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근로자 연극제 심사평

심사회의: 2010년 9월 19일 pm 10:00
심사위원장: 선욱현 (극작가/극단 필통 대표)
심사위원: 길해연 (배우/극단 작은신화)
박장렬 (연출가/서울연극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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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은 8월 21일부터 9월 19일까지 서울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근로자연극제 참가작품 28개팀 전 작품을 관람하였고,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 채점표를 작성하였으며, 주최측인 근로복지공단과 KBS 미디어가 집계한 총점표를 두고 심사 마지막날 총 심사회의를 갖게 되었다. 채점표에 의한 순위를 두고 감점 사항에 대한 주최측의 의견개진이 있었고 이를 기초로 심사위원들은 토론을 통해 최종 심사결과를 내놓게 되었다.

심사 기준은 예년과 같이 - 창의성, 연극 예술로서의 완성도, 근로자 참여도, 객석 반응 그 외에도 아마추어 연극인들로서의 패기와 성의 등도 심사의 주요 잣대로 삼았다.

주최측이 제기한 감점사항은 근로자연극제의 행사 취지에 맞추어, 출연배우 중 주조연급에 해당하는 배우가 근로자가 아닌 경우(재직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감점 대상이 되고 순위를 한 등급 아래 내릴 수 있다는 사항이었다. 그 결과, 주조연 배우 거의가 근로자가 아닌 경우, 아예 수상권에서 제외 되는 경우도 발생하였고, 또 어떤 경우는 감점을 하였음에도 그 격차가 1~3점 차가 아닌, 10점 이상 차이가 난 경우는 감점이 순위에 변동을 주지 않은 경우도 있었음을 밝혀둔다. 근로자 연극제는 단순 아마추어 연극제와는 다르게 근로자들의 연극 축제이다. 단순 참가 목적이라면 상관없지만 수상이 목적이라면 근로자 비율을 높이면 높일수록 수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은 자명한 일이다.

먼저 심사위원들은 전 작품을 관람한 심사총평을 나누었다. 요약해본 전체 의견은 아래와 같다.

1. 전반적으로 연기력이 향상되었다. 특히 작품을 향한 진지함이나 앙상블은 더욱 좋아진 느낌이다. 누구 한 사람이 튀는 게 아닌 대부분의 작품이 좋은 앙상블을 보여준다. (반대로 특별하게 눈에 띄는 연기자를 골라내기 힘들어 연기상 선정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됐든) 연극은 앙상블이다. 그래서 한 심사위원은 ‘앙상블상’이라도 제정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했다. 작품은 길게 늘어져 재미없었지만 배우들간의 끈끈한 앙상블이 좋았던 작품이 있었다고 얘기했다.

2. 또 작품 전반적인 평에선 자기만의 색깔 내기, 아마추어가 갖는 패기 등 창의성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변화의 징후는 역력하다. 1~2편이던 창작극이 올해는 5편의 창작극이 연극제에 참여했고 또 영화를 연극적으로 번안한 극도 참가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기존 연극을 가져왔더라도 독특한 무대 장치와 작품 해석을 보여주는 예도 있었다. 이제 근로자연극제는 ‘아마추어 연극인들이 모여 연극 한 번 만들어 본다.’, 혹은 ‘나도 연기 한 번 해볼래.’에서 ‘우리만의 색깔을 내는 독창적인 연극 만들기’로 확실히 진화해 가고 있음을 (몇 팀의 성과를 통해) 볼 수 있었고 그건 흐뭇한 일이었다.

3. 코미디극이 대세였는데 코미디 연기가 사실 쉬운 건 아니다. 희극으로 승화되지 못 하고 그냥 개인 장기 자랑이나 사소한 해프닝처럼 보이는 예가 많았다. 극이 그러면 가벼워 보이고 연극 진정성마저 훼손당하기 쉽다. 코미디는 사실 비극적 현실의 승화이며 초월 아니던가!

