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45)
김형엽
" 어떡할까요? "
유 형사가 최 반장에게 가까이 다가 섰다.
" 일단 이렇게 서 있지 말고 차로 들어가지. "
최 반장의 말에 주 형사와 유 형사는 차로 올라탔다. 최 반장은 뒤좌석으로 들어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담배를 한모금 깊숙히 빨고서는 입을 열였다.
" 일단 배를 타고 나간 자들이 다시 이리로 돌아온다고 보아야겠군. 그렇지 않고서야
저 놈들이 배 안에서 대기 할 이유가 없쟎아. "
" 그럼 그 자들의 배가 다시 올때까지 여기에서 기다리실 겁니까? "
유 형사와 주 형사가 고개를 뒤로 돌리며 최 반장을 바라보았다.
" 글쎄... 배가 나갈때의 날씨가 어땠는지 몰라도 현 상태의 기상 상태로는
배를 움직인다는 것은 무리야. 더구나 이렇게 캄캄한 밤에는 더욱 그렇지.
내 생각으로 새벽녘에 배를 움직일 걸 같아. 그러니까 시내쪽으로 가서
식사도 하고 내일 새벽 4 시쯤 다시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자네들 생각은 어때. "
" 그러다가 밤에 들어와 저 배안에 놈들마저 철수해 버리면 어쩌지요 ? "
주 형사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며 최 반장을 바라보았다.
" 아무리 무식한 놈들이지만 이런 캄캄한 밤에 비바람과 파도와 싸우면서 배를 움직일
놈들은 아니야. 만에 하나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놈들이 올라갈 때 다시
그랜저를 이용해야 할 텐데 이미 우리가 오면서 차 넘버를 알려 주었으니까
그 자들의 차를 수색하게 될거이고, 그 물건이 실려 있다면 발각되게 되어있지. "
" 그러면 어차피 내일 아침에 그들의 배가 도착해도 그냥 둘 겁니까? "
" 그렇게 해야지. 어차피 그 자들을 덮치는 것은 검문소가 좋을거야.
그 자들의 배가 도착해서 서울로 향할 때 우리도 따라 가는거지. "
" 그런데 만약에 우리가 찾는 물건이 차에 없을 땐 어떡하지요? "
유 형사가 조금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 그래. 그 것이 문제야. 그 자들의 배에 우리가 찾는 살인자도 오지 않고
또 마약조차 없다면 그들을 붙잡을 명목이 없어지는 거지.
우리가 바라는 것은 살인자와 마약이 모두 한꺼번에 나오기를 바라고 있어야지. "
" 만약에 황 필두의 졸개들이 살인자를 죽였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유 형사의 질문에 주 형사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 음.. 살인자를 죽였다면 시체를 바다속 어딘가에 던져 버리겠지.
그러면 영영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고 설사 시체가 나중에 발견된다
하더라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거야. 결국은 황 필두의 졸개들
손에 마약이 발견 되어야만 그 자들을 족치고 자초지종을 알아볼 수 밖에는
없겠지. 그러나 끝까지 살인자에 대해서 모른다고 하면 우리로서도
별 방법이 없어. "
" 그렇지만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
이번에는 주 형사가 말을 바꿨다.
" 반대라니? "
유 형사가 주 형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 다시 말하면 황 필두의 졸개들이 살인자에게 역으로 당했을 경우를 말하는 겁니다.
이미 알다시피 살인자도 대단한 실력자임이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쉽게
황 필두의 졸개들에게 당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살인자가
황 필두의 졸개들을 해치우고 자신이 직접 배를 몰고올 수도 있다는 얘기지요. "
최 반장과 유 형사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 그래... 그럴수도 있겠지. "
최 반장은 다시 새로운 담배를 꺼내어 다 타들어간 꽁초의 불로 불을 붙였다.
" 그렇게 되면 이 곳에서 대기하는 조와 또 한바탕의 싸움이 벌어지겠네요? "
유 형사의 목소리가 조금 흥분되어 있었다.
" 아냐. 그럼 살인자는 이리로 오지 않아. 주 형사의 말대로 역으로 살인자가
황 필두의 졸개와의 싸움에서 이긴다면 다른 항구를 이용한다고 보아야지.
이미 자신의 위험을 느낀 상태라면 이 곳에 황 필두의 졸개가 있다는 것 쯤은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겠지. "
"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겁니까? "
" 아무런 소득이 없는거지. 황 필두 그 자는 그 자대로 당하는 꼴이 되고 우리 또한
헛걸음한 상태가 되어 버리겠지. "
갑자기 차 안의 공기가 무거워지는 기분들을 느꼈다.
" 주 형사. 일단 차를 몰고 나가세. "
" 예. 알겠습니다. "
주 형사가 시동을 막 걸려다가 동작을 멈추고 밖을 쳐다보았다.
" 왜 그래? "
유 형사가 주 형사에게 물으며 시선을 주 형사가 바라보는 곳으로 옮겼다.
그들이 차를 주차한 곳에서 불과 10 여미터도 안 되는 곳에 한 청년이 나타났다.
" 누구지? "
차 안의 세 사람의 시선이 모두 그 청년을 집중했다. 청년은 선착장으로
내려가지 않은 채 멀거니 바다를 바라보다가 다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 이 봐. 우남이. 옷 차림으로 보아 이 동네 사람인 것 같은데... "
" 그래. 그런데 왜 자꾸 하늘과 바다를 번갈아 보고 있을까? "
그 때 뒤에 있던 최 반장이 느닷없어 유 형사의 등을 두들겼다.
" 빨리 가서 저 청년을 데려오게. "
유 형사는 최 반장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 어서. "
" 알겠습니다. "
유 형사는 손으로 뒤통수를 만지며 차에서 내려 청년에게 다가갔다.
느닷없이 차 속에서 사람이 나오자 청년이 깜짝 놀라며 걸음을 옮기려 했다.
" 이봐요. "
유 형사의 부름에 청년이 주츰했다.
" 잠깐 나 좀 봅시다. "
유 형사가 청년에게 다가가 자기의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청년은 형사의
신분증을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 왜... 왜 그러시지요? "
" 미안합니다. 잠깐이면 되니까 저 차 안으로 잠시만 들어 갑시다. "
" 차요? 어디를 가려고요.... 지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
청년이 망설이자 유 형사가 청년의 팔목을 잡았다.
" 별일 아닙니다. 잠깐이면 되니 협조 좀 해 주십시요. "
유 형사가 청년을 끌다시피 하면서 청년을 차로 데려가 뒤 좌석으로 안내했다. 청년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최 반장이 앉아 있는 옆 좌석에 앉았다. 청년이 들어서자 최
반장은 자신의 담배를 꺼내어 청년에게 건네었다.
" 아. 이거 정말 미안합니다. 혹시 이 곳에 살고 있습니까? "
청년은 최 반장의 담배를 받아 입에 물었다.
" 예. 그렇습니다만... "
" 조금전 저 앞에서 하늘과 바다를 보았는 데 혹시 배를 몰고 나가려고 한 것
아닙니까? "
" 아닙니다. 어떻게 이런 날씨에 배를 몰고 나갑니까? 죽으려고 작정하면 몰라도. "
" 그럼 왜 하늘과 바다를 번갈아 보았습니까? "
" 그건.. 그저 내일 날씨가 어떨지 궁금해서 그랬습니다. "
유 형사와 주 형사는 최 반장이 그 청년을 왜 데려오게 했는지 궁금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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