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73)
김형엽
" 배가 육지에 닿으려면 약 3 시간정도가 걸릴텐데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는게 어때. "
" 괜챦아요. 그냥 여기 이대로 있겠어요. "
" 피곤할텐데... "
" ..... "
" 집으로 돌아가면 이제까지의 모든일을 다 잊어 버려. 약속한데로
두번 다시 당신앞에 나타나지 않겠어. "
" ..... "
" 당신 남편이 돌아오는 날 가게되어 다행이라 생각해. "
그녀의 눈에서 어느 새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 여보.... )
그녀는 속으로 남편을 부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사내가 손을 뻗어 울고있는 그녀를
살며시 끌어 당겨 품에 안았다. 그녀는 더 크게 흐느끼며 어깨를 들썩 거렸다.
그들이 탑승한 배는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하늘에 수 많은 별들이 배를 따라
움직이듯 따라갔다.
안산경찰서 강력계 사무실에는 아침부터 최 장환 반장이 피워되는 담배로 인해
사무실 안이 자욱한 연기로 가득차 있었고 최 반장 맞은편에는 주 우남 형사가
책상위에다 귀걸이를 내려놓고 바라보면서 슬금슬금 최 반장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 주 형사. "
담배를 비벼 끄면서 최 반장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 예. "
주 형사도 일어났다.
" 유 형사에게 전화해서 국내에서 활동하는 자들의 신상명세가 다 나왔는지 알아봐. "
" 예. 알겠습니다. "
주 형사는 곧 전화 수화기를 들어 다이얼을 눌렀다.
( 젠장. 여수에서 돌아온 지 벌써 1 주일이 지났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어. 해외에서
들어 온 인물은 다 조사가 끝났지만 그 자는 없었고, 항구를 통해 들어오지도 않았고
그렇다면 결국 국내에서 활동하는 자라는 얘기인데... 대체 누굴까 ? )
최 반장은 사무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고심하더니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 국내에서 활동하는 자라면 그렇게 쉽게 사람을 해치지는 않을텐데...
국내에서 활동하는 자는 분명히 아닐거야. 괜히 유 형사에게 쓸데없는 일만 시키는 것 같군. )
" 반장님. 유 형사가 지금 이리로 출발하겠다고 하는데요. "
" 그렇게 하라고 해. "
" 예. "
( 배를 이용해서 밀입국을 했다면...... 그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
" 황 필두를 감시하는 조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나 ? "
" 예. 어제부터 양평에 있는 별장으로 들어간뒤 오늘 아침까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
" 이리와봐. "
최 반장과 주 형사는 소파에 마주 앉았다.
" 커피 드릴까요 ? "
타자기를 두드리던 송 숙희 경사가 살며시 웃으며 다가왔다.
" 오늘은 웬일이야. "
최 반장과 주 형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송 경사를 바라보았다.
" 요즘 사건 해결이 안 되어서 그런지 반장님이 더 늙어 보여서요.
그래서 저라도 반장님 얼굴에 조금이나마 웃음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려고요. "
" 어이구. 이제 좀 여자같아 보이네. "
주 형사가 송 경사의 서있는 모습을 아래위로 쳐다보자 송 경사의 볼이
조금씩 붉어지고 있었다.
" 놀리지 마세요. 주 형사님. 그러면 커피 안 갖다 줄 겁니다. "
" 늙어 보인다... 이것 큰 일이군. 벌써 늙다는 소리를 다 듣다니. "
" 잠깐 기다리세요. 곧 갖다 드릴께요. "
송 경사가 몸을 돌려 출입구쪽으로 나갔다. 주 형사는 송 경사의 나가는
뒷모습을 넋나간 사람처럼 쳐다보았다.
" 무엇을 그렇게 넋 나간 사람처럼 쳐다봐. "
주 형사가 피식 웃었다.
" 송 경사도 여자처럼 느껴지는데요. "
" 뭐. 아니 그럼 여태까지는 여자로 보지 않았다는 얘기야. "
" 예. 여자로 느껴본 적이 없지요. 그저 한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것 외에는 달리
특별하게 여자라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습니다. "
" 아니 젊은 사람이 왜 그래. 마치 나 만큼이나 나이 먹은 사람같군. "
주 형사가 뒤 머리를 만지며 웃어 보였다.
" 어제 완성한 몽타지야. "
최 반장이 탁자위에 종이 한장을 펼쳐 보였다.
" 여수에서 자신의 배로 하지도까지 태워다 주었다는 청년의 기억으로 간신히 완성은
했지만 남자의 얼굴은 끝내 생각해 내지 못했어. "
주 형사는 탁자위에 종이를 집어 들었다.
" 음. 정말 상당한 미인인데요. 어떻게 이런 미인이 동행을 하였을까요 ? "
주 형사는 몽타지에 그려진 여인에게 완전히 사로 잡히는 기분을 느꼈다.
" 무엇을 그렇게 넋 나간 사람처럼 보세요. "
어느새 송 경사가 커피잔을 소파위에 내려 놓으며 주 형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 아.. 아무것도 아니야. "
" 피. 저도 보았었요. 같은 여자인 저도 질투를 느낄만큼 이쁜 여자네요. "
" 그렇지. 그림이 이 정도니 실물은 더 매력있겠지. "
주 형사가 몽타지를 송 경사 얼굴에 바싹 비추자 송 경사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 커피나 드세요. "
" 고마워. "
최 반장은 담배재를 털며 탁자위에 커피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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