4. 런닝타임이 또 지적되었다. 유독 2시간을 육박하는 작품이 많았고 심지어 2시간 20분 공연하는 팀도 있었다. 알다시피 이번 여름 더위에, 열악한 소극장 객석 현실에서 2시간이라니! 함께 보던 공연팀의 지인들도 힘들어하는 게 역력했다. 물론 극을 줄이는 게 더 어렵다는 것도 안다. 작품 선정할 때 조금 고려되었음 한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쉽다. 대학로 연극 보러갔는데, '공연 얼마나 해요?' ‘두 시간이요’ 과히 즐겁지 않을 것이다. 왜 개선되지 않을까. 연극은 우리 자신이 즐거워서 우리만 좋자고 하는 게 아니잖은가. 그런 의미에서 신춘문예 작품을 후보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대개는 50분 내외의 단막극들이기 때문이다. 50분이 너무 짧은가. 즐겁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아무튼 연극제 요강에는 90분 내외로 규정되어 있는 걸로 안다. 90분이 넘어가는 순간 심사위원들의 채점표도 한 점씩 내려가고 있단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실제로 이번 연극제 참가작 중 모 창작극의 경우, 초중반부엔 좋았다가 공연 시간이 길어지면서 대폭 감점된 작품이 있었다. 나중에 총 채점표를 보니 수상권 밖으로 밀려있었다. 안타깝다. 패인은 시간 조절 실패 때문이다. 작가나 연출은 왜 그 공연 시간을 조절하지 못했을까. 스스로 리허설하면서 못 느꼈을까! 다 좋았나? 그렇다면 할 말 없고 스스로도 힘든데 못 줄였다면 그 짐을 고스란히 관객한테 떠안긴 게 대폭 감점의 요인이었다.

5. 작품 선택의 적절성도 늘 지적되는 사항 중 하나이다. 자기 집단의 구성원이 해낼 수 있는, 자기 집단의 정체성에 걸맞는, 그런 작품을 선정하면 당연히 그 연극은 돋보인다. 이번 연극제에는 뮤지컬이 몇 작품 있었다. 연극의 언어가 대사라면 뮤지컬은 노래이다. 그런데 그 노래가 구사되지 못 하면 그 뮤지컬은 집중하기 힘들고 내용 전달도 어렵게 된다. 시도는 소중하고 그 흘린 땀도 소중하다.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 하는 생각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냉정히 돌아보면 뮤지컬 참 쉽지 않다.

6. 올해 또는 작년에 창단하여 참가한 몇 팀이 있었다. 아, 격차가 크다! 그동안 근로자연극제 수상 기록들을 두고 일각에선 늘 그 팀이 그 팀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자주 수상하는 팀들의 공연을 그들이 보았으면 한다. 성의가 다르고 실력이 다르다. 문제는 성의인 것 같다. 오죽하면 극장에 입장해서 준비되어 있는 세트만 봐도 대충 점수가 매겨진다는 말이 나올까. (정말 그렇다) 게다가 시작하고 10분 지나면 정말 80% 이상 이 극의 전체 분위기를 짐작해낼 수 있다. 올해 연극제 참가작들을 보니 이제 이런 표현을 하고 싶다. 근로자 연극제는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이다. 경쟁 정말 치열하다. 상위 10개팀의 경우는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정말 수상을 목적으로 이 연극제에 참가하는 거라면 아! 이제는 정말 쉽지 않을 것 같다.

7. 서두에서도 얘기했지만 근로자 참여율이 큰 변수가 된다. 재직증명서 제출에 무성의한 극단은 심사 자체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하긴 올해 느낀 거지만) 수상 보다는 참여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팀도 있는 것 같다. 펼쳐진 마당에서 한 번 우리가 사랑하는 연극을 즐겨보자는 순수한 의미에서 말이다. 그걸 탓할 수도 없고 그 중 큰 재미를 안겨준 작품도 있었다. 오죽하면 그 공연 기록을 관람 후에 찾아볼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8. 연출이 출연하거나 출연자가 연출자인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그런 극들은 템포가 떨어지고 연기자들간의 연기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평면적이 된다. 드라마도 낮은 곳 평지 높은 곳이 있는데 그런 세기가 조율되지 않아 그냥 대본 따라 연기자들이 외운 대사들을 차례로 외는 느낌이다. 연극은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며 연기와 스텝을 조율하여 밀고 당기고 오르락 내리락 파도를 치며 끝을 향해 나아간다. 그걸 조율하는 사람이 연출이다. 아마추어 연극일수록 연출의 힘이 컸다. 그 장악력이 연극의 밀도를 많이 좌우했다. 그런 의미에서 연출자가 연기까지 하는 팀들은 향후 고려해보았으면 한다.

그 외 대학로 연극에 출연하는 낯익은 배우가 출연하는 예도 있었는데 그건 좀 자제했으면 한다. 연극제의 순수성이 훼손당하는 것 같다.

