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현 등장인물 송두란, 아내 황병식, 남편 황덕기, 정신지체아들 김부옥, 시어머니 서도희, 송두란 친구 박기백, 읍내 깡패 손님 사진사 때 현대의 오월 곳 소읍(小邑) 외진 곳에 자리한 막국수 식당 무대 무대 앞쪽에 허름한 미닫이문이 있고 붉은 글씨로 별당 막국수라고 써져있다. 무대 중앙을 중심으로 철제 탁자 세 개가 있고 원형 의자가 서너 개씩 놓여있다. 무대 옆면에는 식기들이 쌓인 찬장이 있고 그쪽에 주방 공간이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시멘트 벽면에는 일력과 식당을 개업할 때 찍은 가족사진 그리고 말라버린 꽃다발과 오래된 괘종시계가 있다. 벽면 한쪽에 오월햇살이 내리쬐는 창문이 있고 망을 씌운 선풍기가 무대 뒤쪽에 있다. 파리 잡이 끈끈이가 천장 군데군데 붙어있다. 황덕기 파리채를 들고 식당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파리 잡는 시늉만 할 뿐 실제로 때려잡지 못한다. 송두란 주방 입구에 놓인 의자에 앉아 황덕기를 멍하니 바라본다. 황덕기 파리채를 들고 송두란에게 다가오며, 황덕기 어깨에 파리. 검정 똥파리. (어깨에 앉은 파리를 잡으려는 시늉) 송두란 (손으로 어깨를 휘저으며 눈짓으로) 저리 날아갔네! 황덕기 (눈짓을 쫓아) 파리야! 이리와. 이리와. 송두란 (덕기를 바라보며) 또래 놈들은 계집애들 뒤꽁무니나 쫓고 있을 텐데. (사이) 지도 사내라고 아침마다 고추가 발딱 서는 것을. (긴 한숨) 황덕기 (천장에 앉은 파리를 바라보며 깡충깡충) 내려와. 내려와. 송두란 덩치만 큰 놈이……. 황덕기 ! (사이) 식당에서 뛰는 거 아니랬지. 다 큰 새끼가 어디서 뛰어. 그러다 자빠진다! 황덕기 ( 송두란을 힐끗 보고 더 깡충깡충 뛴다. 숨이 가쁜지 잠시 쉬었다가 깡충깡충) 송두란 (살짝 웃으며) 토끼 마냥 잘도 깡충댄다. (가련한 눈빛으로) 더 뛰어놀아라. 황덕기 ( 송두란을 바라보며) 엄마도 깡충깡충. 송두란 너나 뛰어놀아! 황병식 부식을 담은 파란 비닐봉지를 들고 등장. 탁자에 부식 비닐봉지를 내려놓으며, 황병식 (손부채질을 하며) 완전 여름 다됐네. ( 송두란을 바라보며 능글맞게) 등줄기 땀이 아주 잠자리에서처럼 흐르네. 두란아 물 좀 줘! 송두란 (무시하고) 따라 마셔, 놈팡이 같은 놈아! 황병식 성질머리 하고는. 송두란 (쏘아붙이듯) 네 손에 깁스했어? 황병식 (능청스럽게 주전자 쪽으로 향하며) 우리 덕기는 운동하나? 엄마랑 같이 해라. 네 엄마가 운동하고 등지고 살아 신경질이 부쩍 늘었다. 여자는 뱃살이 늘면 신경질이 느는 거다. 자, 덕기야 엄마 손 잡고 폴짝폴짝 뛰어봐! 황덕기 (뛰던 것을 멈춘다. 파리채를 곁에 내려두고 잠시 바닥에 쭈그려 앉는다.) 송두란 (병식을 보고) 뱃살 쌈 싸먹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황병식 (능글맞게) 마누라는 말도 어찌 그리 예쁘게 해? 송두란 (무시하고) 지 뱃살은 얼마나 쪼글쪼글하다고. 팔 다리 부지깽이 같아가지고 배만 툭 튀어나온 놈이 말은 잘한다. 황덕기 (손끝으로 파리를 잡고 일어나며) 똥파리! 똥파리! 황병식 얼씨구, 덕기가 한건했네! 황덕기 내가 잡았다. 내가 잡았다! ( 송두란에게 다가오며) 엄마! 똥파리! 똥파리! 송두란 덕기야 그거 네 아빠 갖다 줘라. 그게 네 아빠 사촌쯤은 될 거다. 황덕기 아빠, 똥파리! 똥파리! 황병식 (장난스럽게) 똥파리 사촌, 부인. 송두란 저게 뚫린 입이라고. (파 한 단을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는다.) 황덕기 똥파리! 똥파리! 황병식 얼른 황덕기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간다. 