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67)
김형엽
황 필두는 시가를 재털이에 비비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비가 내리고 있는 밖을
한번 쳐다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위에는 옥향이 알몸인 상태로 엎드려
누워 있었다.
( 벌써 잠이 들은 모양인가. )
침대 근처로 가서 엎드려 있는 옥향의 모습을 바라보던 황 필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그렇게 하루 종일 수영을 즐겼으니 피곤하겠지. 그러나 나는 너를 그렇게
잠만 자게 내 버려 둘 수는 없지. )
황 필두는 자신이 입고 있던 까운을 벗어서 바닥으로 집어 던지고는 엎드려 있는
옥향의 상체를 움직여 바로 눕히었다. 옥향의 입에서 잠꼬대같은 신음소리가
조그맣게 새어 나왔다. 황 필두는 천천히 옥향의 나신을 선 채로 감상했다.
머리는 약간 오른쪽으로 돌려졌고 두 팔은 머리위로 향한 채 다리는 그대로
벌어진 상태였다.
황 필두는 마른침을 삼키고 나서 옥향의 다리를 천천히
침대 밑으로 당겼다. 무방비 상태로 옥향의 하체가 침대 밑으로 떨어졌다.
옥향이 상체를 조금 뒤척이다가 다시 잠잠해지자 황 필두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의 몸을 밀어 붙였다.
" 헉... "
옥향이 짤막한 비명소리를 지르며 감겼던 두 눈을 떴다.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상대방을 확인을 하고는 두 팔을 뻗어 목을 감아 안았다. 그러자
황 필두의 몸이 그대로 앞으로 쓰러지면서 옥향의 몸 위로 포개졌다. 잔잔하던
침대가 요란하게 흔들 거리며 옥향의 자지러지는 신음소리가 온 방안을 메꾸었다.
황 필두의 이마에서 작은 땀방울들이 맺혀 얼굴을 타고 흘러 내렸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빛을 뿜으면서 옥향의 나신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창 밖으로는 그들의 격렬함에 동조라도 하듯이 한 줄기 번개빛이 비추더니
곧 이어 요란한 천둥소리를 내며 굵은 빗방울을 뿌리기 시작했다.
옥향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 조차 천둥소리와 쏟아지는 비소리에 잠겨
어둠속으로 사라져 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 하지도에는 칠흙같은 어둠속에서도 작은 불빛이
연신 반짝이고 있었다. 쌍칼 일행은 각자 한 손에 작은 랜턴을 들고 피카소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30 여분을 돌아보았지만 피카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 이 쥐새끼 같은 놈이 도데체 어디로 사라진거야.... )
쌍칼은 연신 사방을 두리번 거리면서 피카소가 보이지 않자 초조해 졌다.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 음.. 벌써 자정이 넘어 버렸군... 작전을 바꾸어야 겠어. 놈을 찾기에는 너무
어두워... 어차피 이 곳을 빠져 나가지 못 할것이니까 날이 밝는 새벽부터 찾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
쌍칼은 주머니에서 작은 물건을 하나 꺼내더니 입으로 가져갔다. 곧 이어
피리 소리같은 괴음이 어둠의 정막을 뚫으며 퍼져 나갔다.
" 삐익 ---- "
잠시 시간이 지나자 주위에서 쌍칼의 일행들이 하나 둘씩 나타났다.
" 무슨일입니까 ? "
그 중 가장 먼저 쌍칼에게 다가온 것은 도끼였다. 곧 이어 가물치 외 2 명도
쌍칼에게로 다가 갔다.
" 이런식으로 찾는 것은 불가능 할 것 같다. 놈은 이 산에 지형지물을 완전히
알기때문에 우리가 밤에 놈의 위치를 찾기에는 힘들어. 이러다가는 우리가 먼저
지쳐서 놈의 기습에 당할수도 있으니, 일단 배 근처로 가서 산의 길목을 지키며
교대로 잠을 청한 후 날이 밝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놈의 행방을 찾기로 하자. "
" 그럼 마을쪽에도 경비를 서야하지 않을까요 ? "
도끼가 마을쪽을 가리키며 쌍칼에게 물었다.