이상으로 연극제 전반에 대한 총평이 있었고 이제 본심에 들어가
각 부문별 수상자가 점수 발표와 함께 추가 의견들을 서로 나누고, 최종 결정되었다.

먼저 단체상 순위가 정해졌다.
1등상이라 할 수 있는 국무총리상 후보로 두 작품이 경합을 벌였다. 점수는 1점차가 났지만 심사위원간에 열띤 토론이 있었다. 그만큼 두 작품은 누구에게 상을 주어도 의미가 있는 장점들을 서로 지니고 있었다. 극단 청년의 [장흥댁]과 극단 틈새의 [2010 말죽거리 악극단(이하, 말죽거리)]였다.

[장흥댁]의 경우 작품 선택과 놀라운 완성도가 큰 점수를 받았다. 2005년 신춘문예 당선작을 골라낸 작품 선택이 일단 돋보인다. 다수 연기자들의 진중하고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해낸 연기 앙상블, 공들이고 창의적인 무대, 무대전환의 자연스러움, 무엇보다 이들 모두를 조합해낸 연출이 돋보였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음에도 진지하고 겸허한 자세로 작품을 만든 것 같아 감동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융숭한 대접을 받고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공연이었습니다.’라고 얘기한 심사위원도 있었다.  

[말죽거리]의 경우 창작극이었는데 용감하고 맹렬한 창작정신이 큰 점수를 받았다. 전 출연진이 연출을 신뢰하며 뭔가 다 던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틈새는 2008년 창작마당극 [트루러부뎐]으로 1등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때도 과감하고 자유로운 무대 표현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작품에도 그 창작 정신은 이어지고 있었고 활발하고 자유로워 보였다. 틈새의 창작정신은 근로자 연극제의 수확같기도 하다. 대한민국에 창작극이 없다면 세계 연극계에 나가서 할 말이 없다. 당신네들은 어떤 연극을 하고 있소? 라고 물어볼 때 우리나라가 어떤 작품을 보여줘야 할까. 당신네들과 똑같이 하고 있는 오이디푸스? 햄릿? 우리에겐 이런 창작극이 있소, 라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오이디푸스, 햄릿을 해도 우린 이렇게 합니다, 라고 우리만의 색깔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나라 창작극 특유의 드라마구조, 형식 - 이런 걸 들이밀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극단 틈새의 창작정신은 근로자 연극제 역사에 있어서 매우 고무적이다.

그래서 1등상을 두고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간의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말죽거리] 작품의 초중반의 완성도가 1점차를 갈랐다. 악극단의 연극으로 풀어낸 뒷부분의 완성도는 놀랍고 훌륭하다. 거기에 비해 준비 시간이라 할 수 있는 드라마 초중반까지가 후반부와 색깔도 달랐고 지루한 느낌도 주었다. 창작정신에 연극의 완성도를 더하자. 더 냉정해지고 더 투철해지자.

그런 의미에서 청년의 [장흥댁]은 그동안 극단이 지녔던 색깔에 걸맞는 작품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고 신춘문예 작품을 골라낸 솜씨도 돋보인다. 신춘문예 작품이란 그야말로 시의성과 문학성, 연극적 완성도가 한 번 검증된 작품들이 아니던가. 다른 참가팀들도 앞으로 우선적으로 고려해보면 어떨까한다. 대학로에서 늘 봐오는 그런 작품, 근로자 연극제 단골 작품이 아닌 참신한 작품 선택이 필요한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이 이번에 좋은 출구 하나를 찾아낸 것 같다. 그 외에도 오랜 기간 쌓여진 배우들의 연기력, 스텝 분야의 준비, 이 모두를 조화롭게 버무려 하나의 테마로 뽑아낸 연출의 솜씨 모두 1등상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국무총리상과 대상작이 정해졌다.

금상은 극단 이벤트시어터의 [양조장 대폿집]이 선정되었다. 이 작품 또한 창작극이며, 작 연출가인 김석진 분은 창단 이래 여섯 번째 창작극을 연극제에 출품하고 있다. 앞서 얘기한 틈새와 함께 창작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그렇다고 다른 팀의 창작정신을 폄하하자는 건 아니다. 다름 팀 또한 기존 연극을 그대로 답습하는 게 아닌 새로운 해석과 표현을 창작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특히나 이 작품은 올해 근로자 문학제 금상 수상 작품이다. 문학제에 이어 그 희곡을 연극제로 가져와 훌륭한 연극 한 편으로 만들어냈다. 무대를 정말 시골 양조장 집 대폿집으로 꾸며 정서를 자극했고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 것이나 직접 막걸리를 관객에게 선사한 점도 전체 극 분위기를 정겹게 했다. 하지만 관객에 대한 배려인지 극의 전개를 위한 장치인지, 다소 길게 자주 이어진 ‘큰놈이’의 나레이션이 흠으로 지적되었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설정임에도 변하지 않고 걸려있던 현재의 달력도 옥의 티로 지적되었다.