송두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부식 비닐봉지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무대 가운데 탁자를 비추는 조명만 빼고 모든 조명이 꺼진다. 잠시 후에 머리띠를 두르고 붉은 립스틱을 바른 송두란이 쌍화차 두 잔을 내오며 의자에 앉는다. 이어서 말쑥하게 차려입고 팔대 이 가르마를 탄 황병식 등장. 황병식 의자에 앉으며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황병식 (고개를 번쩍 들며) 어찌 그리 눈부십니까?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이고) 미스코리아 앞에 서있는 기분입니다. 송두란 (쑥스럽게 웃으며) 미스코리아라뇨! 황병식 (진지하게) 하이힐 신고 또각또각 걸을 때 어찌 그리 화사합니까? 분홍치마가 살랑거려서 꼭 코스모스 같던걸요. 가을되면 강둑에 코스모스가 끝장 나지요. 송두란 (손을 휘저으며) 코스모스는 무슨. 황병식 참말입니다! 송두란 (웃으며) 오늘 쌍화차는 제가 사는 거니까 맛있게 마셔요. 황병식 두란씨가 타서 그런가…… 쌍화차 향이 참 좋네요. 송두란 (쌍화차를 마시며) 코스모스 꽃말이 뭔지 알아요? (사이) 소녀의 순정! (사이) 저랑 안 어울리죠? 황병식 제가 그걸 어찌 압니까. 두란씨 마음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도 아니고. (잠시 머뭇 거리다 쑥스럽게) 코스모스 닮았으면 마음도 코스모스 같겠죠. 송두란 (웃으며) 병식씨는 참! 황병식 참말이라니까요! ( 송두란 가슴팍을 보며) 은빛 브로치가 잘 어울리네요. 송두란 마담언니가 정성껏 모시라던데요. 단골이라고. 황병식 단골은 무슨요! 가끔 오는 걸요. 송두란 (웃으며) 부끄러워서 저 찾지도 못했다면서요. 쌍화차 두 잔만 시켜놓고. 황병식 아니 그게 저……. 송두란 (웃으며) 마담언니가 거짓말 했나? 황병식 (당황해서) 아뇨! 맞습니다. 송두란 쑥스러워 하기는! (까르르 웃는다.) 송두란과 황병식 잠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다방 홀에 감미로운 노래가 울려 퍼지고, 황병식 (뜬금없이) 손가락이 가래떡 같네요. 송두란 (크게 웃으며) 가래떡이 뭐예요! 가래떡이! 누가 시골총각 아니랄까봐! 황병식 (놀라서) 기분 상한 거 아니죠? 저는 그냥 희고 고와서……. 송두란 (웃으며) 상하긴요! 배꼽 빠지겠어요. 황병식 (잠시 뜸들이다가) 두란씨는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쁩니다. 송두란 (손을 휘저으며 웃는다.) 별 말씀을! 황병식 조용히 일어나 잠시 퇴장. 쌍화차를 마시던 송두란이 놀란 얼굴로 황병식을 바라본다. 황병식 금세 장미꽃다발을 가지고 등장. 황병식 (꽃다발을 송두란에게 내밀며) 장미 꽃말은 뜨거운 사랑입니다. 송두란 뜨거우면 빨리 식는데……. 황병식 네? 그게 아니고……. (사이) 두란씨만 보면 가슴이 콩닥거리고 눈이라도 마 주치면 양 볼이 새빨개지고……. (사이) 두란씨가 웃으면 하늘에 붕 뜬 기분입니다. 송두란 이걸로 마흔 다섯 번째……. 황병식 (내민 손을 무안해하며) 네? 송두란 (새침하게) 읍내 노총각들 고백한 숫자! 황병식 (놀라서) 네? 송두란 (놀란 황병식 얼굴을 바라보며 크게 웃는다.) 농담이에요! 농담! 황병식 (안도하며) 십년감수했습니다. 송두란 놀란 모습이 꼭 토끼 같네요. 귀까지 새빨개지고. (사이) 소녀의 순정과 열 정적인 사랑이라……. 황병식 (진지하게) 두란씨가 허락하면…… 이 한 몸 다 바치겠습니다. 송두란 (장난스럽게 황병식을 한번 훑어보며) 약골 같은데. 