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129)
김형엽
쌍칼이 천천히 몸을 돌려 박 영애의 앞으로 다가 갔다. 박 영애는 두어걸음 뒤걸음을 쳐 보았지만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 마누라 하나는 미인을 골랐군. "
"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쌍칼.. 내 아내를 건드리지 마. "
장 조영이 몸을 움직이면서 발버둥쳤지만 한발자욱도 나가지 못 했다.
" 빨리 얘기를 해. 그러면 아무렇지도 않아. "
쌍칼의 손이 천천히 박 영애의 티셔츠로 올라가 가슴 부위를 더듬었다.
박 영애는 몸부림치려 했지만 양쪽손이 붙들린 상태라 발만 동동 굴를뿐 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 가슴이 아주 크군. "
" 이 개새끼.... "
장 조영은 이를 악물고 몸을 떨었다.
" 말하지 마세요. "
뜻밖에 박 영애의 입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박 영애의 얼굴로 갔다.
"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아무말도 하지마세요. 이들은 말을 해도 안해도 당신을 죽일 거예요. "
" 쌍년이. "
" 따 - 악 "
쌍칼의 날카로운 손이 박 영애의 뺨을 그대로 내리쳤다.
" 악 - "
박 영애의 입에서는 금방 피가 토해져 나왔다.
" 감히 어디서 주둥아리를 놀려. "
쌍칼의 손이 우악스럽게 박 영애의 티를 당기자 옷이 그대로 찢겨졌다. 순식간에 겉옷이 찢겨 나가면서 알몸이 드러났다.
쌍칼은 몸을 돌려 다시 장 조영의 앞으로 갔다.
" 마지막으로 기회를 준다. 어디 있어? "
장 조영은 쌍칼을 노려본 체 입을 열지 않았다.
" 셋을 셀 동안 입을 열지 않으면 좋은 구경을 하게 될거다. 자. 하나 - "
박 영애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 두울 "
쌍칼이 다시 박 영애 쪽으로 옮겨가더니 곧 스커트 자락을 잡아 당겼다. 얇은 스커트.
는 맥없이 부욱 소리를 내며 찢겨져 나갔고 곧 분홍색의 삼각팬티만 남았다.
" 음.. 좋은 몸매구나. 장 조영 어떠냐? 좋은 구경을 해 보겠느냐? "
" 개새끼... "
장 조영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건 체념의 뜻이 포함된 표정이었다.
" 시간을 줘라. 10 분이면 된다. 내 아내와 단 둘이 있고 싶다. "
" 10 분이라... 그 정도는 베풀수 있지. "
쌍칼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장 조영의 앞으로 갔다.
" 10 분을 주겠다. 현명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 "
쌍칼이 고개를 끄덕이자 모든 부하들이 일제히 지하실을 빠져나갔다.
지하실방에는 장 조영과 그의 아내 박 영애만 남았다.
" 여보. "
박 영애는 장 조영의 곁으로 다가가 주저 앉아 흐느꼈다.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 "
장 조영의 굳은 표정을 본 박 영애는 흐느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없어. 모든것을 포기하는 수 밖에."
그러면서 장 조영은 발을 움직여서 글자를 썼다.
'Z' 라는 글자를 선명하게 쓰자 박 영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 뜻을 몰라 답답해 하는 표정이었다.
" 위 하영에게 가서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내가 다 포기했으니 물건을 모두 가지고 오라고 해."
" 알았어요. 이젠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그냥 평범하게 살아요. 부탁이예요."
" 그래. 생각 좀 해보자구. "
장 조영은 꺼질듯 한 숨을 내 쉬었다.
반면 녹음기속에서 흘러나오는 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쌍칼은 흡족한 미소를 지고 있었다.
" 그래. 잘 생각했다. 그래야만 목숨이라도 건지지. "
" 정말 장 조영이가 순순히 포기한 것 일까요? "
킹콩이 쌍칼을 바라보았다.
" 놈은 자기 마누라를 진짜로 사랑한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지. 지금 들었듯이 놈은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보아도 돼. 이제 물건만 손에 쥐면 모든 것은 끝이야. "
쌍칼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면서 천천히 불을 붙였다.
