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55)

                                                     김형엽

    " 그 큰 조직을 상대로 단신의 몸으로 가능할까요 ? 그리고 황 필두의 주변에는 이제 저희들도 포위망을 쌓고 있는데... "
   " 그 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가능하리라고 생각해. 그만큼 강하고 치밀하다는 거지. "
   최 반장이 담배를 깊숙히 빨고서는 커다랗게 숨을 내쉬면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 그럼 그 자가 황 필두의 앞에 나타날때까지는 저희도 이 상태로 있어야 하겠네요. "
   " 지금으로서는 별 방법이 없쟎아. 상부에 보고는 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었서 겨우 인원만 3 명 보강해 주었어. 살인 사건도 우리가 동일범이라고 단정했지만 유 혜란의 죽음과 김 민규의 죽음을 같이 연결해 줄만한 증거가 없어.... 폭력사건이 잦은 유흥가에서 죽은 김 민규가 주변의 폭력배들과 싸우다 죽었는지도 모르는 거니까. "
   " ..... "
   " 문제는 그 자의 정체를 밝혀 내는 것이 급선무야. 그 자가 누군인지를 알아야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것 같아. 그리고 몽타지의 여자를 찾아야 해. "
   " 신문에 낼겁니까 ? "
   " 말도 안되는 소리... 그 여자가 누군인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그 여자는 어디에도 내 놓을수 없어. 어쩌면 그 여자도 피해자가 될 수 있어. 이건 자네와 나 둘만이 기억하면 돼. "
   최 반장은 담배를 끄고 나서 남은 커피를 다 마셨다. 주 형사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최 반장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스럽게 생각했다.
   " 아. 그리고 아침 신문을 보니까 장안동의 스타 나이트클럽에서 소동이 있었다는 기사가 실렸던데 .... "
   " 예. 저도 보았습니다. 스타 나이트클럽은 개미파에서 운영하는 동대문에서도 가장 큰 업소지요. 그런데 그런 곳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것은 웬만큼 큰 조직이 아니면 감히 생각할수도 없는 일이지요. "
   " 그래 주 형사는 소란을 피웠다는 조직이 누군인지 짐작이 가나. "
   "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 "
   " 왜 무엇인가 의심나는 조직이 있나 ? "
   " 실은 저와 유 형사가 그 자의 정체를 파악하고저 유성 나이트클럽에 가본적이 있었습니다. "
   " 아. 언젠가 황 필두를 쫓던 그날 밤 얘기군. "
   " 예. 반장님도 기억하시는 군요. 그러니까 그날 밤 황 필두를 쫓기전 유성 나이트 클럽의 유 형사가 잘 알고 있는 웨이타에게 근황을 물어었는데 몇일이 지난후 그 웨이터가 발목이 부러진 상태로 병원에 입원을 했던군요. "
   " 그럼 개미파가 웨이타를 쳤다는 얘기인가. "
   " 증거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요. 그 웨이타도 알고보니 석양파의 소속이었습니다. "
   " 석양파 ? "
   " 예. 아직은 그렇게 큰 조직은 못 되지만 황소라는 별명을 가진 문 호석이 운영하는 조그만 조직입니다. 그 문 호석의 성격이 자기 조직의 부하가 당하는걸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하더군요.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문 호석이 개미파에게 의도적으로 반항을 한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 흠... 조직 폭력배까지 끼어 두는군.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황 필두 그 자가 가만히 있을까 ? 모르긴 몰라도 석양파라는 조직을 아주 쓸어 버릴지도 모르겠군. "
   " 글쎄요. 현재 황 필두의 입장에서는 더 시급한 일이 그 자의 소행을 찾는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석양파에서 그렇게 나왔다고 재차 공격을 하게되면 온 신문이나 보도에서도 조직폭력배의 싸움 운운하게 되고 더 시끄러워 지는것이 아닐까요. 그럼 자신에게도 그렇게 득이 될만한 일은 아닐텐데요. "
   " 물론 자네말도 일리는 있지. 그러나 개미파는 거대한 조직이야. 소규모의 조직이 그런식으로 반발을 하는것을 그대로 묵과하면 다른 작은 조직들의 움직임도 무시할 수가 없지. 반드시 어떤식으로든지 보복은 하게 될거야. 집단의 움직임이 아니라 석양파의 두목 한 명만을 노릴지도 모르지. "
   " ...... "
   " 사건이 난지 열흘이 넘었군. 황 필두가 움직이던지 그 자가 나타나던지 해야 될텐데... 일주일동안 허송 시간만 보내는 것 같아. "
   최 반장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물자 주 형사가 다가가서 라이터의 불을 켰다. 그리고는 자신도 담배에 불을 붙였다.
   " 쌍칼도 오늘쯤은 퇴원하겠군. "
   " 예. 쌍칼 일행중 가물치라는 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
   " 그 놈들을 잡아다 족쳐볼 수도 없고.... "
   " 병원에서 그들의 표정을 보지 않았습니까. 바늘구멍만한 틈도 열어주지 않는 놈들입니다. 그 자들에게도 지금 박 형사가 붙어 있습니다. 그들이 이동하면 같이 움직이면서 수시로 연락을 주기로 했습니다. "
   그 때 유 길준 형사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 반장님. 유 형사가 왔습니다. "
   " 음.... "
   " 저 왔습니다. 반장님.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 "
   " 어서 오게. 자 이리로 와서 앉게. "
   " 예. "
   유 형사가 주 형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면 소파에 앉아서는 곧 서류 봉투속의 내용물을 꺼내어 탁자위에 펼쳤다.
