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기르는 법(1)
황태영
ㄱ.
내일은 전국적으로 쥐 잡는 날이군. 집으로 걸어오다가 동사무소의 게시판에
나붙은 포스터를 보고 알았어.
쥐.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지. 쥐는 인류의 적이라고. 거 참 세상에는
적이 많기도 하지. 전쟁통에선 빨갱이가 우리의 적이더니 요새는 어느
제약회사 광고에 의하면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 간디스토마 허파디스토마가 우리의
영원한 적이 되기도 하고, 위생당국에 의하면 불량식품이야말로 천하에 둘도 없는
우리의 적이 되기도 하고, 정말 적투성이의 험한 세상을 우리가 불행하게도
살고 있는 모양이야. 기독교에서도 이 세상이 적그리스도의 지배를 받고 있는 악한 세상이라고 하지 않던가.
어쨌던 말야 이제는 정말이지 요놈의 콩알만한 쥐새끼까지 우리 인간의 적이라니
빌어먹을 놈의 세상이지 뭐야. 그런데 웃기는 소리야, 내일 우리 동네도 쥐약을 놓아야
한다는 건. 전국적으로, 아니 좀더 거창하게 말해서 세계적으로 쥐의 인구증가,
아니 그것보다는 쥐의 번식율이라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인성싶군, 그것이
엄청나다는 사실은 나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그러나 적어도 우리 동네는
말야 정작 잡아야 할 것은 쥐새끼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거대한 쥐, 즉
도둑놈이란 그 말씀이야.
우리 아버지는 '병삼목재소'라는 제법 큰 목재소를 경영하시는데,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우리 목재소에 미송,적나왕,백나왕,갈참나무,미국삼나무 등 없는
나무가 없고 값도 다른곳에 비해 좀 싼 편이야. 혹시 집을 짓느다거나 내부수리하여
목재가 꽤 필요한 양반은 544-4989로 연락하라구 싸게 줄께. 번호도 외우기 쉬워
오사사 사구팔구 즉 오시오 그래서 목재를 사고 팔고 하자는 소리지. 전화 구입할
때 좀 신경썼더랬어.
원래 이야기로 되돌아가지. 도둑놈 이야기 말야. 나 말야 이동네에
이사온지 10년 이상이 되었는데도 지금껏 목재소안을 겁대가리없이 돌아다니는
쥐는 별로 없지만 마치 제집처럼 드나드는 도둑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봐왔어.
한번은 잠자다가 오줌이 마려워 밤늦게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며 일어나 뜨락으로 나왔었는데 어둠 속에서 낮선
검은 물체가 유령처럼 마당의 한복판에 우뚝 서 있더라구. 순간, 머리카락들이
일제히 쭈뼛하게 서더군. 난 단박에 긴장이 되었지. 이가 몹시 딱딱거리기
시작했어.
그러나 방금 저수지에서 쑥 낚아 올린 싱싱한 잉어처럼 팔딱팔딱 뛰는 내 가슴을
에써 진정시키고는 힘들게 입을 열었지.
"......누, 누 , 누구요?......"
그 물체는 휙 고개를 돌려 날 아래 위로 섬찟하게 몇 차례 훑어 보더니
"몰라서 물어? 자식, 싱겁긴."
하고 짜증 나는 듯이 한마디 뱉더라구.
그리고는 열려 있는 대문을 향해 여유만만하게 천천히 걸어가더니
대문을 살그머니 닫자마자 쏜살같이 달아나기 시작하더군. 이 동네 도둑들은
뭘 처먹었는지 모두 간뎅이가 부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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