황병식 약골이라뇨! (사이) 손끝에 물 한 방울, 안 묻힌 다는 약속은 못해도…… 죽 을 때까지 고생 안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송두란 (의심의 눈초리로) 병식씨 돈 많아요? 황병식 (머뭇거리다가 가슴을 두드리며) 제 마음! 잡초마냥 끈질긴 제 마음이요! 송두란과 황병식 잠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감미로운 노래가 멈추고 송두란과 황병식 마주보며 깍지를 한다. 깍지를 풀며 송두란은 꽃다발과 잔을 들고 주방으로, 황병식은 밖으로 퇴장. 잠시 후에 현재의 송두란이 파 한 단을 가지고 등장. 혼자 중앙 테이블에 앉아 파를 다듬으며, 송두란 (푸념하듯) 파 속살이 참 곱다. 면사포는 못 씌워줘도 아씨처럼 살게 해준다 했는데. (사이) 그래도 그 인간 그때는 멋있었지. 남색정장에 빳빳한 와 이셔츠 깃…… 코도 큼직한 게 오뚝하고. 사내새끼들 연애 할 때는 입에 발 린 소리만 나불거리지. (가족사진을 바라보며) 그때는 어설픈 손짓에도 마 냥 설렜는데……. (한숨을 내쉬 며) 이제는 내 살보다 파 속살이 더 곱네! 무대 밝아지고 황병식과 황덕기,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으면서 등장한다. 황병식이 황덕기 뒤통수를 박박 문지르면서, 황병식 우리 덕기는 누굴 닮아 이렇게 똘똘해? 황덕기 (아픈 듯 머리를 빼며) 저리가. 저리가. 황병식 (타박하듯) 아빠한테 그러면 맴매한다. 송두란 (한심하다는 듯) 네가 애냐? 아이스크림 빨면서 길거리 싸돌게! 황병식 (무시하고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나는 애다! 송두란 나이는 거꾸로 처먹고 아빠소리는 잘도 내뱉는다. 황병식 (능글맞게) 두란아 밖에 날씨 따뜻하다. 네가 이 별당에만 오래 묵어서 하는 말마다 바늘처럼 콕콕 찌르는 거다! 송두란 앉아서 파나 다듬어! 주둥아리를 꿰매야 입을 다물지. 황덕기 (아이스크림을 엄마 입에 가져다 대며) 엄마도 먹어. 먹어. 송두란 (아이스크림 한입 베어 물며) 달달하네. 황병식 (아이스크림을 내밀며) 여보 내 것도 먹어. 당신 좋아하는 초코 맛! 송두란 (성가신 듯)치워라! 네 먹던 걸 누구한테 줘! 황병식 (능글맞게) 쪽쪽 빨아 댈 때는 언제고…… 내 침 묻어 더러워? 옥신각신 하는 동안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세련된 원피스를 입은 서도희 등장.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고, 서도희 (선글라스를 벗으며) 송두란씨 댁 인가요? 송두란 제가 송두란인데…… (놀라서) 어머 이게 누구야? (사이) 서도희? 아이고! 네가 어쩐 일이야? 서도희 (반갑게) 송두란! (사이) 보고 싶어서 왔지! 오랜만이다 얘! 송두란 전화 목소리만 듣다가…… (사이) 너무 반갑다 얘! 서도희 잘나가던 다방레지 아줌마 다됐네. 못 본 사이에 두란 댁 됐네! 두란 댁! 황병식 (두란에게) 누구? 송두란 (무시하고 떨떠름하게) 애 앞에서 염병한다. 서도희 염병은 무슨! 송두란 ( 서도희를 한번 훑어보고) 완전 서울물 뒤집어썼네. 때깔난다! 서도희 (간지럽게 웃으며) 얘는 무슨. 송두란 밥은 먹고 왔어? 서도희 요즘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다 얘. 송두란 그래? 오랜만인데 막국수 한 그릇 말아줄게. 서도희 잘됐다. 배고팠는데! (의자에 앉으며) 너 음식 솜씨 하나는 끝내주잖아! 황덕기 (파리채를 들고 서도희에게 다가와) 똥파리. 똥파리. 서도희 (놀라서) 아이고 애야! 뭐하는 거야? 아줌마 옷 더럽혀진다. 송두란 덕기야! 엄마 친구야. (사이) 엄마 친구. 황병식 (타이르듯) 덕기야 그러면 못쓰지! 엄마 손님인데 정중히 대해야지. 황덕기 ( 서도희 어깨를 파리채로 내리치며) 똥파리! 