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박종호의 오페라 이야기] ⑭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남자의 목소리… 그 화려한 부활
오페라 평론가·정신과 전문의
입력 : 2012.02.03 13:29
종종 뛰어난 '보이소프라노(boy soprano)'들도 있었는데, 문제는 그들의 활동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이다. 잘 부르는가 하면 어느 날 변성이 되어버리곤 하니, 합창단 측으로서도 난감했다. 이런 여러 이유로 보이소프라노들을 거세(去勢)하는 일이 생겨났다.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미리 막아서, 그들의 미성이 영원히 계속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런 이들을 가리켜 '거세한 남자가수'라는 뜻의 '카스트라토(castrato)'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Weekly BIZ] [오페라 살롱] 청중 마음 얻으려 변신 또 변신… 오페라 400년은 '혁신의 역사'
유정우·오페라 평론가
입력 : 2012.11.24 03:08
역사상 최초의 오페라는 1597년 피렌체에서 초연된 야코포 페리의 '다프네'이다. 피렌체의 인본주의자들이 만든 예술 동호회인 '카메라타'는 그리스·로마 문화를 되살리려는 르네상스 예술 최후의 과업으로 고대 그리스의 제전극을 재현하자는 목표를 세웠고 그 결과로 오페라가 탄생한 것이다.
베르디가 활발히 활동했던 19세기 중반의 밀라노는 지금과 달리 이웃 나라 오스트리아의 통치를 받고 있었다. 밀라노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곳곳이 주변국의 통치 아래 놓여 독립, 통일운동이 끊이지 않는 혼란기에 휩싸여 있었다. 오페라의 인기는 대단했지만 음악가들에게는 불안한 정치 상황 속 힘든 삶의 연속일수밖에 없었다.
[박종호의 문화一流] 객석서 터져나온 "비바 베르디!"… 그건 이탈리아 독립 열망이었다
조선일보
박종호 풍월당 대표
입력 2019.11.25 03:11
19세기 중반 이탈리아 분열, 북부는 오스트리아의 지배 받아
외세에 맞서는 오페라 내용… 베르디, 작곡자와 王 '중의적 지칭'
말년엔 전재산 털어 은퇴 음악가 양로원인 '안식의 집' 세워
미사곡 중 ‘레퀴엠’이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우리말로 ‘진혼곡’ 또는 ‘장송곡’이죠. 망자에게 애도를 표하며 영원한 안식을 비는 미사곡입니다. 일반 미사곡과는 가사 구성이 다르지만 역시 ‘불쌍히 여기소서’를 비롯한 몇 가지는 공통됩니다.
레퀴엠에 대부분 포함되는 부분으로 최후 심판을 묘사하는 ‘분노의 날(Dies Irae)’이 있습니다. 칼럼 끝부분의 QR코드를 찍어 베르디의 ‘분노의 날’을 들어보시면 익숙하게 느끼실 것입니다. 수많은 TV 프로그램에서 ‘분노’의 감정을 나타내는 데 사용하는 음악입니다. 모차르트의 ‘분노의 날’도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 기억하는 분이 많을 듯합니다. 둘의 차이도 흥미롭습니다. 베르디가 재난에 가까운 ‘분노’를 쏟아놓는다면, 모차르트는 쫓기는 듯한 공포와 초조감을 짙게 전달합니다.
■ 강인선 Live
정신과 전문의 박종호씨의 '내 사랑 오페라'
"오페라는 인간의 지혜가 만들어낸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오페라를 즐기고 좋아하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본업도 아니면서 책 쓰고 강의까지 하려면 엄청난 축적과 관리가 있었다는 뜻이잖아요?
"지난 20~30년 동안 정말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제 생각을 만들어왔어요. 때론 고생고생하며 이탈리아 시골 구석까지 찾아가 오페라 공연을 보지요. 한밤중에 생전 처음 가본 컴컴한 시골길에서 헤매다가 가까스로 호텔을 찾아 어두운 방에 들어설 때면 힘들고 무섭고 외로워요. 제가 쓰는 책은 그런 고독의 결과입니다. 브람스는 '자유를 원하면 고독을 감수하고, 고독을 원치 않으면 자유를 포기하라'고 했어요. 저는 고독하지만 자유롭게 삽니다."
슈베르트도 당대의 대시인 괴테의 시를 많이 사용했다. 대표작 ‘마왕’ ‘들장미’가 모두 괴테의 시다. 그러나 시인은 자신의 작품들에 곡을 붙여준 슈베르트에게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숫기 없고 못 생기고 출신조차 한미한 천재를 괴테는 알아보지 못했다. 만약 슈베르트에게 연가곡 시를 써 주었다면 어떤 작품이 되었을까?
