...천하의 압구정동 나투기 여사한테 사기죄를 덮어 씌워? 그러고도 네가 온전할 줄 알아? 내 잡히기만 하면 이년을 가만 놔두나 봐라.. 내가 그냥 다리 몽둥이를 화악~!
(하면서 마악 달려나가는데 다리 움 하면서 에구에구 하면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나투기 : 에이고~ 내가 그냥 스트레스만 받으면 이놈의 다리까지 말을 안듣네.. 그 돈이 어떻게 모은 돈인줄 알기나 알어? 반포에서 잠실, 잠실에서 압구정동, 압구정동에서 대치동... 이사도 숱하게 다니면서 복부인이다. 치맛바람이다. 아줌마부대다. 욕이란 욕은 다 들어가면서... 피땀흘려가며 모은 돈인데.. 그리고 이제 나이 50에 다리 쭉 펴고 사나 싶었는데... 요놈의 다리가... 다리가 말을 안듣네...
(하면서 일어서서 왕대박 맞은편으로 절뚝거리며 걸어가는데 바로 그때 갑자기, 형광등 불 완전히 꺼지면 주만희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무대 위 뛰어다니는데 조명은 주만희 쫓아 움직인다.)
주만희 : 자아! 봤지? 이제 드디어 때가 왔어! 드디어 우리들의 때가 온것이야. 근심걱정 하나 없는 나라, 사시사철 따뜻하고 아침저녁 배부르고 날마다 날마다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나라, 바로 우리 주인님의 시대가 온것이야! 자, 모두들 이리 와봐! 이 암흑의 세계에서 광명의 빛을 비춰줄 이는 오직 한분 바로 우리 주인님이야! 더 늦기전에 보따리 싸들고 와! 어서와! 몸에 걸친 것, 손에 든 것, 지갑속의 동전 한푼도 모두 모두 갖고 와. 우리의 주인님이 지금 이순간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야!
(하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모자에 헌금받고 다니는데 갑자기 호루라기 소리 들리면서 경찰들 중무장을 하고 주만희를 체포하러 온다.)
경찰 3 : 당신을 체포한다.
주만희 : 아, 아니 이게 뭐야! 국민의 공복주제에 어딜 감히 신성한 몸에 손을 대는 것이야? 요것들이 미쳤나?
경찰 2 : 당신은 거짓교사로 사람들의 마음을 혼동케하여 사회질서를 문란케하고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해침으로 국민들의 정서를 불안하게 했음은 물론 나아가 국가기강을 해이하게 만든 점등등등이 해당되어 긴급체포하는 바이다.
주만희 : 뭐라고? 미풍양속을 해친다고? 잘못 알아도 단단히 잘못 알은 것이야! 난 이 한몸 바쳐서 미풍양속을 보존하고 보호하고 관리하는 사람인 것이야! 바로 우리 주인님이 시킨 일이지만! 그러니까! 당신들도 이손 놓고 어서빨리 회개하고 용서를 빌어! 어서빨리!
(하면서 양손을 뿌리치면)
경찰 3 : 뭐하고 있나, 빨리 체포하지 않고
(하면서 경찰1,2 부랴부랴 주만희 체포하고.. 한바탕 몸싸움 벌어지고 나면 주만희 제풀에 겨워서 힘없이 터덜터덜 끌려가려는데.. 일단의 무리 달려와서 주만희를 붙잡고 늘어진다.)
무리 1 : 에잇! 요 망칙한 것! 감히 주님의 이름을 팔아서 우리의 피같은 돈을 뺏어가?
무리 2 : 영원한 안식과 평안과 축복을 준다고 해서 전 재산 털어 바쳤더니 고작 밥 세끼 먹이고 하루종일 기도만 하게해!
무리 3 : 옛끼! 형님! 그래도 형님은 기도만 했으니 좀 낫소! 나는 동전한푼 못 바치고 몸만 달랑갔더니 하루 왠종일 일만 시킵디다.
무리1,2,3 : 암튼 경찰 양반들! 이 여자 그냥은 못 보내요! 우리돈 털어간 것 모두 내놓기전엔 여기서 한발자국도 못 움직여요.암요. 못 보내고 말고, 맞아요. 그래요. 옳소!