똥파리! 황병식 아이고, 덕기야! 아빠랑 밖에 나가서 놀자. 황병식 황덕기를 데리고 밖으로 퇴장. 송두란 미안하다 얘. 막국수 내올게 기다려. 서도희 괜찮아 뭐 이걸 가지고. 송두란 (나직하게) 우리 애가 정신 지체를 앓아……. 서도희 (놀라서) 어머 어쩌다가! 송두란 다듬던 파를 주방 입구 근처 탁자에 옮기고 주방으로 퇴장. 서도희 (어깨를 손으로 털며) 으이그 더러워! 썩을 새끼. 이게 얼마짜리 옷인데 파 리채를 휘두르고 지랄이야. (가게 안을 둘러보며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김갑수 그 병신 새끼. 경찰한테 왜 잡히고 지랄이야. 증거 없어 풀려나길 망 정이지. 그 바람에 나만 생고생이네. 시골 가서 한 몫 챙겨오라니. 촌구석 가기 싫어하는 거 알면서! 같이 왔음 얼마나 좋아? 촌 동네에는 건더기도 없는데! 증거 나오기 전에 같이 해외로 튀자고 하니, 이번 한번만 내가 도 와준다! 김부옥 기침을 하며 등장. 서도희 놀라서 담배를 바닥에 내팽겨 치고 발로 비벼 끈다. 김부옥 ( 서도희를 바라보고) 손님 계셨네. (큰 목소리로) 어멈아! 송두란 (주방에서) 나 여기 있어! 송두란 막국수 한 그릇을 내오며, 송두란 엄마 오늘은 일찍 나왔네. 밥은? 김부옥 배곯고 다니는 거 아니니 걱정 마. 송두란 (막국수를 서도희 앞에 내려놓으며) 후딱 먹어. 서울에서 와 피곤할 텐데. 김부옥 ( 서도희를 바라보고) 우리 어멈 친군가 보네! 곱게도 생겼네. 서도희 양이 좀 많네요. (콧소리를 내며) 어머니도 앉아서 같이 드세요. 두란아 빈 그릇 좀 줘! 양이 너무 많다 얘. 김부옥 같이 먹긴! 어멈 친군데 내가 대접해야지. (의자에 앉으며) 막국수 그릇 이 리 줘봐. 막국수는 제대로 비벼야 제 맛이 나지. (막국수를 비비며) 이 양념 장 새빨간 거 봐. 국산 고춧가루로 만들어서 그래! 서도희 (옆에 의자를 두들기며) 두란아 서 있지 말고 너도 어서 앉아. 송두란 의자에 앉는다. 서도희 막국수 그릇을 건네받고 별로 먹을 생각은 없는 듯 젓가락으로 휘저으며, 서도희 (조심스럽게 송두란에게) 요즘 먹고 살만 하니? 뉴스에서 어찌나 경제대란 이라고 떠들어 대는지.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돈 없어서 못살겠다고 난리야. (사이) 아참! 너 여기 강둑 주변에 군인아파트 들어온다는 소식 들었어? 강둑 땅 열 평만 가지고 있어도 보상금이 천만 원이라더라! 김부옥 아이고, 그게 정말이야? (한탄하며) 평생 시골 붙박이로 살았으니 그런 소식을 빨리 주워들을 수 있나! 서도희 그럼요! 그래서 서울사람들이 강둑 땅 다 사고 있잖아요. 서울 사람들이 그 런 쪽으로 귀가 얼마나 밝은데요.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땅 투기 하잖 아요. 저도 이참 에 강둑에 땅 조금 살려고요. ( 송두란에게 조심스럽게) 너 도 사. 송두란 내가 돈이 어디 있니……. 김부옥 어멈아 그거 있잖니 그거! 막국수 팔아 그 돈 언제 모은다니. 그 돈으로 땅이나 조금 사두자. 그 돈이 한두 푼도 아니고 덕기 서른 살 돼서 다 모을 래? 더 크기 전에 얼른 치료해야지. 송두란 (고민하듯) 엄마는 그 돈이 얼마나 된다고……. 김부옥 군인아파트 들어선다는 소문 나돌면 그 땅 사지도 못해. 개떼처럼 달려들어서 땅값 확 뛰어! 서도희 (간지럽게 웃으며) 어머! 어머니가 부동산을 아시나 봐요! 송두란 (생뚱맞게) 그럼 코스모스 군락지도 없애버리겠네? 서도희 얘는 무슨…… 매가리 없는 꽃 밀어 버리는 게 대수니! 송두란 그게 아니고……. 서도희 얘, 그건 그렇고! 투자해라. 투자해. 땅 사두면 몇 천 만드는 건 순식간이다 얘. 송두란 (머뭇거리며) 솔깃하긴 솔깃하다 얘. 황병식 황덕기에게 요요를 가르쳐주며 등장. 황덕기 요요! 요요! 빙그르르. 빙그르르. 