   " 그래 몇명이나 되나. "
   " 예. 주요 인물만 골라 7 명을 조사했습니다만 그 동안 특별하게 움직임이 없었고 현재의 거주지 자체가 분명한 것으로 보아 특별히 활동을 하는 자는 없었습니다. "
   " 짐작대로군. "
   최 반장이 한숨과 함께 담배연기를 토해냈다. 주 형사는 유 형사가 가져온 서류를 뒤적거리며 7 명의 사진을 다 보았다가 마지막에 또 다른 작은 봉투를 발견했다.
   " 이건 뭐지 ? "
   " 아. 그거는 지금의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서류야. 이리 줘봐. "
   유 형사는 작은 봉투속의 내용물을 꺼내의 최 반장의 앞에 펼쳐 놓았다.
   " 무슨 내용이지. "
   " 예. 2 년전에 황 필두를 마약사범으로 체포하려다가 실패했던 자료들입니다. "
   유 형사는 서류를  몇 장 넘기다가 멈추면서 특정 내용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 그 당시에도 지금과 같이 일을 하던 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오 민우라고.. "
   " 오 민우... "
   최 반장은 담배를 비벼끄더니 서류위로 고개를 가까이 가져갔다. 주 형사도 몸을 움직여 바싹 다가섰다.
   " 오 민우 이 자도 결국은 황 필두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가서 바다위로 시체로 떠 올랐지요. 이 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만 무려 일주일이 넘게 걸렸습니다. 국내에는 자료가 없었으니까요. 결국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홍콩에서 밀입국한 사실을 밝혀내고 신원을 알수 있었습니다. "
   " 그런데 이 자가 정말 황 필두의 일을 했다는 사실이 밝혔졌나. "
   " 그것을 밝힐수가 없었어요. 그것을 밝혔다면 지금 황 필두가 저렇게 당당하게 활동할수도 없었을 것이고, 지금쯤 감옥에서 콩밥을 먹는 신세가 되었겠지요. "
   " 그럼 자네는 어떻게 이 자가 황 필두의 일을 했다고 단정짓나. "
   " 결국 지금의 사건과 비슷합니다. 아니 똑 같을지도 모르지요. 다만 그 때와 사정이 다른것이 있다면 오 민우 이 자는 죽어서 증거를 잡을수 없었지만 지금 우리가 찾고 있는자는 살아있고, 그리고 물건도 소유하고 있다는 거지요. 어쩌면 오 민우라는 자와 현재 우리가 찾고 있는자는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는지도 모르지요. 이미 황 필두라는 거물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숙지하고 일을 했을수도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
   " 흠... "
   최 반장이 서류 뭉치를 들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자신의 책상앞으로 가서 앉았다.
   " 내가 한번 검토 좀 할테니 자네들 볼일이나 보게. "
   주 형사와 유 형사는 최 반장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서로 마주 앉았다.
   " 이것 좀 보아. "
   주 형사가 종이 한 장을 유 형사 앞에 내밀었다. 그건 여자 얼굴을 그린 몽타지였다.
   " 누구야.... 상당한 미인인데.. "
   유 형사는 몽타지의 여자를 바라보다 주 형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 문제의 여자야. "
   " 문제의 여자 ? "
   " 그 날 그 자와 같이 배를 탔던 여자의 얼굴이야. "
   " 그래... "
   유 형사는 다시 한번 뚫어지게 몽타지의 여자를 쳐다보았다. "
   " 정말 엄청난 미녀로군. "
   " 그렇지. 그런 미녀를 데리고 산다면 평생 재미 있을거야. "
   " 어쩌다가 이런 미녀가 그런 자에게 포섭이 되었을까 ? "
   " 포섭인지 인질인지는 아직은 모르지. 유 형사 생각에는 그 여자가 살아 있을 것 같아. "
   " 글쎄. 일단 그 자의 일에 대해서 알고 또 개미파와의 싸움속에서 살아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 "
   " 나도 살아있다는 것은 희망사항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혹시라도 살아있다면 어디 쯤 있을까. 사건을 떠나서 실물을 한 번쯤 보고싶은 얼굴이야. "
   " 혹시 개미파에서 그 여자를 인질로 잡고 있는것은 아닐테지. "
   " 뭐 ? "
   갑자기 주 형사가 놀라면서 소리를 높이 올렸다.
   " 그럴수도 있잖아. 개미파에서 이 여자를 잡고 있으면서 그 자를 기다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어. "
   " 아니야. 그런 일은 없을거야. 이미 개미파는 그 곳에서 도끼란 자를 제외하곤 모두 당했어. 그 자는 여자를 같이 데리고 왔을거야. 문제는 그 자가 그 여자를 어떻게 처리했는냐가 문제지. "
   그들이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는 동안 최 반장은 열심히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연신 담배는 그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