(하면서 웅성거리면서 시끌벅적하면 고주망탱이가 된 주전자 비틀거리며 무대중앙으로 나와 소리지른다.)
주전자 : 조용! 조용!
(빽 소리지르면 갑자기 무대 밝아지면서 사람들 모습 여실히 드러나는데 저마다 흐트러지고 흉악해진 마귀같은 모습이다. 그러자 경찰1 무대 왼쪽에서 쭈그리고 자고 있는 왕대박 발견하는데)
경찰 1 : 가만, 가만 저게 누구야? 저건 왕대박, 컨설팅회사의 왕대박 아냐?
경찰 2 : 어라! 참말 그렇네요? 월20%의 고수익을 올려준답시고 고객돈 10억을 꿀꺽 삼키고 도주한 바, 바로 그놈인데요?
경찰 3 : 내가 보기에도 그러네. 저놈도 체포할갑쇼?
경찰 1 : (뛰어가서 잡으려다 음칫 멈추고 혼자말로) 가만,가만, 혹시 유용한 정보가 있을지 모르니 나부터 살짝 물어보고...
(하면서 경찰1 왕대박에게 다가가는데 그사이 경찰2 무대 오른쪽에서 다리 두들기고 있는 나투기여사 발견한다.)
경찰 2 : 어.어 저건 또 누구야! 며칠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잠적한 나투기 전문토지사기단의 나투기 아냐? 저 여자는 왜 또 저기 있는거지?
(경찰1 부르려고하다 잠시 생각하면서)
경찰 2 : (혼자말로) 아니지, 아니지, 이참에 나도 승진한번 해 봐야지. 나라고 맨날 파출소에 묻혀지낼 순 없으니까, 나혼자 체포해서 ‘자랑스러운 경찰관’이 되어야지! 아! 생각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목숨을 걸고 최고 악질 전문 토지 사기단을 체포한 우리의 젊고 늠름하고 잘 생긴 경찰2! 오! 경찰청장님께 표창을 받을걸 생각하니 지금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하면서 혼자 살금살금 나투기에게 다가간다.)
경찰1은 왕대박에게 다가가서 뭔가 소곤거리고 있고 경찰2는 다리아파서 두들기고 있는 나투기를 밧줄로 꽁꽁맨다. 경찰3은 주만희와 무리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정신 못차리고 있는데 주전자는 사람들 사이 왔다갔다 하다가 무대 중앙으로 뛰어나오며
주전자 : 워째 이렇게 시끄러워유! 아니, 당신들은 술도 안 마시고 어떻게 맨 정신에 그렇게들 잘 떠들어 댈수가 있어유? 돈도 좋고 땅도 좋고 영생복락도 좋지만 난 요것이야말로 왓따라고 생각허유. 모두가 온통 거꾸로 돌아가는 이 미쳐가는 세상에... 워터케 맨 정신으로 살수가 있는감유? 딸꾹! 그러니께 나보고 주전자다 술주정뱅이다 놀리지들 말더라고요. 다아 나도 생각이 있어서 마시는 거니께유. 집도 절도 없어도... 자 봐유~! 월매나 속편하게 살아유. 딸꾹!
(하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주전자 : 그런데 오늘 여기 뭔일이 났대유? 뭐 볼게 있다구 이 지하철 구석에 죄다 몰려가지고 와서 이 소란을 떤데유.. 소란을.. 오메? 저.. 저기 경찰 선생님들도 오셨네유... 설마 나같이 욕심없고 힘없는 불쌍한 노인네 붙잡아 갈려고 온 것은 아니지유? 이제 겨우 요기 지하철 바닥에서 터잡고 살아가는데... 딸꾹! 이제 작으나마 나만의 공간을 마련했는디 요것마저 빼앗아버리면 난 못살아유~ 참말 못산다니께유~ 딸꾹! 그러니께 너무 소란떨지말구 어여 어여 가보셔유. 난 여기서 잠시 눈좀 붙여야 되니께. 그런데 그러고보니 나 혼자 온전한 사람이네... 히히히 (하다가 사람들 한번 휘둘러보고)
(즐거워 하면서 좌석있는 쪽으로 걸어가면 왕대박, 나투기, 주만희와 무리들, 경찰들 부러운 눈으로 주전자 바라보는데 주전자 자리에 마악 앉으려는 순간 지하철 덜컹 하며 흔들리면서 주전자 손에 들고 있던 술병 놓치면서 와장창 깨지고 주전자도 웩~ 하면서 구토를 한다. 갑자기 온통 지저분한 오물과 심한 냄새로 진동을 하는 지하철 안에서 여기저기 사람들 저마다 코막고 이리저리 오물피해 뛰어다니느라고 정신없다.)
