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김 태 원
-오늘도
아내와 아이들은 잠들어 있었다.
문이 열리자.
단칸짜리 조그만 방안은
흰 쌀밥보다 더 포근하고 잔잔한
잠의 물결로 출렁이고 있었다.
등대처럼 깜박이는 촛불 하나-
사내는 언제나처럼 배를 띄웠다.
밟으면 금새 꺼질 것 같은 조그만 섬들
잔바람에도 쉽게 흔들리고
촛불 하나로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의 살림들
살이의 비듬들.
사내는
조심조심 그 섬을 돌아
등 굽은 바위섬에 닻을 내렸다.
아이 둘을 낳은 뒤부터 등이 굽은 아내는
오히려, 새우잠이 편하다고 한다.
그는 말없이 아내 옆에 누웠다.
추위와 가난에
성욕마저 빼앗겨버린 밤
또 하나의 등 굽은 바위섬이
땅속 깊이 꺼져 들어가고 있었다.
섬 한귀퉁이에 작은 고깃배 하나 묶어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