황병식 (웃으며 서도희에게) 막국수는 맛있으세요? 황덕기 ( 서도희를 바라보고) 엄마 친구 (사이) 똥파리! 서도희 (짜증스런 표정으로 흠칫 놀란다.) 손님 쭈뼛쭈뼛 등장. 황덕기 (허리를 90도 각도로 숙이며 어눌하게) 어서 오십시오. 손님 (두리번거리며) 장사하나요? 황병식 (정중하게) 그럼요. 어서 오십시오. 이리 앉으세요. 서도희 (손목시계를 보며 급히) 손님도 오고…… 나는 그만 가봐야겠다 얘. 황덕기 ( 서도희에게 다가가 서도희 엉덩이를 만지며) 똥파리. 똥파리. 서도희 (화들짝 놀라) 뭐야! 어디를 만져! 송두란 (놀라서) 황덕기! 그러면 못써! 서도희 (놀라서) 별짓 다 당하네! 송두란 (황급하게) 미안해 (사이) 같이 나가. 배웅해 줄게. 손님 의자에 앉고 송두란과 서도희 밖으로 퇴장. 김부옥 탁자의 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퇴장. 황덕기는 파리채를 들고 가게 안을 배회한다. 손님 (식당을 두리번거리며) 별당이라…… 가게 이름이 특이하네요. 황병식 (물병과 컵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내 집이 바로 옆집 아닙니까. (사이) 넘어 지면 코 닿는데. 그래서 별당. 별당 하니까 때깔 나지요? (웃는다.) 손님 아…… 아씨들이 사는 곳! 황병식 (맞장구치며) 그래요. 그거! 뭐로 주문하실래요? 참고로 우리 집은 막국수가 끝장납니다. 손님 (웃으며) 네, 그걸로 하나 주세요. 황병식 (주방을 향해) 여기 막국수 하나! (손님에게 다가가) 어디 외지서 오셨어요? 손님 네……. 멀리서 온건 아니고요. 그냥 여기 군대에 친구 면회하러……. (가게 를 둘러보다가 가족사진을 보고) 오른쪽에 계신 분은 누구세요? (웃으며) 예쁘시네요. 황병식 (웃으며) 내 마누라예요. 저 때는 참 고왔는데. 황덕기 (병식에게 다가와) 아빠. 똥파리, 똥파리. 손님 (덕기를 보고 웃으며) 부인께서는 어디……? 황병식 서울서 온 친구 데려다 준다고 밖에 나갔어요. 마누라랑 동갑인거 같은데 어찌 그 리 곱던지. 서울 물이 좋긴 좋은가봐. 천상여자 인 것처럼 얼굴도 새하얗고 주름도 없고. 치맛자락도 나풀나풀. 우리 마누라는 나 만나서 많이 거칠어졌지. 손도 마음도. (한숨을 길게 내쉰다.) 아이고 내가 손님 앞에서 무슨 푸념을! 손님 아이고, 괜찮습니다. 편하게 말하세요. 김부옥 (주방에서 큰 목소리로) 막국수 다됐다! 황병식 (잽싸게) 알았어! 황병식 막국수를 가지고 와 손님상에 내려놓는다. 황병식 자 막국수 나왔습니다. (오지랖 넓게) 혹시 막국수 유래 아세요? 손님 (궁금하듯) 아! 먹기만 했지 유래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황병식 이게 산천 농민들이나 화전민이 먹던 국수예요. 배고픔의 음식이랄까? 흔한 메밀가루에 얼추 물 넣고 반죽해서 국숫발 뽑은 다음, 동치미 국물에 양념 장 얹어 간편하게 먹었던 음식이지요! 음, 막국수의 명칭에 관한 뚜렷한 견 해는 없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냥 막 비벼먹던 국수여서 막국수인거 같아요! (크게 웃는다.) 그렇게 막 비벼도 얼마나 맛있어요. 배가 고팠으니까! 손님 저도 어디 막 비벼서. (웃는다.) 황병식 그럼요! (따라 웃는다.) 잠시 뒤에 송두란이 들어오고 주방 입구 근처 탁자에 앉아 멍하니 파를 다듬는다. 황병식 들어오는 송두란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뒤로 몰래 다가서서, 황병식 (속삭이며) 두란이 젖가슴이나 만져볼까? 송두란 (깜짝 놀라 뒤돌아보며) 이게 미쳤나? 황병식 의자에 앉아 송두란에게 계속 장난을 한다. 황덕기 손님상을 기웃거린다. 주방에 있던 김부옥 밖으로 나오며, 김부옥 병식아! 황가네 집에 쌀사러 가자! 