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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 時代가 읽는 문학

1930년대 궁핍했던 식민지 현실 위로해준 소냐·카추샤
이른바 저항과 투쟁의 1980년대엔 고리키의 ‘어머니’ 열풍
우리의 시대는 무엇을 읽는가, 문학은 오늘도 유효한가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3.10.24. 03:00

시대가 읽는 문학이 있다. 20세기 초 한국을 휩쓴 러시아 문학 붐은 일본에서 건너왔지만, ‘남의 얘기 같지 않다’는 동질감은 제국보다 식민지 현실에서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봉건 전제 사회의 부조리와 억압받는 민중의 아픔을 반영한 그 문학은 위대한 휴머니즘의 보고(寶庫)였으며, 짓밟힌 삶에 대한 연민과 저항 의식을 여느 서구 문학보다 잘 대변해주었다.
톨스토이의 카추샤가 유린당한 처녀들의 대명사고, 도스토옙스키의 소냐는 희생당한 ‘순이’들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셈이다.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니코프는 물질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식민지 청년의 분신인 듯했다. 투르게네프의 손 흰 잉여 인간은 ‘남달리 손이 희어서’ 슬픈(정지용 ‘카페 프란스’) 식민지 지식인과 겹쳐졌고, 체호프가 그려낸 ‘환멸기’ 러시아의 애수는 근대 조선의 슬픔으로 투영되었다.

출처 :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3/10/24/3CTQRNFLSRDZBNCSUYHMHG7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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