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78)
김형엽
사내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10 만원짜리 수표를 한장 꺼내더니
종업원에게 주었다.
" 몇시면 올 수 있지. "
사내는 이제 마음놓고 말을 놓았다.
" 10 시쯤... "
종업원은 얼굴이 발개지면서 사내가 건네주는 10 만원짜리 수표를 두 손으로 받았다.
" 알았어. 어서 나가서 방을 예약해 둬. "
종업원은 공손히 인사를 하고 방문을 열고 나갔다. 사내는 수저를 들어
매운탕을 먹기 시작했다.
( 음. 아주 맛있게 익었군.... )
사내는 그렇게 앉아서 1 시간이 넘도록 식사를 했다. 식사를 다 마치고 시계를
들여다 보니 4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사내는 계산을 끝내고 종업원이 알려준
호텔로 향했다. 호텔은 식당에서 걸어서 5 분정도의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사내는 곧 예약되어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 5 층 건물의 맨 위층의 오른쪽 끝
방이었다. 사내는 보이에게 만원권 1 장을 내주었다. 보이는 90 도
가까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번했다.
" 이따 10 시쯤 나를 찾아오는 여자 손님이 있을거야. 잘 모셔 안내하도록. "
" 예. 잘 알겠습니다. "
보이가 나가자 사내는 양복상위를 벗어 옷장속에 걸고는 침대위로 누웠다.
그리고 두눈을 감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사내의 규칙적이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내는 그렇게 잠이 들어갔다.
서울 시내의 유흥가들은 어둠이 짙어지기 시작하자 여기저기 할 곳없이
오색의 불빛을 반짝이는 네온싸인들이 빛을 뿜어되기 시작했다. 신설동의 스타
나이트클럽도 기다렸다는 듯이 간판의 불빛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입구가 열렸다.
호텔의 나이트클럽보다는 시설이 좀 떨어졌지만 젊은이들이 애용하기에는
가격도 저렴하고, 특히 무대가 넓어 몸을 흔들어 되기에는 불편함이 없어 밤이
깊으면 300 석의 자리가 평일에도 꽉 찼다.
문을 열자 기다리고 있던 10 여명의
젊은 남녀가 어느새 중앙의 좌석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20 여명이 넘는
웨이타들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미 홀 안에는 자지러지는 음악이 실내를 진동했다.
이 상구는 실내를 두리번거리며 혹시라도 손님에게 불쾌감을 줄수 있는 것이 있나하고
최종 점검을 하고 있었다. 웨이타들의 총 책임자로서 지배인이기도 한 그는
180 미터의 큰 키에 어깨마저 딱 벌여져 한 눈에 봐도 힘께나 쓸 인물처럼 보였다.
그는 실내를 둘러보다가 10 여명의 젊은 남녀가 벌써 무대위에서 몸을 흔들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출입구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때 출입구쪽으로 검은 양복의 중절모를 눌러 쓴 두 사내가 들어섰다. 출입구 앞에
서 있던 키 작은 웨이타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 어서오십시요. "
순간 왼쪽에서 들어오던 사내의 왼손이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들려고 하던
웨이터의 턱을 그대로 주먹으로 후려쳤다.
" 억 --- "
키 작은 웨이타는 짧은 비명소리 한마디를 내뱉고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 아니. 저 자식들이.... )
이 상구는 빠른 걸음으로 출입구쪽을 향했다. 이미 10 여명의 웨이타들이 두 사내의
앞을 막아섰다.
" 물러나라. "
이 상구의 한마디에 웨이타들이 두어걸음 뒤로 물러섰다. 두 사내는 걸음을 멈추고서
우뚝 서 있었다. 이 상구는 그들의 앞으로 다가갔다.
" 무슨일이요. "
두 사내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러다가 우측에 선 키가 작고 통통한 사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불곰 이라고 부르지. 그리고 내 옆에 서 있는 친구는 망치라고
부르고... "
이 상구는 순간 흠찍 놀라고 있었다.