" 아냐. 놈은 마을로는 가지 않을거야. 피카소 자신도 사람들의 눈에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을 거니까. 일단 배로 돌아가자. "
쌍칼이 선두로 나서며 산을 내려가자 일행 모두도 뒤를 따라 배로 향했다.
쌍칼 일행이 그렇게 배로 철수할 무렵 영옥은 작은 동굴속에서 가방을 움켜
안은채 흐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온 몸으로 느껴지는 벌레들의 움직임에 더 이상
참지 못할 것 같았다. 벌레들은 그녀의 옷 사이를 헤집고 살 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녀는 좁은 동굴속에서 움직이면서 몸을 움직여 보았지만 허사였다.
( 더 이상은 못 참겠어... 이러다가 미쳐 버릴거야... )
결국 그녀는 동굴을 막고 있는 나무가지를 손으로 밀었다. 나무가지들이 살짝
걸쳐져 있었기에 그녀의 작은 힘만으로도 동굴을 막고 있던 나무가지들은 맥없이 밀렸다.
그녀는 가방을 움켜안은 채 동굴밖으로 뛰어 나와서는 정신없이 몸을 흔들어 되었다.
그러나 끈적끈적한 몸에 붙었던 벌레들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가방을
내려놓고는 티를 벗었다. 그녀의 상반신이 어둠속에서 유난히 반짝 거렸다.
그녀는 조금씩 내리는 비를 맞으며 옷으로 자신의 몸을 털었다. 그렇게 움직이는
그녀의 두 눈에는 아직도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 나쁜 자식... 이런 곳에다가 나를 쳐박아 놓고... )
그녀는 연신 몸을 닦아 내면서 사내를 원망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원망하던
시간도 잠시뿐 시커먼 손이 뒤에서 자신의 입을 막으면서 땅바닥으로 주저 앉혔다.
( 음... )
그녀는 신음소리 조차 내지 못하고 강한 힘에 이끌려 주저 앉았다.
" 무슨 짓을 하는거야. 죽고 싶어 환장했어. "
그녀는 사내가 누군인지를 알고는 잠자코 있었다. 사내는 천천히 그녀의 입에서 손을
떼며 몸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 왜 말을 안 듣는 거야. 그냥 죽고 싶은거야. "
사내가 목소리를 낮추면서 그녀를 노려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 못 견디겠어요. 도저히 더 이상 견딜수가 없었어요. "
그러자 사내의 손이 빠른 동작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 쉿. 목소리가 너무 커. "
그녀의 두 눈에서 또 다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 일어서. 날 따라와. "
사내는 가방을 한쪽 어깨에 매고 한쪽 손으로는 그녀의 부축이면서 조금씩
움직여 처음 있었던 동굴로 향했다. 그녀는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사내는 능숙하게 그녀를 이끌고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에 들어선 사내는
그녀를 잡았던 손을 풀었다.
" 놈들은 지금 배가 있는 곳으로 철수했어. 언제 다시 나를 찾으려고 올 지 모르니까
얼른 호수에서 몸을 닦아. "
그녀는 사내의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치 앞도 볼 수
없었기에 그녀는 한 발자국 옮기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사내는 그녀의 움직임을
쉽게 알아보았다. 그녀의 상체가 어둠속에서 유난히 하얗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사내는 몸을 일으켜 제대로 움직이는 못하고 있는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 자. 이쪽으로.. "
그녀는 사내의 손을 꼭 붙들고 사내가 이끄는 데로 발걸음을 옮겼다.
" 다 왔어. "
사내가 그녀의 손을 당겨 물이 있는 곳으로 이끌었다. 그녀의 손에 시원하고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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