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46)
김형엽
" 날씨가 좋으면 배를 몰고 어딜 갈 데라도 있습니까? "
" 고기도 잡고 사람도 데려와야.... "
청년이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 사람이라고 했나요? "
" ...... "
청년은 순간적으로 괜한 말을 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 우리는 지금 커다란 사건때문에 서울에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혹시 협조가 될만한 사항이 있을까 봐 당신을 부른겁니다. 요 근래 이상한
사람을 배로 태운적이 있으면 애기를 좀 해 주세요. "
" ..... "
주 형사와 유 형사가 그제저야 최 반장의 의도를 알고서 청년을 주시했다.
" 저기 선착장에 불빛이 나는 배가 보이지요? "
" 네. "
청년은 담배를 연신 빨면서 최 반장이 가리키는 배를 보았다.
" 평소에도 이렇게 늦은 밤 시간에 저렇게 배에다 불을 켜고 사람들이
안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있습니까? "
" 가끔 배 사람들이 화투를 칠 때가 있습니다. "
" 그래요. 하지만 이런 날씨에 일부러 배에 들어가서 화투를 즐기지는 않겠지요? "
" 저도 아까 보았을 때 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
" 저 들은 아마 이 곳 주민이 아닐 겁니다. "
청년의 두 눈이 조금 커졌다.
" 자. 우리들에게 협조 해 준다고 생각하고 근래 이상한 사람이
언제 왔었는 지 얘기를 좀 해 주세요. "
" ....... "
청년이 다 타들어 간 담배를 계속 빨아대자 최 반장이 새로운 담배를
한 가치 청년에게 다시 건네 주었다. 담배를 받은 청년은 다시 새로운
담배를 불을 붙히고는 깊숙히 빨고는 담배연기를 차창 밖으로 내 뿜었다.
" 실은... "
최 반장을 비롯하여 두 형사들은 바짝 긴장된 상태로 청년의 입을 주시했다.
" 실은 그제였어요. 오후 늦게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데 웬 신사와
여자가 선착장으로 왔어요. "
" 그제라면 화요일 이군요. 이 곳에 도착한 시간이 몇시쯤 되었습니까? "
" 글쎄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오후 5 시가 좀 넘었을 겁니다. "
" 어떻게 생겼나요? "
이번에는 앞 좌석의 유 형사가 다급하게 물었다.
" 남자는 키가 컸고 검정색 양복을 입고 있었어요. 좀 날카롭고 차거운 인상이었지만
반면에 여자는 상당한 미인이었어요. 아마 남자 혼자서 배를 타겠다고 했으면 응하지
않았을 겁니다. 헌데 그 여자를 보는 순간 넋이 나갔고 특히 남자가 상당한
돈을 내밀기에 그들을 태워다 주었지요. "
" 어디로 갔지요? "
" 하지도란 작은 섬이었습니다. 이 곳에서 배를 타면 약 3 시간이 넘게 걸리지요. "
" 하지도.... "
최 반장과 주 형사, 그리고 유 형사도 처음 들어보는 섬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 그래 그 들이 그 섬에 왜 가는지는 물어 보았습니까? "
최 반장이 다 타들어 간 담배꽁초를 재털이에 비비며 또 다시 청년에게 물었다.
" 별 말은 없었고요... 다만 그 다음 날 돌아온다고 배를 다시 몰고 오라고 했어요.
그런데 날씨가 이런 상태가 되고 보니 오늘 갈 수도 없었고, 혹시 내일이라고 날씨가
풀리면 그 곳으로 가서 그 사람들을 태워 오려고 지금 시간에 한번 더
이 곳으로 나와본 것 입니다. "
" 음... 그 두 사람 얼굴 다시보면 기억할 수 있지요? "
" 글쎄요. 남자는 어렴풋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자만은 확실하게
알아 볼 수 있어요. 그런 미인은 이런 곳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들니까요. "
최 반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 실례지만 지금 거주하고 있는 곳이 어딘지요? "
" 네.. 여기 들어오다 보면 왼쪽으로 허름한 구멍가게가 있었을 텐데... "
" 아. 그래요. 여기서 약 50 미터쯤 되지요. "
" 네.. 바로 그 구멍가게 옆에 붙어있는 집이 제가 살고있는 집입니다. 가게집에서
최 동수를 찾으면 알려 줄 겁니다. "
" 최 동수씨.... 이거 참 많은 정보를 얻게 되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가급적 오늘
있었던 일들은 당분가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마십시요. 부탁드립니다. "
" 잘 알겠습니다. "
청년은 차에서 내려 꾸벅 인사를 하고 비를 맞으면서 마을쪽으로 사라졌다.
