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29)
김형엽
그녀는 몇 발자국 앞으로 내딛다가 포기하고 다시 동굴속으로 들어 왔다. 잠시였는데
옷이 완전히 젖어 버렸다. 그녀는 다시 옷을 벗어 나무가지 위에 가지런히
펼쳐 놓고는 자신의 가방에서 수건으로 몸을 닦은 후 예비로 가져 온 초록색
난방에 분홍 치마를 입었다.
( 이 빗속에 대체 어딜 간걸까. 가방을 가져 나간걸 보면 이 섬에서
누구라도 만난단 말인가.... 도데체 그 가방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
그녀는 이러 저러한 생각으로 여러가지 상상을 해 보았지만 그건 단지
상상일 뿐 아무런 결론도 내릴 수 없었다.
그 시각 사내는 억수같이 퍼붓는 비를 맞으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랜턴을 들고 왼손에는 가방을 든채로 그는 벌써 한 시간을 넘도록 서 있었다.
( 비가 많이 와서 못 오는건가. 벌써 한 시간이 넘었는 데... 젠장 마지막이라고
작정 했더니 일이 꼬이는 건가.... )
사내는 초조한 지 계속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그렇게 그가 계속해서 시계를
쳐다 볼 때 멀지 않은 바다에서 한 점 불빛이 그의 시야에 들어 왔다.
( 아. 저 불빛은 ....... )
사내는 얼른 주저 앉으면서 불빛이 비쳤던 곳을 주시했다. 잠시 후 또 한번의 불빛이
비쳤다. 그러자 이번엔 그가 랜턴을 켜고 바다를 향해 두어번 껐다가 켜는 것을
반복했다. 바다에서 그의 신호에 답이라도 하는 듯 세번을 돌려댔다.
( 틀림없구나. )
사내는 몸을 일으켜 기다렸다.
이윽고 20 여분이 지나자 눈앞에 검은 물체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 검은
물체는 곧 사내가 서 있는 곳으로 접근했다. 그건 조그만 고깃배였다. 배가
육지에 닿자 검은 물체 3 개가 육지로 올라 왔다. 어부들의 옷차림을 한
그들은 사내앞으로 다가 갔다.
사내는 옷에서 검은 썬그라스를 꺼내 썼다.
" 왜 이렇게 늦었오. "
사내가 세 사람들 사이로 다가가며 물었다.
" 미안하오. 날씨가 좋지 않아 예정 시간에 도착을 하지 못했오. "
" 그래 물건은... "
" 이것이오. "
세 사람중 키가 작을 사내가 작은 가방을 내밀었다. 그러자 사내도
자기의 가방을 그사내에게 건네 주었다.
" 서로 확인 할 필요는 없겠지요. "
세 사내중 가운데 사내가 검은 썬그라스를 낀 사내에게 물었다.
" 피차 이것으로 거래가 끝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
" 알겠오. "
" 날씨가 좋지 않은데 가는 길 조심하시오. "
" 고맙소. "
세 사내는 돌아서서 배로 향했다.
" 잠깐. "
세 사내가 일제히 검은 썬그라스를 낀 사내에게 고개를 돌렸다.
" 왜 무엇이 잘못 된것이 있오. "
가운데의 사내가 뒤돌아 걸음을 옮겼다.
" 아니오. 혹시 술 같은것이 있으면 한병만 놓고 가시오. "
" 술이라고 했오. "
" 그렇소. 미처 준비를 하지 못 해서 그렇소. "
가운데 사내가 우측의 사내에게 고개짓을 하자 우 측의 사내가 재빠르게
배로 가서 술병 하나를 들고 와서는 검은 썬글라스를 낀 사내에게 건네 주었다.
" 그것이면 충분 할 거요. "
사내는 술병을 쳐다 보았다. 그건 조니워카 양주였다.
" 고맙소. "
세 사내는 다시 그들이 타고 왔던 배로 올라갔다. 그리고 곧 노를 저어
바다로 향했다. 사내는 배가 보이지 않자 몸을 돌려 동굴로 향했다.
그가 동굴 입구에 도착했을때 동굴 입구가 열린 것을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내는 빠른 동작으로 동굴로 들어섰다. 영옥이 깜짝 놀라
동굴 입구로 시선을 돌렸다.
순간 사내의 손이 그녀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 아 ---- "
그녀는 바닥에 쓸어 졌다. 어찌나 세게 맞았는지 뺨이 얼얼했다.
" 무엇을 한 거지... 어째서 동굴문이 저렇게 열려 있는거야. "
사내가 넘어져 있는 그녀의 난방을 움켜지며 일으켜 세우자
그녀의 몸은 사내의 팔 하나에 매달린 꼴이 되었다.
그러자 사내는 또 다시 왼손으로 그녀의 뺨을 내리 쳤다.
" 무엇을 또 보았지. 무엇을 보았어... "
" 아.. 아무것도 보지 않았어요. "
그녀의 눈에서 금방 눈물방울이 쏟아져 내렸다.
" 그럼 저 문은 왜 열린거야. "
사내가 그녀의 멱살을 얼마나 거세게 잡았는 지 난방의 옆부분이 찢어졌다.
" 비가와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정이 되서 열어 본 것 뿐이야요. "
그녀는 애원하 듯 사내를 바라보며 자신의 옷을 움켜잡은 손을 자신의 손으로
붙들었다. 사내는 그녀를 한참 노려보다 손을 풀어 놓아 주었다. 그녀는
바닥에 털썩 주저 앉은 채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울었다. 사내는 동굴
입구로 가서 입구를 다시 막고 자신이 들고 왔던 가방을 열어 보았다.
여러개의 비닐 봉지속에 하얀 가루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사내는 그 중의
하나를 꺼내 봉지에 구멍을 내서 손에 가루를 묻혀 입에 갔다 대었다.
( 음.. 물건은 틀림없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