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54)

                                                     김형엽

    " 예. "
   ( 배를 이용해서 밀입국을 했다면...... 그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
   " 황 필두를 감시하는 조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나 ? "
   " 예. 어제부터 양평에 있는 별장으로 들어간뒤 오늘 아침까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
   " 이리와봐. "
   최 반장과 주 형사는 소파에 마주 앉았다.
   " 커피 드릴까요 ? "
   타자기를 두드리던 송 숙희 경사가 살며시 웃으며 다가왔다.
   " 오늘은 웬일이야. "
   최 반장과 주 형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송 경사를 바라보았다.
   " 요즘 사건 해결이 안 되어서 그런지 반장님이 더 늙어 보여서요. 그래서 저라도 반장님 얼굴에 조금이나마 웃음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려고요. "
   " 어이구. 이제 좀 여자같아 보이네. "
   주 형사가 송 경사의 서있는 모습을 아래위로 쳐다보자 송 경사의 볼이 조금씩 붉어지고 있었다.
   " 놀리지 마세요. 주 형사님. 그러면 커피 안 갖다 줄 겁니다. "
   " 늙어 보인다... 이것 큰 일이군. 벌써 늙다는 소리를 다 듣다니. "
   " 잠깐 기다리세요. 곧 갖다 드릴께요. "
   송 경사가 몸을 돌려 출입구쪽으로 나갔다. 주 형사는 송 경사의 나가는 뒷모습을 넋 나간 사람처럼 쳐다보았다.
   " 무엇을 그렇게 넋 나간 사람처럼 쳐다봐. "
   주 형사가 피식 웃었다.
   " 송 경사도 여자처럼 느껴지는데요. "
   " 뭐. 아니 그럼 여태까지는 여자로 보지 않았다는 얘기야. "
   " 예. 여자로 느껴본 적이 없지요. 그저 한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것 외에는 달리 특별하게 여자라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습니다. "
   " 아니 젊은 사람이 왜 그래. 마치 나 만큼이나 나이 먹은 사람같군. "
   주 형사가 뒤 머리를 만지며 웃어 보였다.
   " 어제 완성한 몽타지야. "
   최 반장이 탁자위에 종이 한장을 펼쳐 보였다.
   " 여수에서 자신의 배로 하지도까지 태워다 주었다는 청년의 기억으로 간신히 완성은 했지만 남자의 얼굴은 끝내 생각해 내지 못했어. "
   주 형사는 탁자위에 종이를 집어 들었다.
   " 음. 정말 상당한 미인인데요. 어떻게 이런 미인이 동행을 하였을까요 ? "
   주 형사는 몽타지에 그려진 여인에게 완전히 사로 잡히는 기분을 느꼈다.
   " 무엇을 그렇게 넋 나간 사람처럼 보세요. "
   어느새 송 경사가 커피잔을 소파위에 내려 놓으며 주 형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 아.. 아무것도 아니야. "
   " 피. 저도 보았었요. 같은 여자인 저도 질투를 느낄만큼 이쁜 여자네요. "
   " 그렇지. 그림이 이 정도니 실물은 더 매력있겠지. "
   주 형사가 몽타지를 송 경사 얼굴에 바싹 비추자 송 경사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 커피나 드세요. "
   " 고마워. "
   최 반장은 담배재를 털며 탁자위에 커피잔을 들었다.
   " 문제는 그 여자가 누구며, 또 어디에 사는지를 알아내야 돼. "
   " 이 몽타지 하나만 갖고 가능 하겠습니까? 그리고 그 자가 이미 자기의 일을 마치면서 죽었을 지도 모르는 거 아닙니까? "
   " 아직은 시체가 나타난 것도 아니니까 죽었다고 단정 지울수는 없지. "
   " 혹시 개미파의 황 필두도 이 여자를 찾고 있는것은 아닐까요 ? "
   " 그럴지도 모르지. 그 날 하지도에 갔던 쌍칼 일행이 그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면 그쪽에서도 여자를 찾기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거야. "
   " 살아있다 해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여자군요. "
   주 형사는 몽타지의 여자를 내려다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 개미파들이 그 여자를 찾아내기 전에 우리가 신변을 확보해야 될텐데.... "
   최 반장은 깊숙히 빨아되던 담배연기를 한 숨을 토해내면서 뿜었다.
   " 대체 어떻게 생긴 놈일까요. 이미 죽은 유 혜란이도 그렇고 지금 이 몽타지의 여자도 굉장한 미인인데 이런 미녀들을 이용해 일을 하고 있는 그 자가 궁금합니다. 거기다 여러명의 쌍칼일행을 혼자서 무참히 박살낸 실력 역시 신비하고.... "
   " 그래. 이제까지 숱한 사람을 상대해 보았지만 이렇게 강한 자는 나도 처음이야. "
   " 놈은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 "
   " 음... 나도 그 자에 대해서 여러모로 생각을 해 보았어. 이미 개미파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어. 황 필두는 그 날 쌍칼과 그 일행에게 그 자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했던것이 분명해. 그러나 쌍칼 일행이 오히려 당했지. 사건이 벌어진 장소로 보아 그 부근에서 그 자는 마약을 인수 받았을거야. 그리고 그 물건을 황 필두에게 전하고 자신의 댓가를 받으려고 했는데 뜻밖에 황 필두의 졸개들이 나타난거지. 상황으로 보아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황 필두는 그 자를 완전히 제거하려고 했던것이 분명해. 갑자기 나타난 쌍칼일행을 보자 그 자는 이상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어. 그리고 쌍칼 일행이 떠난 날은 날씨도 험악했고 하지도에 도착할 때는 완전한 밤이었겠지. 그 자는 당연히 의심할 수 밖에 없었겠지. 쌍칼 일행도 단순히 그 자를 죽이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쉽게 당하지는 않았을거야. 하지만 물건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그 자를 무작정 죽일수는 없었던 것일거야. 결국 쌍칼 일행이 당하기는 했지만 벌써 일주일이 넘도록 조용한것으로 보아서는 그 자도 어딘가 부상을 당했을 지도 모르지.... "
   " 그렇다면 그 자가 몸이 정상이 되면 다시 황 필두에게 올까요 ? "
   " 음.. 그것이 문제야. 그 자는 물건을 가지고 있어. 물건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그 방면에 훤하다면 자기 스스로 처리해 버릴수도 있지. 그렇다면 황 필두에게 받는 댓가보다도 훨씬 많은 돈을 챙길수 있을것이고... 또 하나는 그 자의 성격으로 보아 황 필두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경우지. 자신의 목숨을 노렸다는 사실이 그 자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을 거야. 그러면 몸이 어느 정도 완쾌되면 황 필두의 목을 노리려고 할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