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26)
김형엽
" 그래 지금 올 건가. "
" 아니요. 그냥 서울에서 자고 내일 출근 하려고 합니다. "
" 그렇게 해. 나도 집에가서 잠 좀 자야겠어. 거기 유 형사도 같이 있지. "
" 네. 옆에 있습니다. "
" 그래 수고들 좀 하게. 그럼 내일 보세. "
" 네. 편안하게 집에서 쉬십시요. "
그들은 전화 박스에서 나왔다.
" 이젠 어디로 가지. "
주 형사가 주츰거렸다.
" 좋아. 개미파의 졸개를 한번 잡으러 가지. "
" 개미파의 졸개.... 아니 어디로 가서 잡는단 말야. "
" 나를 따라와. "
유 형사는 곧 지나가는 택시를 세웠다.
택시가 서자 유 형사는 지체없이 뒷좌석에 올라 타고 뒤를 이어 주 형사도 탔다.
" 아저씨. 장안동으로 갑시다. "
택시는 곧 출발했다.
" 아니. 장안동에는 왜 가는거야. "
" 글쎄. 따라만 와. "
" 장안동에 누가 있어. "
유 형사는 대답 대신 고개를 가로 저으며 손가락 하나를 세워 입에 갖다 대었다.
주 형사는 골난 표정으로 유 형사를 바라보다 시선을 밖으로 가져갔다.
늦은 시간이라 차는 몇분 걸리지 않고 장안동에 도착했다.
유 형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한 곳을 가리켰다.
" 아. 바로 저기다. "
주 형사는 유 형사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곧 그 앞으로 갔다.
그건 고급 살롱이었고 상호는 유니온 이었다.
" 아니 저 곳에 누가 있는데... "
" 저 곳은 개미파에서 운영하는 곳이야. 그러니까 개미파의 졸개들이 많이 들어
있을 거야. "
" 그래서 저 곳을 들어가 보겠다는 거야. "
" 글쎄.. 무작정 들어간다는 것은 무모한 거지. "
" 나는 별로 내키지 않아. 그냥 쉬고 싶어. "
" 일단 가까이 가 보자구. "
유 형사는 주 형사의 손을 이끌고 유니온 가까이 갔다.
주변은 유흥가의 골목이라 온통 수많은 색들로 이룬 네온사인의 간판이 가득하였다.
그들은 유니온 살롱의 반대편 골목에 서서 입구를 들여다 보았다. 자정이 가까웠기에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술을 마시고 나오는 사람들뿐이었다.
" 우라질... 도데체 저런데서 술 쳐먹고 나오는 새끼들은 뭐 하는 놈들이지. "
유 형사의 얼굴이 일그러 지면서도 출입구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주 형사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손님을 마중나온 미녀들의 몸매만 입을 벌린 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 유 형사의 눈에 누군가가 들어 왔다.
" 앗.. 놈이다. "
" 누구라고... "
주 형사가 고개를 쑥 내밀려고 했지만 유 형사의 손이 어느새 주 형사를 끌어
당겨 벽으로 붙였다.
" 쉿.. 가만히 있어. 고개를 조금만 내밀어. "
유 형사가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주 형사에게 속삭였다.
그들은 벽에 몸을 숨기고 얼굴만 약간 내밀어 유니온 정문앞을 주시했다.
입구에서는 검은 양복을 입은 건장한 사내들이 좌우로 서서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그 중간을 곤색 양복을 입은 40 대의 키가 작은 사내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사내의 뒤로는 역시 검은 양복의 중절모를 눌러쓴 두 사나이가
키가 작은 사내의 좌우로 바싹 다가서서 따라 나왔다.
" 저들이 누구야. "
주 형사가 유 형사에게 소근 거렸다.
"저 키가 작은 놈이 바로 개미파의 대부 황 필두야.일명 피노키오라고 하지."
주 형사는 피노키오라는 이름에 침을 한번 삼키고 얼굴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피노키오는 작은 키에 비해 몸이 상당히 탄탄한 편이였다.
( 음.. 마치 작은 탱크같은 몸이군. 피부는 검게 그을리고 몸을 보아 유도로 단련한
것 같군. )
주 형사는 나름데로 피노키오를 분석하고 그 뒤를 따르는 두 명을 인상을 살폈다.
오른쪽의 사내는 얼굴 왼쪽에 칼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왼편의 사내는
별 특징은 없었지만 기집애같이 잘 생긴 얼굴에 머리가 상당히 긴 편이었다.
그 두사내의 눈동자는 모두 칼날같이 날카롭게 좌우로 돌아가고 있었다.
( 저 두 녀석은 보디가드이자 심복인가 보군. )
그 무리들이 나오자 유니온 정문앞으로 벤즈가 하나 들어와 섰다. 곧 이어
문이 열리고 피노키오가 뒷 자리에 올라타고 두 사내중 하나는 앞좌석에,
또 하나는 피노키오의 옆으로 올라가 앉았다. 그 뒤로 그랜저 승용차로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한 무리 올라탔다.
" 이봐 우남이. 빨리 따라와. "
갑자기 유 형사가 골목뒤로 빠져 나갔다. 주 형사도 그 뒤를 따라갔다.
골목을 빠져 나온 유 형사는 큰 길로 나오자마자 택시를 잡아 세웠다. 그리고는 빠른
동작으로 택시에 올라탔다. 주 형사가 택시에 올라타면서 투덜 거렸다.
" 아니.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떨어. "
유 형사는 주 형사의 말에 신경도 쓰지 않고 신분증을 꺼내 운전기사에게 보여주었다.
" 아저씨. 미안합니다. 조금만 협조 좀 해 주십시요. "
운전수는 형사의 신분증을 보자 인상이 변했지만 유 형사의 급한 행동에
내색은 하지 않았다.
" 어디로 가실 건데요. "
그 때 골목에서 벤즈가 살며시 나왔다. 뒤 이어 그랜저도 뒤를 이어 나왔다.
" 아저씨. 저 차를 좀 따라 갑시다. "
택시 기사는 차를 출발 시켰다.
벤즈와 그랜저는 곧 속력을 내며 구리쪽으로 달려 갔다. 영업용 택시도
그들과의 적당한 간격 이상 벌어지지 않을만큼 떨어져 속력을 냈다.
" 저 자식들 어디로 가는 거지. "
주 형사가 앞서 가는 차를 쳐다보며 유 형사에게 물었보았지만 유 형사는
그들의 차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주 형사의 물음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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