은상은 두 편, 극단 아해의 [웃어라 무덤아] 그리고 극단 신예의 [오월엔 결혼할거야]가 선정되었다. 아해의 [웃어라 무덤아]는 우선 창의적이고 미학적인 무대가 눈에 띄었다. 차분한 연출력으로 극을 잘 끌어갔지만 연기자들의 연기가 어딘지 내면보다는 외면에 치중되었다는 지적이 있었고 배우들이 너무 열심히 하려고 했는지 소리 자체가 너무 커서 소극장인데 조금 부담스러웠다는 평이 있었다. 할머니 역과 소년 역 연기자에 대한 칭찬이 있었다. 할머니는 정말 우리네 할머니를 연상하게 하는 힘이 있었고 해맑은 소년 역 또한 맑은 기운을 객석에 잘 전달해주었다는 평이었다. 극단 신예는 경기도 기흥 삼성 반도체 직원들의 연극 동호회이다. 연출자가 퍼즐연극이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바쁜 회사 업무에 근무 시간차도 달라서 조각연습을 하며 공연을 완성해 나갔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완성도는 놀라웠다. 경기도 문화의 전당 소극장 - 하지만 중극장 규모였다. 무대 준비가 성실했고 운용도 좋았다. 바를 사용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장면 변환에 힘을 쏟았다. 연기자들 또한 중극장 연기로서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힘 있고 적절했다. 주연급과 조연급의 앙상블도 좋았다. 근로자 연극제에 이런 직장 단일팀이 많아져도 더욱 축제 분위기가 상승할 것 같다.

동상은 세 편, 극단 유령의 창작극 [벤처기업 JRK], 극단 무리의 [산불], 극단 일상탈출의 [눈 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가 선정되었다. [벤처기업 JRK]는 현재 우리 사회 있을법한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창작극으로 풀어내 공감과 재미를 불러냈다. 하지만 이야기 후반부 한 대리가 극을 정리하려는 부분이 예상되는 결말임에도 너무 길게 끌어간 점이 지적되었다. 연기자들의 앙상블은 장점으로 지적되었다. [산불]은 섬세한 무대 준비와 공들인 의상, 안정감 있는 연기 앙상블 등 여러 장점을 지녔음에도 자기만의 색깔이 있었나 하는 지적이 있었다. 도리어 원작에 덧붙인 마지막 굿(과 같은) 장면의 경우 사족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잘 알려진 명작들의 경우 구멍이 더 잘 보이는 단점이 있다. 신작이나 창작극의 경우 드라마의 참신성으로 극을 따라가게 된다면, 명작의 경우는 내용을 익히 잘 알고 있기 까닭에 그 전에 보았던 작품들과 비교 분석이 되거나 작품 해석을 더욱 들여다 보게 되는 부차적인 단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무리’가 들인 땀과 공은 소중했다. [눈 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또한 워낙 잘 알려진 작품이자 근로자 연극제 단골(?) 작품이다. 역시나 비교 분석이 될 수밖에 없다. 원작 그대로만 따라가도 눈물이 나야 하는데 왠지 이번엔 그러지 못 했다. 초점이 다른 데 맞추어져 있었을까. ‘이 작품의 미덕은 등장인물 모두 투박하지만 따스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극악스러움만이 강조 된 것도 아쉬운 점 중의 하나였습니다.’라는 한 심사위원의 의견이 있었다. 또 과잉 연기, 또 일부 연기자들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 감정이입을 막은 것도 지적되었다. 하지만 극단 일상탈출이 무대에 들이는 공이나 배우들이 쏟는 열정들이 일정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단체상 순위가 정해졌고,
극단 놀이터, 나루극회, 극단 함바꿈 등이 아쉬운 점수차로 수상권에 이르지 못했음을 밝혀둔다. 놀이터의 경우도 창작극이었는데 밝은 홈드라마 느낌의 달동네 이야기가 정겨웠지만 후반부의 드라마 정리가 필요했고 나루극회 또한 안정감 있는 연기 앙상블과 무대 준비가 장점이었고 함바꿈의 경우는 밝은 코미디를 선택하여 즐겁자고 한 의도는 느껴졌지만 드라마 자체가 지닌 결함 - 너무 겹치는 우연과 억지스러운 해피엔딩 등이 좀 걸림돌이 되었다.

