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65)

                                                     김형엽

    사내가 빨라지고 있었다. 나영의 두 다리가 허공을 돌다가 사내의 두 다리를 조였다. 두 사람의 몸에 묻었던 물방울이 어느새 땀방울로 변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아랑곳없이 하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나영의 신음소리가 천둥소리에 숨겨져 허공을 맴돌았다. 창 밖으로는 뜨거운 방안의 열기를 식히려는 듯이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세차게 두들겼다.

    황 필두는 흔들의자에 앉은 채 비가 내리고 있는 바깥에 시선을 둔 채 시가를 물고 있었다. 그는 조금전 2 층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올라와 쉬고 있는 중이었다.
   ( 음.. 쌍칼이 잘 하고 있는 지 궁금하구먼. )
   그의 머리속에는 온통 하지도로 떠난 쌍칼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 피카소 그 놈이 만만치 않을텐데... 하지만 쌍칼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아.. 아무턴 잘 되야 할텐에.... )
   황 필두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연신 시가를 피워댈 때 거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 들어와. "
   문이 열리면서 옥향이 들어섰다. 하늘색의 수영복 차림에 커다란 수건을 목에 두른채 거실로 들어왔다.
   " 아니 여태까지 수영을 했니? "
   " 네. 아빠. "
   옥향은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으면서 천천히 황 필두가 앉아있는 흔들의자로 갔다. 황 필두가 흔들의자에서 일어서서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 수영이 그렇게 좋으냐. 저녁밥도 먹지 않은 채..... "
   " 밥 한끼 안 먹는다고 몸에 이상이 오나요. 별로 생각도 없었고 하루종일 이렇게 별장 안에만 있으려니 답답하쟎아요. "
   " 허허. 그게 어디 내 탓이냐. 계속해서 비가 오는 날씨 탓이지. "
   " 정말 날씨도 너무해요. 벌써 몇일째 계속해서 내리고 있으니. "
   " 내일부터는 맑아 진다고 하니 밖에 나갈수 있을거야. 자 방으로 들어가자구나. "
   황 필두가 옥향의 어깨를 감싸며 방으로 향했다. 방에는 침대뿐이었고 침대위로 전화만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방문이 있었는 데 그건 욕실이었다. 옥향은 곧 바로 욕실문을 열고 들어가 수영복을 벗었다. 황 필두는 침대에 걸터 앉아 열려 있는 욕실문으로 옥향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 내가 비누칠을 해 줄까? "
   " 아니요. 제가 빨리하고 나갈께요. "
   " 흠.. 그래. "
   황 필두는 시가를 입에 물면서 옥향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 고것.. 갈수록 몸이 완벽해 져 가는구나... )
   황 필두는 옥향의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옥향은 커다란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욕실에서 나와 황 필두에게로 다가가 안겼다. 황 필두는 두 팔로 가지런히 옥향을 안으며 무릎위로 앉혔다.
   " 아. 시원해. "
   옥향은 황 필두의 가운을 헤치며 가슴에다 얼굴을 묻었다. 옥향의 몸에 걸쳐있던 수건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황 필두의 손이 덜 자란 복숭아 같은 작은 젖가슴을 만졌다. 그러자 옥향은 더욱 더 황 필두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그 때 전화벨 소리가 작게 울렸다. 황 필두가 동작을 멈추고 옥향이를 안은채로 침대에 몸을 눕히고 한 손을 뻗어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가운이 풀어지면서 단단한 육체가 그대로 드러났다.
   " 무슨일이냐. "
   황 필두는 누운채로 수화기를 들고 이야기를 했다. 옥향이가 황 필두의 벌어진 두 다리 사이로 가서 앉았다.
   " 쌍칼로 부터 연락이 왔다고. "
   황 필두가 갑자기 상체를 일으켰다. 옥향이 잠시 주츰하다가 다시 황 필두의 다리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 바보같은 놈들.... "
   황 필두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옥향은 아랑곳없이 열심히 자기의 일에 몰두했다.
   " 올라와서 자세히 얘기해. "
   황 필두가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내려 놓고는 옥향의 등을 살짝 두드렸다. 옥향이는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황 필두를 쳐다보았다.
   " 잠시 기다리고 있어라. "
   황 필두는 옥향의 볼을 어루 만지며 옥향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 무슨일이 잘못 되었나요. " 옥향이 일어나 앉으며 황 필두의 가운을 바로 잡아 주었다.
   "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
   까운의 끈을 묶은 황 필두는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곧 거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 들어와. "
   황 필두는 소파에 앉아 시가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장발이 들어섰다. 정중히 인사를 하고 소파에 앉았다.
   " 자세히 얘기해 봐. "
   " 예. 쌍칼 일행은 무사히 하지도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해서 벌써 접전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
   " 바보같은 자식. 물건을 인수 받기전까지는 가급적 싸움을 하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것만. "
   " 피카소는 벌써 물건을 다른데로 옮겨 놓았던 모양입니다. 쌍칼이 여러 차례 피카소에게 부탁했지만 피카소는 그전 방식데로 물건을 돌려 주겠다고 끝까지 고집을 내세워 할 수 없었답니다. "
   " 그럼 동굴안에서 끝내야지 왜 놓쳐 버렸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