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기르는 법(3)
황태영
도둑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다보니까 일년 전에 길렀던 개가 문뜩 생각나는군. 그러니까 한번은 오후에 내 여자친구한테서
전화가 따르릉, 하고 왔었다구.
"어, 병호씨니? 아닌가요? 맞는 것 같은데.
아, 아니구나. 미안해요. 문병호씨 좀 바꿔주시겠어요?
저 빨리요. 아주 급한 일이예요. 참 저 박 지나라고 말해주세요."
걘 항상 그래. 아무개죠. 아닌가요. 맞는 것 같은데. 아,아니구나.
미안해요. 아무개 좀 바꿔주시겠어요. 저 누구라고 해요. 저 빨리요. 아주 급한 일이예요...... 늘
그렇게 이쪽에서 대꾸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고 연발로 단숨에 재잘댄다니까.
저러다가 숨 넘어갈까봐 오히려 내가 긴장된다니까.
"웬일이야?"
그녀의 재잘거림이 멈추자 그때서야 내가 물었어.
"며칠 전에 우리집 개가 8마리나 강아지를 주루룩 낳았거든. 그래서 젖이 굉장히 모자란다니까.
이러다간 몇 마린 굶겨 죽이겠어. 병호씨가 한 목숨 구제해주지 않을래? 정말 딱해서 못보겠어."
"...... 개?"
개. 그래, 개야말로 귀찮은 도둑놈의 침입을 막는데는 안성마춤이란 생각이 순간 버번쩍
들더군.
난 곧장 그녀의 집으로 갔지. 그녀의 마당 한쪽 구석에 암캐 한 마리가 허연 젖들을
드러내놓은 채 권태롭게 옆으로 드러누워 있었고 수많은 강아지들이 각 젖마다 주둥이를 다닥다닥 붙여
열심히 젖을 죽죽 빨아대고 있더군. 건데 유독 새카만 강아지 한 마리가 젖을 먹지 않고 어미개에게서
멀리 떨어진 장독가에서 햇빛을 쬐면서 꾸벅꾸벅 졸고 있더라구. 어허, 요놈 봐라.
"맘에 드는 걸루 한 마리 찍어."
그래서 난 그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기르게 되었던 거야.
지금부터 그 개를 기르면서 체험한 바를 이야기해주는 것이니까 새로 개를 기르고자 하는 사람들은 귀를 기울여 보라구.
난 우선 그 개의 이름을 '이 기종'이라고 지었어. 그래서 "기종아, 기종아"하고 불렀었는데 이 동네는 그런 이름을 가진 작자가 제법
되더라구. "아니, 자네 나 불렀나?"하고 퉁명스레 다가오는 늙은이도 있었구, 정말 어처구니 없데.
해서 그냥 끝자만 음악성 있게 된소리로 발음하여 '쫑'이라고 부르게 되었지.
우리 기종이가 젖을 뗀 후 맨먼저 밥 먹는 훈련을 시켰지. 밥 그릇 앞에
서면 곧 주둥이를 처 넣는데, "기다려."하고 엄하게 명령하면서 목을 당겼다구. 그러다가 손을 떼어놓으면
요놈이 이내 주둥이를 처넣으려 한단 말야. 그럼 다시 목을 당기면서 "기다려."란 엄한 명령을 내린다구.
그러다가 알맞은 때에 "처먹어."하고 손을 떼어 놓으면서 먹게 하는 훈련을 식사때마다 몇 차례
되풀이하니까 기차게 말귀를 알아듣더군. 그 다음엔 "앉아"라고 명령하면서 엉덩이를 손으로 눌러 앉혔지.
그리곤 "일어서."라고 말하면서 일으켜 세우는 동작을 반복했어. 야, 그놈 정말 영리하데. 금방금방
말귀를 알아듣더라니까. 그래서 이제는 앉았다가 일어서, 엎드렸다가 누워, 악수하며 절하기 등을
교육시켰지. 거참, 그것도 며칠만에 배워버리더군. 정말 개로 태어난 게 아까울 정도였어.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국회의원 정도는 한 자리 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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