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기르는 법(2)
황태영
어디 그뿐인가.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내 구두 한 짝과 아버지 구두 한 짝이
나란히 없더라구. 훔쳐가려면 짝을 맞추어 한 켤레를 가지고 갈 일이지, 그 바람에 두 사람 다 구두를 못 신게 되었잖아. 하여튼 이 동네는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도둑놈 천하야.
며칠 전엔 쌀집을 하는 원만식씨 집에 거의 매일같이 물건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었어. 그 집은 담도 높고 세파트도 두 마리나 키우고 있어 우리 동네에선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유일하게 한 번도 도둑맞은 일이 없던, 그러니까 도둑의 입장에서 보면 난공불락의 요새였다고나 할까, 그런 신화적인 집이었는데 그 신화가 어이없이 하룻밤 사이에 깨져 버린 거야. 그러더니 그날밤부턴 터진 봇물처럼 계속 물건들이 거의 매일같이 없어지는 거야. 도둑맞은 첫날은 탁상시계가 없어지더니, 둘쨋날은 커다란 괘종시계가 없어지고, 세쨋날은 값비싼 손목시계가 없어지고, 네쨋날은 칼라 테레비가 없어지고, 다섯쨋날은 삼성 비디오가 없어지고…… 야 정신 못 차릴 정도더라고. 그래서 원씨는 그 때 노이로제에 걸려 버렸었다구.
며칠동안 온 가족이 교대로 매복을 선 결과 마침내, 다이야 반지와 목걸이를 들고 불안하게 두리번거리며 살금 살금 안방을 기어 나오는 작자의 목덜미를 잡았는데, 그게 누군가하면 허, 며칠 전에 이사와서 건너방에 세든 신혼부부가 있었는데 바로 그 남편이었다는 거야. 부부간에 도둑질, 장물애비를 도맡아 부창부수해댄 모양이더라구. 그 이후론 셋방을 내놓기가 솔직히 겁난다고 동네 아낙네들이 모이면 쑥덕쑥덕대데.
그만큼 이 동네는 한마디로 말해 도둑놈의 천국이야. 오죽하면 뻐젓한 동네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도동이라고 다른 구역 사람들이 불러대겠어. 3도가 많다는 거야. 도둑놈, 도둑년, 도난사건이 많다 해서 삼도동이래. 요새는 갓 취직한 버스 안내양들마저 "삼도동요, 삼도동 내리실 분은 미리 미리 나오세요."하는데 진짜 낯이 뜨겁데. 정말이지 자존심이 팍 상하더라구.
쥐보다 도둑의 수가 훨씬 많으니까 우리 동네는 "쥐 잡는 날, 쥐약을 놓자" 가 아니라 "도둑 잡는 날, 동민이 한 마음이 되어 도둑놈을 포위해서 소탕하자" 라는 벽보로 고쳐 붙이는 게 더 잘하는 짓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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