쌀자루 메야 하니 네가 좀 나서. 황병식 김부옥 여사 제가 힘이 어디 있다고……. 김부옥 (힘 있는 목소리로) 퍼뜩 가! 황병식 (장난스럽게) 네, 네. 김부옥과 황병식 밖으로 퇴장. 손님 막국수를 반쯤 먹고 급한지 시계를 본다. 시간을 확인하고 서둘러 일어선다. 손님 일어섬과 동시에, 황덕기 (허리를 90도 굽히고 어눌하게) 안녕히 가십시오. 손님과 송두란 웃는다. 손님 송두란에게 돈을 지불하고 밖으로 퇴장. 송두란 받은 돈을 바지 주머니에 구겨 넣고, 송두란 (덕기를 바라보고) 막국수 팔아 어느 세월에 서울대 병원 데려가나……. 어 느 세월에……. (긴 한숨) 송두란 막국수 그릇을 정리하고 잠시 후에 박기백 씩씩거리며 등장. 들어오자마자, 박기백 (두리번거리며) 그 새끼 어디 있어? ( 황덕기 쪽으로 다가가) 정신 나간 새끼가 엄 마 닮아 더럽게 밝히네. ( 황덕기 머리를 때리며) 그 엉덩이가 네 엉 덩이야 새끼야. 어딜 쓰다듬고 지랄이야. 그때 경숙이가 말리지 않았으면 넌 죽었어! 황덕기 (울먹이며) 엄마! 엄마! 송두란 (놀라서) 이 깡패새끼야 너 미쳤어? 양아치 새끼가 어디 와서 행패야! 박기백 다방레지년 성격 나오네! 한 대 치겠다 (얼굴을 들이밀며) 응? 덜떨어진 새끼 낳고 잘도 산다. (빈정거리며) 자식 교육 어떻게 시키는 거야? (사이) 하 긴 배운 게 있어야 뭘 가르쳐 주지. ( 황덕기 머리를 다시 후려갈긴다.) 송두란 박기백 이 개새끼야! (악을 쓰며) 누구한테 손찌검이야! (사이) 썩을 새끼야! 송두란 박기백에게 달려들고 황덕기 바닥에 쭈그려 앉아 운다. 박기백 송두란의 행동에 당황하다가, 박기백 ( 송두란을 세게 밀치며) 꺼져 이년아! 어딜 들러붙고 지랄이야. (빈정거리 며) 남자한테 들러붙는 버릇은 아직도 못 고쳤냐? 개 버릇 남 못 준다더니. 송두란 바닥에 내팽겨져 잠시 흐느끼다가 추스르고 일어나서, 송두란 (쏘아 붙이듯) 죽여! 죽여! 부동산 영감 궁둥이나 핥는 새끼야! 쭈글쭈글한 궁둥이 핥으니 좋디? 떨어지는 똥물이나 받아먹는 새끼가! 구린내 풍기지 말고 당장 꺼져! 구더기 같은 놈아! 박기백 ( 송두란 머리채를 휘어잡고) 너 오늘 똥통에서 뒹굴어 봐라. 황덕기 (울먹이며 벌떡 일어나 파리채로 박기백을 후려치며) 똥파리! 똥파리! 저리 가! 저리 가! 박기백 아…… 오늘 왜 이렇게 들러붙는 새끼들이 많아! ( 황덕기를 바닥으로 밀친 다.) 황덕기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 울면서) 똥파리! 똥파리! 엄마! 엄마! 박기백 엄마 닮아 한 성깔 하네. (바닥으로 밀친다.) 황덕기 바닥에 쓰러지고 부딪친 곳이 아픈지 끙끙댄다. 송두란 박기백 팔을 물어뜯고 내동댕이쳐진 황덕기에게 달려가 두 팔로 감싸 안는다. 박기백 (쓰라려서) 아 개 같은 년. 이빨자국 난 거 봐라. (탁자를 발로 밀어 쓰러뜨리고) 너 마음 편히 장사하려면 알아서 기어라. (빈정거리며) 남자한테 그 렇게 대들면 어디다 써? 송두란 ( 박기백을 째려보며) 뭐 어째? 넌 마음 편히 살려고 늙은이한테 기냐! 박기백 아 이게 한 마디를 안 지려고 하네. (그릇을 내팽겨 치며) 똑바로 해……. 오늘은 그냥 이쯤에서 끝낸다. 자식 교육 똑바로 시켜라. 너도 이참에 공부 좀 하고 응? 송두란 (덕기를 힘껏 끌어안고 악을 쓰며) 구더기 같은 새끼야 꺼져! 박기백 저걸 그냥 확……. 박기백 분이 덜 풀려 미닫이문에 가래침을 뱉고 퇴장. 송두란 황덕기를 일으켜 의자에 앉힌다. 황덕기 어깨를 들썩거리며 울먹인다. 송두란 넘어진 탁자를 일으켜 세우고 의자를 정리한다. 가게 안을 정리하다가, 송두란 ( 황덕기 머리를 쓰다듬으며) 덕기야? 많이 아파? 놀랐지? 황덕기 (울먹임을 멈추고) 여기 아파. 여기 아파. 잠시 후 김부옥과 어깨에 쌀자루를 멘 황병식 등장. 둘 다 어질러진 가게를 보고 놀란다. 황병식 쌀자루를 급하게 내려놓고, 황병식 (쌀자루를 내려놓으며) 여보!