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30)
김형엽
사내는 다시 가방을 닫아 잠그고 젖은 옷을 벗어 가지런히 늘어 놓은 후 마른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그 때까지도 고개를 숙인채 울고 있었다.
사내는 그녀늘 감싸며 번쩍 안아 올렸다. 그녀가 몸을 흔들어 댔지만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담요위로 옮겨 내려 놓았다. 그러자 그녀가 담요를 얼굴까지
뒤집어 쓰고는 누워 버렸다. 담요가 조금씩 들썩 거렸다. 사내는 그녀 옆에 앉아 양주병
마개를 따서 병을 입에대고 한 모금 쭈욱 들이켰다.
( 이번 물건만 피노키오에게 돌려주면 서울을 떠나자. 너무 오래 머무른 것 같아....
만약 경찰에서 유 혜란과 김 민규의 사건을 연결해서 수사를 했다면.... 아니야
아직은 눈치를 채지 못 했을거야... 그래 문제는 피노키오 그 놈이야... 그 놈이 만에
하나라도 완변한 증거를 위해서 나를 제거하려고 든다면... 충분히 그렇게 할 수있는
놈이지. 2 년전에도 자기의 안전을 위해 결국 오 민우를 제거해 버렸지...
피노키오는 내가 오 민우와 홍콩에서 절친한 사이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 내가 제 2 의
오 민우가 될수는 없지. 피노키오.... 정말 교활한 놈이야... )
사내는 다시 한 모금을 들이키고 나서 고개를 돌려 담요를 뒤집어 쓴채 움직이는 않는
영옥을 바라 보았다.
( 이 여자... 그래 이 여자는 살려 두자. 단순한 성격의 여자이기 때문에 쉽게
잊어버릴거야... )
사내의 손이 뒤집어 쓴 담요를 거두려고 했지만 영옥은 움켜쥔 담요를 놓지 않았다.
" 이봐. 일어나서 이거 한 모금 마셔봐. "
그래도 움직이지 않자 사내가 담요를 힘을 주어 끌어 당겼다. 담요가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녀는 사내를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 보았다.
" 일어나서 한잔 마셔. 답답한 속이 좀 풀릴거야. "
사내가 술병을 그녀에게 권했다.
" 나는 술 못 마셔요. "
그녀가 등을 돌리려고 하는 데 사내의 한 손이 그녀의 손을 잡고 잡아 당겼다.
그녀는 사내의 힘에 못이겨 상체가 저절로 일으켜 졌다. 사내의 냉혹한 표정을 보자
그녀는 가슴이 철렁했다.
" 자. 좀 마셔. "
그녀는 마지 못해 사내로 부터 술병을 받아 한 모금 입에 넣었다.
" 읍... "
그녀는 인상을 쓰며 벌떡 일어나 물이 흐르는 곳으로 가서 손으로 물을 떠서
입에 넣었다.
사내는 그 동작을 보며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고는 다시 술병을 입으로 가져 갔다.
그녀는 속에서 불이 나는것 같아 계속해서 물을 들이켰다.
" 그렇게 독해. "
그녀는 사내를 바라만 보았을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 이리와 앉아. "
그녀는 벌거벗은 사내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사내는 벌써 술병의 반을 비웠다.
그녀는 밖에서 들리는 천둥소리를 듣고 사내에게 조그맣게 말했다.
" 비가 계속해서 저렇게 쏟아지면 내일 돌아갈 수 없게 되나요. "
사내는 술병을 입에서 뗀 후 그녀를 쳐다 보았다. 그녀는 또 괜한 질문을 해서
사내의 마음을 건드린 것이 아닌가 걱정을 하였다. 사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고개를 떨구었다. 사내는 다시 한번 한 모금을 마시고 나서는 술병을
내려 놓고 그대로 들어 누웠다. 사내의 그것이 하늘을 향한 채 솟아 있는것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자 그녀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 누워. "
그녀는 망설이다가 뒤로 누웠다. 사내의 팔이 그녀의 머리 밑으로 팔베개를
해 주었고 또 다른 한손은 그녀의 옷을 헤치며 브래지어를 들쳐내고 가슴을 움켜 잡았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사내는 더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규칙적인 숨소리가 사내에게서 들렸다.
( 잠이 든 것일까. )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움켜 쥔 손을 밀어 내려다가 포기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사내가 깨어 또 다시 자신에게 덤빌까봐 그냥 그대로 두었다.
천둥소리는 계속에서 울려 왔다. 그녀도 그렇게 잠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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