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28)
김형엽
유 형사가 입가에 웃음을 머금으면서 길을 막고 서 있는 사내에게 다가 갔다.
" 무엇하는 사람들이야. "
" 무엇을 하다니요... "
" 왜 우리 뒤를 미행했어. "
" 미행이요. 누가 누구를 미행했습니까. 우리는 저 안에서 술을 마시다 차가 끊어져
걸어오는 중입니다. "
유 형사가 뻣뻣하게 대꾸하자 사내의 표정이 일순 일그러 졌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 조사 좀 해야겠어. 따라와. "
유 형사와 주 형사의 표정이 상기 되었다. 사내가 유 형사의 팔을 낚아 채려는 순간
유 형사가 한발짝 뒤로 물러서며 오른쪽 발로 사내의 사타구니를 향해 날아 갔다.
" 억.... "
앞에 서 있던 사내가 앞으로 꼬꾸라 지면서 자신의 사타구니 부분을 손으로
움켜 지었다. 그러자 유 형사의 왼발이 사내의 턱을 가격하자 사내는 벌렁
자빠져 일어나지 못했다. 뒤에 있던 사내가 놀라면서 자세를 갖추려고 했지만
주 형사가 몸을 낮추면서 왼쪽발이 원을 그리면서 땅바닥을 긁으며 사내의
발목 부분을 걷어 찼다. 그러자 사내의 몸이 허공에 있다가 그대로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 형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가가 사내의 명치
부분에 오른쪽 주먹을 찔러 넣었다. 사내는 배를 움켜잡으며 신음 소리를
내고는 일어나지 못했다.
" 뛰어. "
유 형사가 먼저 뛰기 시작했고 주 형사도 그 뒤를 따라 달려 갔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양수리가 나타났다. 그 곳에는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어떡할래. "
주 형사가 숨을 헐떡이면서 뛰는 것을 포기했다.
" 그래 놈들이 따라 나오진 않은 것 같아. 일단 방을 빌려 쉬자구. "
그들이 방을 구하려고 주변을 두리번 거릴때 하늘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다.
다행히 낚시꾼을 상대로 하는 가게가 많아 소주 세병과 오징어 두마리 사서
허름한 여관으로 들어 갔다. 50 이 넘은 여주인은 그들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이층의 후미진 곳으로 안내했다.
" 크게 떠드시면 안돼요. "
" 네. 알았어요. "
그들은 숙박비를 지불하고 방으로 들어 서자마자 겉옷을 벗어 버리고 소주병을 따내고
서로의 잔에 술을 채웠다.
" 자. 오늘 하루 수고 했어. "
유 형사가 잔을 높이 쳐들자 주 형사도 잔을 들었다.
" 자네도 수고 했어. "
그들은 쉬지 않고 한잔을 쭉 들이켰다.
주 형사는 오징어 다리를 입에 넣으면서 두개의 빈잔에 소주를 채웠다.
" 피곤은 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많은 것을 건졌어. 피노키오의 별장과
놈이 피노키오와 손잡고 일한다는 것... "
유 형사가 다시 채워진 술잔을 들고 입으로 가져 갔다.
" 그래. 피노키오 그 자식 체구는 작아도 강철같은 몸 같았어. "
" 그래. 강철같은 놈이지. 지난 2 년전에도 마약범으로 체포 되었다가 결국 증거가
미약해 풀려났던 놈이야. 그때도 무려 20 억이 넘는 금액의 마약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끝내 찾지를 못했어. 그때 저 별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꼬리를
잡을수도 있었는데 결국 본서에서 두 손을 들고 말았지. "
" 흠. 그런일이 있어서 피노키오를 알고 있군. "
" 그래. 자네야 폭력이나 살인등을 취급하지만 나는 마약 전담아냐. "
" 자. 마시자구. "
유 형사는 잔에 따라 마시는 것이 답답했던지 아예 병째 들어 마셨다. 병을 비우더니
두 다리를 쭉 뻗고 누워 눈을 감았다.
" 일찍 잠이나 자자구. "
유 형사가 눈을 감고 눕자 주 형사가 다가서면서 남은 술잔을 비웠다.
" 그래. 피곤하니까 일찍 자고 내일 일찍 일어나자구. "
주 형사가 불을 끄고 유 형사 옆에 누웠다.
밖에서는 천둥 소리가 요란해 지면서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유 영옥은 동굴 안에서 커다란 천둥 소리에 놀라 잠이 깨었다. 사내와의
정사후 잠깐 눈을 붙힌다는 것이 잠이 들고 말았다. 그녀의 알몸에는
담요가 덮혀 있었다.
( 어딜 갔지.... )
동굴속에 있던 사내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일어서서 우선 자신의 옷을 입었다.
밖에서 또 커다란 천둥소리가 들렸다.
( 비가 많이 오는 모양인데.. 어쩌지. 내일 꼭 배가 와야 할텐데... )
그녀는 동굴 입구의 나무를 밀어 보았다. 꿈쩍도 하지 않자 바닥에 떨어져 있는
굵은 나무가지를 집어 입구 틈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는 힘차게 한 쪽으로
밀어 붙히자 입구를 막고 있던 나무가 조금 움직였다. 그녀는 다시 한번
안간힘을 썼다. 그랬더니 입구가 조금 열렸다. 그녀는 나무 가지를 내려 놓고
동굴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로 빗줄기가 사정없이 떨어졌다.
한치앞도 볼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
(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가 없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