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식당 꼴이 왜 이래! 송두란 (덤덤하게) 호들갑 떨지 마. 아무 일 없었어! 황병식 무슨 일인데? 송두란 (무덤덤하게) 덕기 집에 데려가서 좀 재워. 황병식 무슨 일인지 말 좀 해라 말 좀! 송두란 (신경질적으로) 얼른! 황병식 (의아해하며 마지못해) 알았어……. 황병식 황덕기를 데리고 밖으로 퇴장. 김부옥 (두란에게 다가가) 어멈아? 송두란 (울먹거리며) 엄마 강둑 땅 사서 덕기 병원비 마련할까? 덕기 무시하는 건 죽어도 못 참겠어! 김부옥 (허탈하게 웃으며) 남들 보기에 그런 걸 어떻게 해……. 땅은 네가 알아서 해. 우리 집 가장은 너 아니니 너. 송두란 정신지체가 무슨 범죄야? 다방레지가 낳은 자식이라고, 애 꼴이 저렇다고, 얼마나 수근대는지! 지네 일 아니라고…… 떠벌리기는! 속사정도 모르면서. 김부옥 사는 게 다 그렇지. 다 그래. 송두란과 김부옥 가게 안을 정리한다. 가게를 다 정리하고 주방으로 둘 다 퇴장. 잠시 후에 말쑥하게 남색 정장을 차려 입은 황병식 등장. 텅 빈 가게 안에서 혼자 킥킥 거리며 좋아한다. 잠시 후에 머리띠를 두른 송두란이 분홍치마를 살랑대며 등장. 그 뒤를 따라 깔끔한 옷을 갖춰 입은 김부옥 등장. 송두란 어머니! 오늘은 개업기념 가족사진 찍는 날이니까 스마일. 입 꼬리를 살짝 올려주세요! ( 김부옥을 보며) 어머니 웃으니까 십 년은 젊어 보여요! 김부옥 아이고, 얘는 무슨……. 황병식 엄마가 가운데 서고 나랑 두란이랑 양 옆에 서면 되겠다. 송두란 병식씨도 스마일! 황병식 여보! 송두란 응! 황병식 내 마음 알지? 김부옥 (혀를 차며) 잘들 논다. 사진사 등장. 사진사 자 찍습니다. 가운데로 더 붙으세요. 더. (사이) 거기 어머니! 활짝 웃으세요. 자 찍습니다. (사이) 아 잠깐! 양 옆에 두 분이 어머니 팔짱 끼세요! 네 좋습니다. 자 찍 습니다. 하나, 둘, 셋. (찰칵 소리) 송두란 잘 찍혔어요? 사진사 (사진기를 정리하며) 네. 다 됐으니 내일이나 내일 모레 쯤 찾으러 오세요. 사진사 사진기를 가지고 퇴장. 김부옥 (웃으며) 잘 나왔나 모르겠네. 황병식 (웃으며) 걱정 하지 마, 엄마. (사이) 주름이 자글자글 잘 나왔을 테니! 김부옥 뭐야 이놈아! 송두란 (웃으며) 병식씨 농담하고는! 셋다 즐겁게 웃으며 퇴장. 벽에 걸린 가족사진에 조명. 잠시 후에 송두란과 김부 옥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등장. 둘 다 의자에 앉고, 김부옥 (무릎을 주무르며) 아이고, 요즘 왜 이리 무릎이 아프냐. 밤에는 허리가 아 파서 잠 도 잘 못 자겠더라. (사이) 친구는 서울 올라갔어? 송두란 식당 그만 나오고 집에서 쉬어……. 아직 안 올라갔을걸. 가기 전에 잠깐 들 른다고 했는데……. 서도희와 현재의 황병식 같이 등장. 송두란 (둘을 바라보며) 어떻게 둘이 같이 와? 황병식 (히죽거리며) 철물점 앞에서 만났어! 김부옥 아이고, 어서와. 여기 앉아 여기. 때 마침 잘 왔네. 잘 왔어. 서도희 (인사를 하며 의자에 앉는다. 송두란을 바라보고) 버스 시간이 남아서 잠깐 들렀어. (손부채질을 하며) 오월인데 날이 좀 덥다. (뜸들이다가) 내가 얘기 한 거 생각해봤어? 요즘 그런 기회 흔치 않다 얘. 김부옥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고말고. 송두란 (머뭇거리며) 덕기 멀쩡해질 수 있을까? 친구도 사귀고 대학도 가고 그럴 수 있을 까? 황병식 (의아해하며) 무슨 말이야? 서도희 (웃으며) 얘는…… 돈으로 안되는 게 어디 있니! (사이) 아까 이 근처 부동산 가게 좀 다녀왔어. 강둑 땅 매물 나온 게 좀 있더라. 부동산 업주들도 그 땅 개발 되는 거 잘 모르더라. 기회다. 기회. 