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40)
김형엽
그러자 사내의 그것이 그대로 나타났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 무슨말인데. "
그녀는 숨을 크게 들어 마셨다가 내 쉬고는 고개를 그에게 정면으로 돌아봤다. 사내의
알몸이 그녀를 신경쓰게 했지만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약속을 해줘요. "
" 무슨 약속 ?.... "
사내는 갑작스런 여자의 행동을 의아스럽게 쳐다보았다.
" 이 곳을 나가면 다시는 나를 찾아오지 않겠다고... 그리고 나를 아는
모두에게 비밀을 지켜주세요. "
사내는 빤히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 겨우 그거야. "
" 겨우라니요. 내게는 얼마나 큰일인데 겨우 그거라니요? ..... "
그녀의 얼굴이 상기되면서 사내를 노려 보았다.
" 그런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
" 어떻게 걱정이 안 되나요. 당신은 내가 사는 곳도 알고 있고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나를 찾아 올 수 있쟎아요. "
사내가 두 팔을 들어 그녀의 어깨위로 가져가며 초조해 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 이봐. 나도 여기를 빠져 나가면 그 다음날로 이 나라를 떠나. "
그녀는 사내가 이 나라를 떠난다는 말에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
" 홍콩으로 돌아갈 것이니까 앞으로는 당신이 나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거야. "
" 그 말.. 믿어도 되는 거지요. "
그녀는 사내를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사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 하지만 당신도 나에 대해서 더 이상 알려고도 하지 말고 나와 그 동안 있었던 일은
이 곳을 떠나 집에 도착하게 되면 모든 잊어버려. "
사내의 손이 그녀의 볼을 매만졌다.
" 당신은 정말 괜챦은 여자야. 당신의 육체는 내가 어딜가더라도 잊지 못 할거야. "
" ...... "
사내가 일어나 군복을 걸치고는 동굴 입구의 나무를 밀었다. 비소리가
동굴안으로 퍼져 들어갔다. 밖은 벌써 어둠이 깔렸다.
" 음. 그렇게 많이 내릴비는 아닌것 같기도 하고... "
그녀도 어느틈에 사내 옆으로 다가가 비가 내리는 하늘을 보았다.
" 나가 보겠어? "
사내의 뜻밖의 물음에 그녀는 주춤했다. 그러자 사내가 상자속에서 랜턴을
꺼내와서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금방 빗줄기가 몸에 닿았지만
오히려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 사내는 그녀를 이끌고 마을 반대쪽으로 갔다.
부드러운 백사장이 나타나면서 시원한 바닷 바람이 그들을 감쌌다.
사내는 성큼성큼 백사장을 걸어 바닷물이 있는 곳으로 갔다. 바닷물이 발끝을
적시자 그녀는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지만 사내는 입고 있어던 군복을 모두
벗어 버리고 알몸으로 물에 뛰어 들었다.
사내는 파도를 헤치면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는 사내의 수영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게 사내를 바라보던 그녀의 눈에 먼 바다에서
무엇인가 보였다.
( 아니. 저게 뭐지. )
시커멓고 작은 것이 어렴풋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 이상하다. 낮에 보았을때는 섬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녀는 조금씩 바다로 들어가면서 물체를 확인하려고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그러나 그 물체가 움직이는 것인지 아니면 정지된 상태로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답답했다. 혹시 그 물체가 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면서도 어두워서 알 수가 없는 것이 그녀의 마음을 애가 타게 만들었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던 사내가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사내가 나오자 사내의
알몸따위는 의식하지 않은 채 곁으로 갔다.
" 저기를 보세요. "
사내는 벗어 놓은 군복을 몸에 걸치면서 그녀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 아니 저것은 배가 아니야 ! "
사내가 놀라면서 소리치자 그녀는 배라는 사실에 마음이 들떴다.
" 배가 틀림없나요? ... 분명히 배 지요? .... "
그녀는 입가에 웃음이 감 돌았다.
" 그래.. 틀림없는 배야. 이런 날씨에 어떻게 저런 배가 움직였을까 ?..... "
사내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 이제는 돌아갈 수 있지요 ? 네. 그렇지요 ? "
그녀는 사내에게 매달리다시피 하면서 사내에게 물었다.
사내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조금씩 다가오는 물체를 노려 보았다.
( 음... 무엇인가 심상치 않다. 설마 피노키오 그 놈이 나를 제거 하려고 부하들을
보낸것이 아닐까 ?...... 아니야. 아직 내게는 물건이 있어. 피노키오는
그 물건을 인수받기 전까지는 나를 건드리지 못해... 그럼 대체 누굴까 ?... 이런 날씨에
저런 모험을 할 만한 자들이 대체 누구일까...... )
"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지요 ? "
" 아무것도... 일단 동굴로 가지. "
사내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자 그녀는 의아해 하면서 사내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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