주전자 : (화들짝 놀라면서) 주위 둘러 보면서 아~ 아니 요것이 뭔일이어유? 내 60평생에 요런 일은 한번도 없었구먼유.. 참말, 참말 이구먼유.
무리 1 : 아니 도대체, 이 신성한 지하철안에서 이게 뭔일이야?
왕대박 : (한번 흘끔 보면서) 따! 완전히 대박 터졌구마, 왕대박.. 오랜만에 지하철 한번 탔더니만 구리기도 엄청 구리네... 청소부는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무리 2 : 지하철 환경이 이렇게 열악해서야 원...우리들이 맘놓고 지하철이나 탈수 있겠어?
나투기 : 맞아! 집이건 땅이건 환경이 좋아야 된다니까. 무조건 남들이 좋다고 다 따라가면 쪽박 찬다니까.
무리 3 : 정부는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야.. 금연 운동만 할게 아니라. 금주, 절주 운동도 대대적으로 펼쳐야 한다구.
주만희 : 참으로 옳으신 지적인 것이야! 술은 백해무익한 것이야! 오로지 이 생명의 물, 우리 주인님이 주시는 영생복락의 물만이 우리를 이 더럽고 추하고 냄새나는 세상에서 구원할 수 있는 것이란 말야!
무리 1 : 정말 괴롭다. (저마다 떠들어대면서)
무리 2 : 냄새나서 죽겠어.
무리 3 : 더러워 볼수가 없네.
왕대박 : 경찰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시장의 변화에 그때그때 기민하게 대처해야지!
나투기 : 꼭 필요할땐 없다니까. 꼬박꼬박 바치는 그 많은 세금은 다 어디로 간거야?
주만희 : 우리에겐 지금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야!
모 두 : 맞아요. 맞아요! 도와주세요! 어디있어 경찰.
(하면서 무리1,2,3, 왕대박, 나투기, 주만희 동시에 각각 가까이 있는 경찰1,2,3 쳐다보면)
경찰 1 : (우물쭈물하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주전자 가리키며) 저, 저자를 긴급 체포하라!
경찰 2 : (깜짝 놀라서 눈 휘둥그레지며) 네에? 무 무슨 죄목으로요?
경찰 3 : (의아해서) 왜 잡는데요?
경찰 1 : (당황스러워서) 이.이 멍청이 같은 놈들아! 왜 잡긴! 더러운 오물을 함부로 방출함으로써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해쳤음은 물론, 국민보건환경 악화에 지대하게 기여했고, 음주보행을 함으로써 선량한 시민들의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였는가하면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을 수시로 탑승함으로써 지하철안의 승객, 즉 일에 지치고 공부에 찌들린 젊은이들에게 경로우대석을 내줘야하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안겨줬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서울시내 물류수송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함으로써 수출전선에 타격을 주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중차대한 과오를 서슴치 않고 저질렀기에 이에 긴급체포령을 내리는 것이란 말씀이야! 짜~샤!
경찰 2 : (어리둥절하면서도 수긍이 가는 듯 고개 끄덕이면서) 음, 듣고 보니 그것도 정말 그러네
경찰 3 : (머리 긁적이며) 정말, 아주 악질에다, 골수 분자고 진짜 나쁜놈의 표본이네요.
경찰 1 : (어깨 으쓱하며 의기양양해져서) 그뿐인줄 아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현행범이란 사실이다. 알았나?
(하면서 좌중을 한번 쓱 째려보면 모두들 서로 마주보며 고개 끄덕끄덕한다.)
