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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고급정보, 엄청난 가치 창출할 것"

  • 입력 : 2010.02.23 22:52 / 수정 : 2010.02.23 22:55

세계석학 강의 동영상 무료 제공… '펭귄스텝' 김형률 숙명여대 교수

〈클릭〉 빌 게이츠가 미국 사회에서 교사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클릭〉 예일대 폴 블룸 교수가 심리학 개론을 강의하고 있다.

〈클릭〉 2009년도 노벨 수상자 특강이 분야별로 진행되고 있다.

'펭귄스텝'(www.penguinstep.net)이라는 이름의 웹사이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이곳에서는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세계 고급 정보와 지식에 무료로 접속할 수 있다.

"인터넷 문명의 핵심은 '공짜만 살아남는다'입니다. 누구나 원하는 정보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럼 수익은 어디서 나오느냐? 내 콘텐츠가 사람들의 시간을 얼마나 빼앗느냐에 따라 광고는 자연히 들어오지요."

숙명여대 김형률(53) 교수(역사문화학과)는 강의 준비 이외의 시간은 모두 이런 동영상을 수집하고 편집해서 올리는 데 쓴다. 1년 전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모아오던 동영상을 정리, 한 달 전에 아예 사이트를 만들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강의, 유명인의 특강과 인터뷰까지 현재 700여개 동영상이 이 사이트에 올라 있다. 7000명에 이르는 한 달 누적 방문자 가운데 절반이 미국인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사이트(www.kocw.net)가 일부 비슷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펭귄스텝'이 유일할 겁니다. 우리 사이트의 강점은 매일 20~30개 동영상이 업데이트된다는 거죠. 이슈가 될만한 동영상을 선별해 세계 지식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어요."

김 교수가 '펭귄스텝' 홈페이지가 떠 있는 컴퓨터 앞에 섰다. 그는 "고급스러운 무료 정보를 어떻게 선별하고 편집할 것인가 하는 것이 우리 인터넷산업의 '다크오션'이다"라면서 "아직 아무도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엄청난 수익과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손민석 객원기자 kodaf@chosun.com
김 교수는 학사와 석사는 독일에서, 박사 학위는 오스트리아에서 땄다. 하지만 4년 전만 해도 영어나 인터넷과는 담을 쌓고 지냈었다. 그가 이런 '고급 정보의 신세계'에 눈 뜬 계기는 아들의 해외 유학이었다. 미국 대학들 홈페이지를 둘러보던 중 스탠퍼드 평생대학원에서 운영하는 '오픈 컬처(www.openculture.com)'라는 강의 공유 사이트를 발견한 것이다.

"유명 대학들이 '가치 있는 지식을 널리 퍼뜨리자'는 모토로 강의 동영상을 무료로 올려놨더군요. 기업들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런 프로젝트에 기금을 댔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인터넷 강국이라지만 정보화를 갈구하는 에너지가 몇 개 포털사이트에 갇혀 있어요. 엉터리 정보나 악플도 난무하고요. 우린 정보의 망망대해 속 작은 섬에 고립된 채 사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김 교수는 방문자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 만큼, 우리나라 석학과 기업 CEO들의 특강도 사이트에 올릴 계획이다. 또 외국 동영상을 접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인 영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번역이나 영문 원고 제공 같은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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