별장에서 그랜저가 한 대 빠져나갔다. 앞엔 기사와 오른쪽에는 킹콩, 그리고 뒤 쪽에는 사내 두명이 가운데 여자를 양 옆에서 팔목을 움켜쥔 채 타고 있었다. 가운데 앉아 있는 여자는 바로 장 조영의 아내인 박 영애였다. 옷차림은 그대로 찢긴 채 였기에 군데군데 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차는 빠른 속도로 어둠이 깔린 도로를 질주했다.
피카소는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나서 담배에 조심스럽게 불을 붙였다.
나영은 사내와 숨가뿐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세상 모르게 잠이 들어 있었다. 피카소는 담배를 입에 문 채 몸을 일으켜 두 개의 가방을 침대 곁으로 가져와서는 두 개를 모두 열어제쳤다. 허름한 배냥같은 가방에는 하얀 봉지가 그득 들어 있었고 또 다른 검은 여행용 가방안에는 달러 뭉치와 만원권의 다발이 그득하였다. 사내는 배낭속에 든 물건을 모두 꺼내어 만원권 뭉치를 옮겨 담았다. 다시 하얀 봉투는 여행용 가방으로 옮겨지고 제차 확인을 마치더니 여행용 가방을 덮었다. 그리고는 다시 배낭을 들어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정도면 고생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거야.)
사내는 일어나서 천천히 옷을 입었다. 옷을 다 입고 나서 그는 문갑위에 놓여진 메모지에 무엇인가 열심히 써 내려갔다. 한참을 그렇게 써 내려가던 손이 멈추고는 종이를 뜯어서는 십자로 접어서 배낭과 같이 나영이 잠든 침대 머리곁에 살며시 놓았다.
(험한 세상 다시 도시로 나오지 말고 편안하게 어머니 모시고 살아라... )
사내는 잠든 나영의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보고는 여행용 가방을 들고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다. 시계를 바라보니 새벽 4 시 30 분이 조금 넘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지나가는 차도 보이지 않았다. 사내는 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결심이라도 한듯 가방을 들고서 차도를 따라 걸어갔다. 얼마쯤 걷자 뒤에서 차소리가 들렸다. 사내는 가방을 내려놓고 다가오는 차를 확인했다. 그건 커다란 화물차였다. 사내는 오히려 잘 되었다는 듯 차도로 뛰어들었다.
속력을 내면서 달려오던 화물트럭이 갑작스럽게 차도로 뛰어 든 사람을 보고는 속도를 급격히 줄였다. 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새벽 공기와 함께 허공을 날았다. 트럭이 멈추자 사내는 빠른 동작으로 운전석으로 다가갔다.
" 뭐요? "
30 대 중반의 턱수염이 가득한 운전수는 짜증스런 표정을 짓고 사내를 바라보았다.
미안합니다. 좀 급한 일이 생겨서 이렇게 차를 세웠습니다. 갑자기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전화가 새벽에 와서요... "
운전수는 사내의 모습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는 조수석을 가리켰다.
조수석에는 젊은 여자가 모포를 뒤집어쓰고 잠이 들어 있었다.
" 사정이 딱한것은 알겠지만 보다시피 태울곳이 없네요. "
" 상관없습니다. 뒤 짐 칸이라도.. "
" 서울로 가는데 목적지가 어디닙까? "
" 아.. 잘되었네요. 저도 서울로 가는데.. "
" 좀 불편하더라도 그럼 올라 타시오. 새벽이라 속도를 낼테니 추우면 모래 덮는 호로라도 덮으시오. 그리고 심하게 흔들릴겁니다. "
" 상관없습니다. 갈 수만 있다면 다행이지요. "
사내는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을 들었다.
사내가 가방과 같이 짐 칸으로 올라서자 트럭은 다시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른 시간이라 차는 속력을 내고 달렸다. 사내는 덜컹거리는 트럭위에서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그 시각.
