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39)
김형엽
" 만약에 그 자가 물건을 내 놓지 않으면 어떡하지요? "
" 그런일은 없을거야. 그 자는 자기 몫만 받으면 그 물건을 돌려주게 되어 있어. "
" 그럼 그 자의 몫을 가져왔습니까? "
" 여기에... "
쌍칼이 안 주머니에 하얀 봉투를 꺼내 도끼에게 보여 주었다.
" 음. 그럼 물건을 인수 받고 나서 바로 그 자리에서... "
" 아냐. 물건을 일단 배에 싣고서 그 자가 같이 가겠다면 이 안에서 처리한다.
그러고 나서 바닷속으로 쳐 넣으면 돼. "
" 고기밥을 만드는 거군요. "
" 그렇지. "
" 그러나 같이 가지 않겠다면 어떡하지요? "
" 그러면 새벽을 기다리는 거야. 어차피 우리도 밤에는 이동을 할 수 없어.
날이 새야 돌산방죽으로 갈 것이니 그 자의 위치를 알아 두었다가 새벽에 해치운다."
쌍칼은 깊은 숨과 함께 담배 연기를 내 뿜었다.
그 때 배위에서 커다란 충돌음이 들려오면서 배가 심하게 흔들였다.
쌍칼과 그 일행의 몸이 한 쪽으로 기울어 졌다.
" 무슨일이냐. "
쌍칼이 배 위에다 소리를 질렀다.
" 별일 아닙니다. 갑자기 파도가 배위로 덮쳐와서 그랬습니다. "
" 파도가 심한가? "
" 그렇게 심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좀 강한 파도가 밀려 올 뿐입니다. "
" 무슨일이 생기면 즉시 알려라. "
" 예. "
배는 다시 조금씩 흔들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 형님 만약을 대비해서 잠수복으로 갈아 입을까요? "
" 괜챦아. 이 정도 파도에 넘어 갈 배는 아니야. "
쌍칼과 일행은 창을 통해 밖을 내다 보았다. 높지는 않지만 바다는 잠시도
가만이 있지 않았다. 멀리에서는 또 다시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 음.. 도착 할때까지 무사해야 할텐데.... )
쌍칼은 연신 담배를 입으로 빨았다.
" 자. 모두들 앉아 내 이야기를 잘 들어라. "
쌍칼은 일행을 모두 앉히고 작은 목소리로 그들에게 작전을 지시했다.
" 도끼와 가물치가 한 조가 되고 배위에 있는 짝코와 병어는 이 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배와 물건을 지킨다. 도끼와 가물치는 그 자가 배에 타지 않을경우 나와 같이
행동대원이 되어 그 자를 해치운다. 어차피 놈은 죽여야만 한다. 그리고 시체는 바닷가에
버린다. "
모두들 쌍칼의 말을 열심히 들었다.
" 그 섬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가급적 마주치지 말것이며, 우리의 배도 마을
뒷쪽의 백사장쪽으로 가서 대기한다. 우리가 밤에 도착하여 새벽에 나오게
될 것이니까 그 섬사람들은 우리가 왔다간 사실조차도 모르게 한다. "
" 하지만 그 자를 찾으려면 어차피 마을사람들에게 물어 보아야 하지 않습니까? "
" 그럴 필요 없다. 나는 그 자가 있는 곳을 알고 있다. 그 자는 마을에 없다. "
" 그럼 어디에 있지요? "
" 그 섬에 조그만 산이 있다. 그 자는 산에 있어. 지난 2 년전에도 지금 이런 일을
맡아 하던 사람이 있었지. 모두가 회장님께서 만들어 놓은 자리지. 내가 2 년전에
왔을때도 그 산의 동굴속에서 대기하고 있었어. 그 자도 틀림없이 그 동굴속에 있을
거야. "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 모두 자기의 무기를 점검하도록... 그리고 상대를 절대 얄잡아 보지 말고 몸을
조심해. 상상외로 강한자일지도 모르니. "
모두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배는 여전히 파도와 부딪치면서도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유 영옥은 사내가 구해다 준 밥과 구운 고기로 배를 채우고 나서 어둠이 조금씩
깔리기 시작하는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사내도 밥과 고기를 먹고 나서 배가
부른지 누운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둠이 깔리면서 하늘엔 또 다시 짙은 먹구름이
수없이 몰려왔다.
( 아. 또 다시 비가 쏟아질 모양이네. )
그녀는 먹구름으로 가득 채워지는 하늘을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 보았다. 작은
빗방울들이 그녀의 얼굴을 간지럽히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굵어졌다. 그녀는
허탈하게 숨을 내쉬면서 사내가 누워있는 곳으로 가서 앉았다. 사내는 팬티만
걸친 채 두 다리를 벌리고 잠들었는데 팬티 사이로 시커먼 털이 그대로 드려다 보였다.
그녀는 시선을 동굴밖으로 돌리고 멍하니 밖을 쳐다보았다.
(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가고 마는구나. 내일도 날씨가 나빠 배가 오지않으면 어쩌지.
모레는 그이가 돌아오는 날인데... 그래 어떡하든 내일은 이 곳을 나가서 집으로
돌아가야 돼... 그이가 오기전에 무슨일이 있어도 집을 가야해...)
다시 사내를 쳐다보았다. 사내는 아무 표정이 없이 움직이지 않았다.
( 어쩜 저렇게 태평하게 잠을 잘 수가 있을까... 나는 속이 타서 미칠것만 같은데
무사태평이군. )
사내를 원망했지만 그 시간은 짧은 시간에 불과했다. 밖에서는 어느덧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 또 본격적으로 쏟아질 모양이군.... 하느님.. 제발 내일은 날씨가 맑아질수
있도록 저를 좀 도와주세요.... )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이고 평소에 믿지도 않던 하나님을 속으로 외쳐되고
시작했다. 가련한 몸부림이었다.
그 때 사내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천천히 두드렸다.
" 내일은 날씨가 좋아질거야. 틀림없이 약속은 지켜주마. "
" ....... "
영옥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 할 말이 있어요. "
" ...... "
" 할 말이 있다고요. "
사내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 내게 할 말이 있다고. "
사내는 그녀를 마주 보고 앉았다. 담요가 거추장 스러운지 걷어서
한쪽으로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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