내가 부동산 수수료 아끼려고 땅 팔려는 사람 수소문 좀 해봤지. (명함을 송두란에게 건네주며) 급전이 필 요해서 급하게 땅 판다고 하더라. 송두란 김갑수? 너는 얼마나 사게? 서도희 난 벌써 조금 사뒀지! (서류뭉치를 꺼내며) 이게 강둑 땅 매매 계약서다 얘. 송두란 어디 봐봐. (매매계약서를 훑어보며) 너도 김갑수 씨한테 샀네? 서도희 그 사람 급전이 필요한지 시세보다 싸게 내놓았더라고. 송두란 나도 살까……? 김부옥 어멈아 이참에 우리도 형편 좀 피자. 황병식 여보, 땅 사게? 어디 땅? 강둑 땅? 코스모스 군락지? 송두란 그 땅 개발된대. 땅 조금만 가지고 있어도 보상금이 엄청나대. 서도희 ( 황병식에게) 아들 치료비 마련하셔야죠! 두란아 전화하면 이 사람 바로 계약서 가 지고 올 거야. 황병식 (머뭇거리며) 네……. 송두란 (망설이다가) 그래. 사자, 사. 송두란의 결정에 잠시 정적이 흐른다. 잠시 후에 황덕기가 전단지 한 장을 손에 쥐고 어기적거리며 들어온다. 황덕기 엄마! (전단지를 펄럭이며) 엄마 친구! 엄마 친구! 송두란 (의아해하며) 그게 뭐니? ( 황덕기 손에 쥔 전단지를 보고) 공개수배? (놀라서) 서도희? (사이) 너……? 서도희 (흠칫 놀라) 이게 뭐야? 무슨 일이야! 꼬마야 그거 어디서 났어! 송두란 (놀라서) 무슨 일이야? 서도희 (급하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안내 멘트.) 송두란 왜 그래 왜! 서도희 (전화를 끊고) 어떡하니. 어떡해! 남자 잘못 만나 이 고생이야! 집이고 뭐고 가진 거 다 뺏기게 생겼어! 사기꾼으로 몰리고! 두란아 나 어떡하니! 아 그 망할 놈의 새끼! (망연자실) 나 멀리 떨어뜨려놓고! 김부옥 아이고, 어쩌다가……. 황병식 (눈치를 보며) 나쁜 놈이네! 서도희 (분주하게 서류 등을 챙기며) 나 가봐야겠다! 송두란 (재빨리) 잠깐, 잠깐만! 막국수 한 그릇 말아줄게! 서도희 (답답하듯) 막국수 먹을 시간이 어딨어! 송두란 밥 먹은 지 오래잖아! 아깐 먹지도 않더만! 한 젓가락이라도 먹고 올라가! 기운이 나야 싸울 거 아냐! 너는 겉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와서…… 으이그. 서도희 (울먹이며) 나 감옥 가면 어떻게 해? (털썩 주저앉는다.) 송두란 (안쓰러운 듯) 걱정 말고 의자에나 앉아! 죽기야 하겠냐고! 서도희 어쩔 줄 몰라 전전긍긍한다. 황병식과 김부옥 머쓱한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입구 근처 탁자로 옮겨 앉는다. 둘 다 말없이 탁자에 놓인 파를 다듬고 황덕기는 철없이 파리채를 들고 식당을 휘젓고 다닌다. 송두란 주방으로 들어갔다가 급하게 서도희에게 줄 막국수를 내오고 황덕기를 바라보며, 송두란 황덕기! 먼지 날려! ( 서도희에게 막국수를 내려놓으며) 너는 어쩌다가……. (사이) 땅 사서 부자 될 생각 말고, 네 몸이나 챙겨. 어서 먹어! 서도희 (아무 말 못한다. 막국수를 비비고 막국수 한 젓가락을 입에 가져다 댄다.) 송두란 (그 모습을 바라보고) 누구 집 아씨인지 참 고상 떨면서 먹는다. 막국수는 막 비벼 야 제 맛이지! 이게 초라해도 먹을 줄 알아야 먹는 거다. 지금 국숫 발을 양념장하고 내외시키나? 팍팍 비벼 먹어라! 황병식 두란아! 파 다 다듬었다. 참말로 파 속살이 두란이 속살 같네! 송두란 (창가 쪽으로 다가가며) 으이그…… 허튼 소리하고 자빠졌네.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며) 잘난 놈이나 못난 놈이나 이놈의 하루하루는……. (가족과 친구를 바라보며) 그래도 오월 햇살이 참 따뜻하다. 황덕기 (파리채로 탁자를 내리치며) 똥파리! 다방에서 들릴법한 감미로운 노래가 들려오고 무대 점점 어두워진다. -막 ■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