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문학상 받은 최광리씨
전태일문학상 수상자들이 본 사회 모순·노동 현장의 분노 “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일 수도”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 이득신 ‘삼성맨’에서 ‘하청노동자’로
이득신의 생활기록문 ‘살아남은 자들의 도시’는 노동현장에서 적어내린 일기다.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 20년간 삼성에 몸담았던 이씨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표를 쓴다. 대기업 간부 출신을 반기는 일자리는 별로 없었다. 인터넷 채용 공고를 보고 ‘초보자 환영’이란 말에 건설현장직에 지원한다. 하필 그곳이 삼성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이었다. ‘대기업 사원’에서 ‘하청 건설노동자’로 양극단을 다 경험한 이씨가 느낀 것들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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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전태일문학상 / 박이레
국내 문학상/전태일문학상
2021. 4. 3.
장미아파트 / 박이레
장미 피었네
담장 위 철망까지 올라
붉은 장미 만발하네
101동과 111동은 직선거리 일이 분
담장 못 넘으니 돌아서 십여 분
지난봄, 가시철망 공사가 보강되었네
100동 사람들은 110동 사람들을 임대충*이라 하고
옆 단지 사람들은 100동 사람들을 주공 거지*라 한다는데
세상모르고 장미꽃, 자꾸 덤불을 이루고
전거지*와 월거지*로
105동에 사는 나
저 덤불, 오래 바라보네
덩굴장미 더 피어오르네
아파트 값 오르고 내리는지 모르고
가시철조망 왜 더해졌는지 모르고
철망 위로 오르고 오르네
벌레와 거지의 눈길 난무하던 허공 사방으로
장미 덩굴 타오르네
자정 넘은 가로등 아래서도 온통, 붉네
혹한기도 길었는데
폭염기가 길고 기네
* ‘임대충’은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용어로, ‘주공 거지’는 ‘주공아파트 거지’의 준말로 쓰이며,
‘월거지’는 ‘월세 사는 거지’, ‘전거지’는 ‘전세 사는 거지’를 가리킨다고 한다.
전태일의 노동해방, 인간해방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1988년 제정된 ‘전태일문학상’이 2020년 올해로 28회째를 맞았다. 특히 올해는 1970년 11월 13일 스물세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청년 전태일이 50주기를 맞이하는 해이다. 많은 문학상이 생겨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지만, 전태일문학상은 모든 노동자의 이름으로 불리는 전태일처럼 여전히 ‘삶과 함께하는 문학’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제28회 전태일 전태일문학상은 309명이 1,208편의 시를, 소설은 134명이 170편의 소설을, 116명이 149편의 생활글을, 6명이 6편의 르포를 응모하였으며, 제15회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은 101명이 307편의 시를, 145명이 145편의 산문을, 14명이 14편의 독후감을 응모하였다.
시 부문 당선작은 ‘시민의 삶을 축약된 언어로’ 표현한 「장미아파트」외 4편이며, 소설 부문은 투박한 문장 속에 용솟음치는 진정성으로 묘사한 「어금니」가 선정되었다. 생활글 부문 당선작 「걸어도, 걸어도」는 평생 노동자로 산 아버지의 병간호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렸으며, 특히 올해부터 생활글과 별도로 공모한 르포 부문 당선작 「다크 투어」는 아시아 곳곳을 찾아다니며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드러냄으로써 기록은 그 자체로 연대의 한 방식임을 깨닫게 한다.
출처 : https://blog.daum.net/k1996/15615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