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석학 강의 동영상 무료 제공… '펭귄스텝' 김형률 숙명여대 교수
〈클릭〉 빌 게이츠가 미국 사회에서 교사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클릭〉 예일대 폴 블룸 교수가 심리학 개론을 강의하고 있다.
〈클릭〉 2009년도 노벨 수상자 특강이 분야별로 진행되고 있다.
'펭귄스텝'(www.penguinstep.net)이라는 이름의 웹사이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이곳에서는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세계 고급 정보와 지식에 무료로 접속할 수 있다.
"인터넷 문명의 핵심은 '공짜만 살아남는다'입니다. 누구나 원하는 정보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럼 수익은 어디서 나오느냐? 내 콘텐츠가 사람들의 시간을 얼마나 빼앗느냐에 따라 광고는 자연히 들어오지요."
숙명여대 김형률(53) 교수(역사문화학과)는 강의 준비 이외의 시간은 모두 이런 동영상을 수집하고 편집해서 올리는 데 쓴다. 1년 전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모아오던 동영상을 정리, 한 달 전에 아예 사이트를 만들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강의, 유명인의 특강과 인터뷰까지 현재 700여개 동영상이 이 사이트에 올라 있다. 7000명에 이르는 한 달 누적 방문자 가운데 절반이 미국인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사이트(www.kocw.net)가 일부 비슷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펭귄스텝'이 유일할 겁니다. 우리 사이트의 강점은 매일 20~30개 동영상이 업데이트된다는 거죠. 이슈가 될만한 동영상을 선별해 세계 지식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어요."
- ▲ 김 교수가 '펭귄스텝' 홈페이지가 떠 있는 컴퓨터 앞에 섰다. 그는 "고급스러운 무료 정보를 어떻게 선별하고 편집할 것인가 하는 것이 우리 인터넷산업의 '다크오션'이다"라면서 "아직 아무도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엄청난 수익과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손민석 객원기자 kodaf@chosun.com
"유명 대학들이 '가치 있는 지식을 널리 퍼뜨리자'는 모토로 강의 동영상을 무료로 올려놨더군요. 기업들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런 프로젝트에 기금을 댔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인터넷 강국이라지만 정보화를 갈구하는 에너지가 몇 개 포털사이트에 갇혀 있어요. 엉터리 정보나 악플도 난무하고요. 우린 정보의 망망대해 속 작은 섬에 고립된 채 사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김 교수는 방문자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 만큼, 우리나라 석학과 기업 CEO들의 특강도 사이트에 올릴 계획이다. 또 외국 동영상을 접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인 영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번역이나 영문 원고 제공 같은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