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130)

                                                     김형엽

   (그래. 너도 피곤했겠지. 고것.. 길만 잘 들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 )
   황은 침대에 걸터 앉으면서 잠든 희진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한쪽 모퉁이로 누우면서 짧은 한숨을 토해내고는 눈을 감았다.

    강남의 유성 나이트클럽은 자정이 넘자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들어 되는 젊은이들이 홀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무대곳곳에 거의 알몸의 여자들이 매혹적인 몸놀림으로 열기를 더 뜨겁게 했다. 홀 안에서 몸을 흔들면서 비벼되는 젊은이들의 얼굴에는 걱정이라곤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그런 표정들이었다.
   사장 송 진수.
   일명 킹콩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으면서 개미파의 열손가락안에 낄 만큼 인정을 받고 실력파로서 유성 호텔과 나이트클럽을 담당하고 있다.
   ( 음.. 오늘도 역시 만원을 이루는구나. )
   그는 거의 빈자리가 없을만큼 자리를 꽉 채운 사람들을 보면서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무대 주변을 천천히 걸어갔다. 그가 지나갈 때마다 그 곳에서 종사하는 종업원들은 거의 직각으로 허리를 굽히면서 공손하게 절을 했다.
   " 들어가시겠습니까? "
   지배인이 킹콩에게 다가서며 공손하게 말을 했다.
   " 그래. 남은 시간도 수고 좀 하고.. 특별한 일은 없지? "
   " 예. 없습니다. 그럼 차 대기시키겠습니다. 천천히 나오십시오. "
   " 그래. "
   24 층의 나이트클럽 문을 빠져나오자 좌우로 덩치가 큰 사내들이 따라 붙었다.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지하 1 층을 향해 내려갔다.
   이윽고 지하 1 층에 도착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렸다.
   킹콩과 좌우의 사내 셋이 주차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주차장에는 몇대의 차만이 주차되어 있을뿐 썰렁한 분위기를 느낄만큼 텅 비어 있었다.
   그랜저 한대가 천천히 움직이더니 킹콩 일행이 있는곳으로 다가가서 멈추었다. 킹콩 우측에 있던 사내가 그랜저의 뒷문을 열자 킹콩은 손을 들어주면서 둘에게 들어가라는 표시를 했다. 차가 천천히 지하주차장에서 빠져나가자 두 사내는 허리를 굽혀 공손히 절을 했다. 차가 완전히 빠져나가고 두 사내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향했다.
   그 때였다.
   검은 물체가 하나가 전광석화처럼 두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 퍼억 - "
   둔탁한 소리가 나면서 사내 하나가 맥도 못 추고 앞으로 넘어갔다.
   " 뭐야? "
   또 한 사내가 놀라면서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사내의 이마에 불꽃이 튕기는 순간이었다.
   " 억 - "
   사내의 이마에서는 곧 붉은 선혈이 튀면서 주차장 바닥에 피를 뿌렸다. 먼저 쓰러진 사내는 아예 미동도 없었고 이마에서 피가 흐르는 사내는 주저앉은 채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검은 물체를 바라보았다.
   " 으... 누.. 누구냐.. "
   중절모를 눌러쓰고 오른속에는 수건으로 싼 쇠파이프를 든 사내가 천천히 몸을 숙이면서 조그맣게 입을 열었다.
   " 목숨을 건지고 싶으면 묻는 말에 대답해라. "
   " 너.. 는.. 피카소... "
   피카소는 쇠파이프를 바닥에 내려 놓고 품안에서 칼을 뽑았다. 이마에서 피가 흐르는 사내의 목에 칼끝이 와 닿았다. 사내의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어둠속에서 들렸다.
   " 목숨은 하나 뿐이야. 황 필두 어디 있냐. "
   " 우.. 우린 모른다. "
   그 말이 떨어지기도 무섭게 칼끝은 살을 파고 들었다.
   " 억 --- "
   목에서 금방 피가 쏟아져 흘러내렸다.
   " 목없는 시체가 되고 싶으냐. "
   " 말.. 말하겠소.. 제발.. 이.. 칼 좀... "
   피카소의 팔이 조금 느슨해지자 사내는 크게 숨을 몰아 내 쉬었다.
   " 경기도 안성에 있는 별장에 있오. 절대 비밀을 지켜 주십시오. "
   피카소는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자 사내를 안면을 인정 사정없이 주먹으로 내리쳤다.
   사내가 짧막한 신음소리를 내면서 넘어가자 신속하게 두 사내를 끌고 트렁크가 열린 차에 밀어 넣었다.
   ( 죽지는 않을 것이다. 잠시만 이 곳에 있어라. )
   피카소는 트렁크를 힘차게 내리 닫고 차에 올라 타 유유히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 황 필두... 이번에는 너를 반드시 저 세상으로 보내주겠다. )
   피카소의 차는 질풍같이 차도를 달려갔다. 피카소는 핸드폰을 들고 빠른 속도로 버튼을 누르고 신호음을 기다렸다.
   잠시 후 상대방에서 수화기를 들었다.
   " 피카소요. "
   " 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 위치를 알아내었오. 지금 그리고 가고 있는 중이오. "
   " 어디닙까? 저희도 곧 출발하겠습니다. "
   피카소는 유유히 차를 몰면서 할 말을 다 하고 나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 황 필두... 너의 목숨도 오늘로서 끝이다. 기다려라... )
   피카소의 차는 더욱 속도를 냈다.
   그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