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 蛇
김성철
동면 깬 뱀능선 올라타 ‘花巖寺’에 오른다 굽진 배암 등은 이른 봄볕에 기름지고 기지개 켜는 새순들, 바람 딛는 소리 들린다
길가엔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뱀의 허물들 지난겨울 폭설 묻어 나와 이목구비 뚜렷하다 冬眠 자국 선명한 꽃봉마다 팽팽한 긴장감이 묻어 나오고 곧 봄의 산란이 시작될 것 같다
똬리 트는 덩굴은 줄기마다 생명력에 대해 함구한 채 꼿꼿이 꼬리 세우고
화암사의 경내에 발 디밀자
울컥 쏟아 들어오는 봄의 볕
봄은 능선 따라 들어와 나른했으나
단아했다
배암은 우화루 지나 민흘림기둥 지나
극락전을 걸쳐
원시림 안으로 들어간다
천년 동안 굽어진 花蛇의 길
‘화암’은 천년 묵은 배암을 키우고 있다
잠시 바람이 푸는 경전소리 들렸을까
원시림 몸 제쳐 한껏 소리 지른다
그때
몸 가득 피어나는 비늘들
배암의 허물이 내 몸 안에서
봄 싹 틔우는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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