황 필두가 묵고 있는 별장에서는 커다란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 하하하... 드디어 오랜만에 제대로 일이 풀리는구나. "
황 필두와 쌍칼, 장발, 그리고 몇명의 사내들이 황을 중심으로 주변에 서 있었다.
황은 가방안에서 하얀 가루가 가득한 봉지 하나를 손에 쥐고는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일단 이 정도면 6 개월은 버틸 수 있겠군. 나머지 물건도 반드시 피카소 그 놈으로부터 꼭 되 찾아야 한다. "
" 장 조영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
우측에 앉아 있던 쌍칼이 다소곳이 물었다.
" 음.. 장 조영이... 죽일 필요까지는 없다. 다시 나서지 못할 정도로만 해 주고 병원에 입원시켜라. "
" 네. 알겠습니다. "
" 모두들 밤새면서 고생이 많았으니까 일단 눈을 좀 붙이고 아침에 일어나거든 물건을 신속하게 그 위치에 갖고 가고 또 다시 주변의 상황을 상세하게 파악해서 피카소가 다시 거래를 하게 되는지 놓치지 말고 찾아야 한다. 가급적 피카소를 발견해서 그 물건을 다 찾고 놈을 해치우면 좋으련만... "
" 각 지역에 이미 연락을 다 해 놓았습니다. 어디든지 발견만 되면 놈을 잡을수 있을 겁니다. "
쌍칼은 오랜만에 개가를 올린 탓인지 목소리에 힘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 그래. 그럼 모두들 각자 위치로 가서 좀 쉬도록 해. "
" 네. "
거실 가득 채웠던 사내들이 일제히 큰 소리를 대답을 하면서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그리고는 하나둘씩 줄을 지어 거실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거실에는 소파를 중심으로 오른쪽으로는 쌍칼이 왼쪽으로 장발만이 남아 의자에 앉아 있었다.
" 장발. "
" 예. 회장님. "
" 우선 급한데로 물건의 3 분의 1 을 가지고 가서 아침에 서울로 올라가라. "
" 예. 알겠습니다. "
" 그리고 쌍칼은 나머지 물건을 잘 보관하고 양평에 있는 별장을 내 놔라. "
" 팔아버리시게요? "
" 그래. 이미 형사들이 다 알아버렸으니 쓸모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주변에 다른 건물을 알아보고 좀 아늑한 건물로 하나 구입을 해. 아이들중 아직 알려지지 않는 이름으로 해서. "
" 예. 가격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 "
" 그쪽 시세야 부동산에서 다 알거니까 좀 손해보더라도 당사자가 나서면 곧 바로 팔아 버리는 것으로 해. "
" 예. 잘 알겠습니다. "
" 그리고 이미 내가 없어진 것을 알았으니까 경찰에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곳저곳을 쑤셔서 찾느라고 혈안이 되어 있을테니까 모두들 조심들하고, 아직까지는 그들도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서 애가 타 있을거니까 가급적 무슨일을 하든지 행동에 특히 조심하도록. "
" 예. "
쌍칼과 장발이 동시에 대답을 했다.
" 문제는 피카소야. 그 놈만 먼저 잡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완전히 끝낼수 있을텐데 대체 어디로 사라진걸까. 일단 3 억원을 현찰로 갖고 있다면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서 한국을 빠져나가 버릴지도 모를것 같고.... "
황은 탁자위에 있는 담배케이스에서 시가를 한대 뽑았다. 장발이 빠른 동작으로 라이터의 불을 켰다.
" 일단 너희들도 눈 좀 붙여라. 꼬박 밤 새느라고 고생했으니. "
황이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자 장발과 쌍칼도 같이 일어났다.
" 회장님께서도 눈 좀 붙이시지요. "
장발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 그래야겠어. 모두들 수고 했어. "
"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
쌍칼과 장발이 거실을 빠져나가자 황은 시가를 재털이 비벼 껐다.
창 밖으로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황은 두 팔을 올리면서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위에는 알몸의 희진이 사지가 묶여 있는 상태로 엎어진 채로 있었는데 미동도 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