" 반장님. 여자가 동행했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
유 형사가 이상하다는 듯이 최 반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 그래. 나도 지금 그 점을 생각중이야. "
" 혹시 신혼여행을 무인도 같은 섬을 찾아 즐기려 온 신혼부부 일지도 모르쟎아요. "
주 형사도 의심스런 표정을 지우며 반문했다.
" 음.. 여자라... 그것도 상당한 미인.... 운반원을 현장까지 데려오지는
않을 것이고 무엇때문에 여자와 동행을 했을까? "
" 반장님은 지금 그 자를 살인자로 단정짓고 가정하시는 겁니까? "
" 유 형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
" 글쎄요. 저는 솔직히 여자와 동행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자가 우리가
찾는 살인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
" 어째서. "
" 생각해 보십시요. 그 자가 이 곳까지 왔다는 것은 무엇인가 중대한 일이
있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황 필두와의 어떠한 거래 때문이지요.
그런 중대한 일을 하는데 있어서 불필요하게 혹을 달고 다니지는 아닐겁니다. "
최 반장은 담배연기를 내 뿜으며 유 형사의 말을 유심히 들었다.
" 그건 저도 유 형사와 같은 생각입니다. "
이번에 주 형사가 입을 열었다.
" 그 자는 치밀한 놈 입니다. 그 자는 이미 유 혜란에 이어 김 민규까지도
살해하지 않았습니까? 그 자는 자기의 얼굴을 최대한 감추면서 행동을
하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때문에 눈에 잘 띄는 미인과 이런 외딴섬으로
들어 오겠습니까? 아까 그 청년도 사내의 얼굴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도
그 여자의 얼굴은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 생각으로도
청년이 배를 태워다 주었다는 남자는 우리가 지금 찾고자 하는 그 자는
아닐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
" 음.... "
최 반장의 입에서 괴로운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 그러니까 자네들 생각은 청년이 태워다 주웠다는 남녀는 아니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얘기군. "
" ....... "
" 그러면 그 자는 어디로 갔을까? 황 필두의 졸개들은 이 곳에서
배를 타고 출발했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고, 지금
저 배안에서 대기하고 있는 자들도 역시 황 필두의 졸개들로서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해. 그런데 우리가 정작 찾고자 하는 그 자는
행방을 알 수가 없다..... 그러면 황 필두의 부하들이 우리가
생각했던데로 그 자를 만나러 이 곳까지 내려 온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도 성립이 될 수 있군. "
" 그렇지만 이 곳에는 배가 많지 않습니까? 혹시 다른 배를 이용해서 갈 수도 있는것 아닙니까? "
" 다른 배를 이용해서 갔다... 주 형사의 얘기도 가능성이 있겠군. "
최 반장은 답답한 지 뒷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시원한 바다 바람이
온몸을 감싸면서 비방울이 금새 얼굴을 때렸다. 유 형사와 주 형사는 차 안에서
흰머리가 중간중간에 숨어져 있는 최 반장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비를 맞고 서 있던 최 반장이 다시 차에 올라탔다.
" 자. 일단 이 곳에서 나가지. "
" 예. "
주 형사가 차의 시동을 걸고 천천히 차를 몰고 돌산방죽을 빠져 나갔다.
비는 계속해서 돌산방죽을 적셔 나갔고 파도소리는 비가 내리는 소리마저
삼켜버릴듯이 세차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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