1908년 신극 운동 이끌던 이인직이 최초의 창작 창극 '은세계' 등 공연
1950년대까지 인기 누리다 잊혀져… 최근 현대화로 해외서 주목 받아
재해석한 '변강쇠전' 파리서 공연, 그리스 비극을 창극으로 풀어내기도
창극은 판소리를 바탕으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형성된 연극 양식입니다. 판소리는 소리꾼 1명이 북을 두드리는 고수의 가락에 맞춰 춘향이도 되고 이도령도 되지만, 창극은 극을 이끌어가는 사회자 역할인 '도창'을 비롯해 여러 소리꾼이 각자 배역을 맡아 노래와 연기를 한다는 점이 가장 다릅니다. 즉 판소리와 창극은 소리꾼이 등장하고 창과 아니리(판소리에서 가락을 붙이지 않고 이야기하듯 엮어나가는 사설), 발림(소리꾼들이 몸을 이용해 상황을 그려내는 동작) 등 판소리의 세 요소를 활용한다는 점은 같지만, 형태는 다른 공연 양식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사계'는 '화성과 창의의 시도'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 번호 8에 수록된 협주곡 12곡 중 앞의 4곡입니다. 당시 바로크 시대엔 작품을 구별하기 위해 협주곡에 제목을 붙이는 것이 유행이었어요. 이 네 곡에는 봄·여름·가을·겨울 등 사계절 이름을 붙였어요. 또 이 곡들에는 매우 특이하게도 누가 썼는지 모르는 짧은 시(詩) '소네트(sonnet)'가 붙어 있답니다. 시에는 이탈리아 시골 마을 사계절의 자연 풍경과 사람들 모습이 잘 그려져 있는데, 음악 표현이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요. 그래서 비발디가 직접 썼다는 의견도 있어요.
오페라는 노래, 연기, 의상, 무대 장치, 관현악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예술이고, 오라토리오는 규모가 작은 오페라예요. 주로 성경에 나오는 종교적인 이야기를 다루죠. 또 오라토리오에는 오페라에 없는 '낭송자'가 있어요. 낭송자는 저음 반주에 마치 낭송하듯 성경을 노래하고 다른 사람들은 합창으로 화음을 내죠.
이 오라토리오보다 규모가 더 작은 것이 '칸타타'랍니다. 칸타타는 '노래하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칸타레(cantare)'에서 유래했어요. 칸타타에는 화려한 무대 장치나 연기는 빠지고, 주로 독창과 합창으로 이뤄져요. 내용에 따라선 종교적 내용의 '교회 칸타타'와 세속적인 가사의 '세속 칸타타'로 나뉘어요. 칸타타는 오라토리오보다 가사 길이가 짧아서 줄거리를 해설하는 낭송자는 없답니다.
이런 말이 나온 것은 두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 때문이다. 둘은 같은 독일 출신이자 동갑내기다. 음악에서 위대한 업적을 이루고, 이후 고전음악의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들이 활동한 지역과 분야는 판이하며, 그들은 서로 존중했지만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바흐는 평생 고향 언저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궁정과 교회에 봉직하여 고용주가 요구하는 음악을 작곡하는 것을 천직으로 알았다. 반면 헨델은 20대에 외국으로 나가 50년 가까이 영국에서 살았다. 그는 오페라 회사를 차려서 40편이 넘는 오페라를 쓰고 공연하여 큰 성공을 거둔다. 그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가로 부귀와 명성을 누렸다.
셰익스피어의 이른바 4대 비극(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가운데 하나인 ‘리어왕’은 비극이기 이전에 한 편의 인생 교과서요, 리더십 교본이다. 고전적으로 보자면 선악과 배신이 주제이기도 하겠지만 좀 더 현대적으로, 아니 세속적으로 보자면 리어왕의 제1 교훈은 “섣불리 미리 나누지 말라!”는 것이리라. 사실 리어왕 비극의 단초는 무작정 미리 나눠 준 데 있었다. 부와 영토와 권력을 모두 가져 부러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 리어왕이 세 딸(고너릴, 리건, 코델리아)에게 나라를 ‘미리’ 나눠 준 후 본인은 편안한 노후를 즐기겠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계획과 판단을 했다지만, 정작 그것이 자신은 물론 자식을 모두 죽이고 나라마저 결딴나게 만드는 파탄의 씨앗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