경찰 1 : 자,자. 긴말 필요없다. 오늘 정말 수고들 많았어. 이 현행범을 당장 끌고가라! 오늘 저녁엔 오랜만에 쐬주 한잔에 삼겹살이나 먹자구.
경찰 2 : (좋아라하고 히히덕 거리면서 주전자 끌고가며) 쐬, 쐬주요? 조오쵸! 자, 가자구! 요 악질에다 골수분자이고 진짜 나쁜놈의 표본이고...에.. 또..
경찰 3 : 게다가 현행범.. 자, 가자!
(하면서 주전자 끌고 나가면 왕대박, 나투기, 주만희 어리둥절해서)
왕대박,나투기,주만희 : 그, 그럼 우리는요? 우리는 어떻게 되는거죠?
경찰 2 : 어떻게 되긴, 거물이 잡혔으니 피라미는 그냥 놔주는 거지 뭐!
경찰 3 : 왜, 같이 가고 싶수?
왕대박 : (화들짝 놀라면서 손 내저으며) 아, 아녀브러요. 난 많이 가봐서(말 멈칫하며) 잇크, 아뇨 난 이제 그만 가도 좋다고마. 아니 안가고 싶구마. 안갈라요.
(하면서 반대쪽으로 황급히 사라진다.)
나투기 : (의심쩍은 목소리로 조심스레) 그, 그럼 저기 저 경찰양반, 아니 경찰 선생님 나도 그만 가봐도 돼요?
경찰 2 : 참! 상당히 귀찮게 하시네, 아.. 아줌마도 한번 감방 구경좀 하실래요?
나투기 : 아, 아니. 난 뭐 그런게 아니라. 아~참 내 정신좀 봐. 밥을 올려놓고 왔네. 빨리 가봐야지. 그럼 난 먼저가요. 호호호.
(하면서 부리나케 왕대박 나간곳으로 퇴장한다. 나투기 사라지고 나면 경찰2,3 주전자 양팔잡고 반대편으로 나가려는데)
주만희 : (주전자들고 다가와) 잠깐! 가시기전에 사람에게 영원한 생명의 물을 주어야겠어! 단 한모금이라도!
(하면서 따라가면 경찰2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기웃거리다가 주만희에게 한모금 얻어마시는데.)
경찰 2 : (한모금 마시다가) 엣~ 퇴퇴..
(하면서 뱉는다.)
경찰 2 :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물이야?
주만희 : 우리 주인님만이 아시는 놀랍고 신비로운 물이지! 자, 한잔 더 주까? 자, 자 마셔 봐. 맘껏 마시는 것이야!
(하면서 따라가면 기겁하고 주전자 붙잡고 도망치는 경찰2,3과 그 뒤를 쫓는 주만희.. 그리고 그 뒤를 무리 1,2,3 쫓아서 무대뒤로 사리지면 아무도 없이 황량하고 지저분한 지하철.. 쓸쓸한 분위기만 남는데 어디선가 다시 목소리 들려오면서 무대 점점 어두워진다.)
왕대박(목소리) : 한번 두고 보라구! 이번에야 말로 큰거 하나 터질거고마! 두고보고마! 두고보라니께. 역시 주식이 최고라니께~!
나투기(목소리) : 호호호. 송여사 그렇다니까. 이번엔 틀림없대두. 그러니까 말야.. 내가 아는 고위층인사가 흘린 정본데 말야.. 지금은 그린벨트에 꽁꽁 묶여있지만 이게 말이지. 좀 있으면 값이 엄청나게.. 암튼 뭐니뭐니해도 집밖에 없어! 주택이 뜬다니까.
주만희(목소리) : 더 가져와. 더! 더! 몽땅 가져와! 이것으론 부족하다니까! 내가 대신 안식과 평안을 줄꺼니까! 안식과 평안을! 역시 누가 뭐라 해도 우리 주인님만이 전지전능한 것이야!(잠시 침묵 흐르다가)
주전자(목소리) : 오~! 내주전자~! 오~! 내주전자~! 어디간거여? 누가 내게 술 한 주전자만 줘유~! 술없으면 난 못살아유~! 어서유~! 빨리유~! 술, 술, 딱 한 주전자만 줘유~!
(하면서 서서히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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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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