다음은 개인상 수상자가 전해졌다.
최우수 연기상엔 극단 무리의 [산불]에서 귀덕 역의 박정아 분이 선정되었다. 주연이 아닌 어찌보면 단역이라고 볼 수도 있는 역이 선정된데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작은 역할이지만 창의적으로 그 역할을 해냈다고 보았다. 한 심사위원은 귀덕 역을 그렇게 형상화한 예를 처음 보았다고 했다. 에너지도 충분했고 정말 산골 동네에서 그런 처녀를 데려다 논 듯한 리얼리티가 백미였다.
연기상엔 남녀 각각 2명씩 선정되었다. 남자 연기상엔 모두 안정감 있는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잘 잡아준 나루극회의 권상원 분, 극단 유령의 이현우 분이 선정되었고 여자연기상엔 극단 놀이터의 [달 뜨는 집]에서 극의 한쪽 중심을 잘 잡아주며 극 전체에 힘을 실어준 미녀 역의 임정희 분과 무게 있고 안정감 있게 주인공 할머니를 잘 감당해 준 극단 아해의 정정아 분이 선정되었다. 연출상엔 자신의 희곡을 한 편의 연극으로 잘 형상화 한,극단 이벤트 시어터의 김석진 분, 희곡상엔 [2010 말죽거리 악극단]의 강제권 분, 특별상엔 뮤지컬을 준비한 노력과 공에 박수를 보내며 [극단 좋은사람들]을 선정하였고 무대미술상엔 자신들의 그루터기 소극장을 극의 분위기에 맞게 잘 준비한, 눈 내리는 창 소품도 신선했던, 극단 함바꿈이 선정되었다.

흔한 표현으로 축제는 끝이 났다. 성과를 올린 팀은 보람이 남았겠지만 사실 아쉬운 팀들이 훨씬 많을 걸로 안다. 참가팀들의 열정과 노고는 누군가 알아줘야 할 것 같다. 주무 단체인 근로복지공단에게 전하고 싶다. 근로자연극제는 이제 대다수 참가팀들의 각고의 노력과 열정 덕에 거듭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주무 단체의 지원과 응원이 절실한 시점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을 들이고 땀을 흘리는 국민 축제가 또 있을까! (가까이서 5년 이상) 지켜 본 심사위원들의 의견이다. 연극제의 이름 또한 거론하고 싶다. [근로자 연극제]라는 제호가 왠지 더 많은 국민들을 참여시키는 데 제약이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일하는 사람들의 예술축제/일하는 사람들의 연극제] 이러면 좀 더 시의적이며 부드럽지 않을까. (아! 그런데 누가 이 얘기를 들어줄까???)

이렇게 긴 여름, 극장을 순례하며 보낸 여정을 마무리한다.

※ 추신: 참! 이렇게 심사평을 무슨 심사 백서처럼 길게 쓰니 일각에선 애정이 느껴져서 좋다는 말도 들리지만, 누굴 가르치려 드느냐는 말도 있다고 한다. 그럴 리 없다. 심사위원으로 불려와 참가팀들의 열정을 모두 참관한 사람들의 애정으로 봐주었으면 한다. 우린 최소한 [이런 기준으로 심사하였고 이렇게 보았습니다]라고 밝힌 백서이자 함께 연극을 사랑하는 여러분에 대한 예의로 봐주었으면 한다.

[끝]

제 31회 연극제 수상자 명단

 

 

<단 체 상>

 

훈격

극단명

공연제목

국무총리상

연극패 청년

장흥댁

대상

틈새

2010 말죽거리 악극단

금상

이벤트 씨어터

양조장 대포집

은상

아해

웃어라 무덤아

은상

신예

오월엔 결혼할거야

동상

유령

벤처기업 JRK

동상

무리

산불

동상

일상탈출

눈 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개 인 상>

 

훈격

극단명

이름

최우수연기상

극단 무리

박정아

연기상(남)

극단 나루

권상원

연기상(남)

극단 유령

이현우

연기상(여)

극단 놀이터

임정희

연기상(여)

극단 아해

정정아

연출상

이벤트 씨어터

김석진

희곡상

극단 틈새

강제권

특별상

좋은사람들

 

무대미술상

함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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