( 이놈들... 개미파의 일원이구나.... )
" 우리가 이 곳에 왜 왔는지 알고 있겠지. 지금 어디있나 ? "
" 무슨 소리들 하고 있는거야. 어서 이 곳에서 썩 꺼져. "
이 상구가 큰 소리를 치자 주위에 웨이타들이 두 사내들을 에워 쌓았다.
" 흥... 멍청한 놈들이군. 감히 이 불곰도 몰라보다니. "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불곰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깜짝 놀란
이 상구가 순간적으로 몸을 피하려 했지만 어느새 불곰은 이 상구의 품속에 들어와 있었다.
( 빠.. 빠르다. )
주변의 웨이타들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불곰은 키가 큰 이 상구의 가슴에 머리를 그대로 갖다 박았다.
" 퍽 ---- "
이 상구의 몸이 무려 3 - 4 미터 정도 날아가 테이블 위로 떨어져 나갔다.
순간 무대위에서 춤을 추던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허둥지둥 자신들의 소지품을 챙겨
같이 온 일행들과 나이트클럽을 빠져 나갔다.
" 으... "
이 상구는 일어서려고 애 썼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주위에 있던 웨이터 두명이
양쪽에서 부축이자 겨우 상체만 일으켰다. 불곰은 에워싸고 있는 웨이타들을 무시한
채 곧장 이 상구 앞으로 걸어 나갔다. 불곰과 이 상구와의 거리가 짧아지자 용기있는
웨이타 둘이 불곰의 앞을 막았다. 어느 새 웨이타의 손에는 쇠파이프가 쥐어져
있었다.
" 이 개새끼.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
오른쪽의 웨이타가 쇠파이프로 불곰의 머리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그러나 쇠파이가
웨이타의 머리위에서 내려오기도 전에 불곰의 몸이 회전을 하면서 오른쪽 발이 지면을
끌면서 웨이타의 왼쪽 정강이를 걷어 찼다. 그러면서 불곰은 몸을 일으키면서 좌측의
웨이타의 턱을 강타했다. 순식간에 두 명의 웨이타가 나가 떨어졌다. 그러나 불곰은
멈추지 않았다. 곧 바로 이 상구 앞으로 다가서더니 좌우측에서 부축을 하고
있던 웨이타들을 역시 빠른 동작으로 발로 걷어찼다. 처절한 비명소리를 지르며
또 다시 두 명의 웨이타들이 뒤로 자빠졌다. 그러자 다른 웨이타들은 아예 덤빌
엄두도 내지 못하고 두어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그들이 물러서기도 전에
이제까지 불곰의 뒤에서 구경만 하던 망치가 큰 소리를 내며 8 인용 탁자를 집어 들었다.
" 이 새끼들 전부 무릎 끓지 못해. "
주츰하고 있던 웨이타들에게 8 인용 탁자가 날아갔다. 곧 이어 의자도 수십개가
날아가고 망치의 몸이 한번 움직일때 마다 홀은 아수라장이 되어 갔다.
불곰은 이 상구에게 다가가 가슴에 한 쪽발을 올려 놓았다.
" 불곰의 머리에 받히면 일어선다 해도 정상적으로 살 수는 없어. 그러나
내가 오늘은 적당히 두들긴거야. "
이 상구는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끼면서 이를 악 물었다.
" 하지만 이번에도 제대로 말을 하지 않는다면 완전히 저승으로 보내주겠다. "
불곰은 천천히 몸을 숙여 이 상구의 다리를 타고 앉았다. 누워있는 이 상구와
앉아있는 불곰의 눈이 마주쳤다. 불곰이 천천히 모자를 벗었다.
" 딱 한번의 기회를 주마. 내가 이 상태에서 너의 가슴을 한번 더 내리 찍으면 너는
영원히 불구자로 살게 될거야. "
주위에서 웨이타들이 형님을 외치며 소리지르자 망치의 손이 그대로 입을 여는
웨이타의 턱을 갈겨버렸다.
" 황소 지금 어디있어. "
이 상구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불곰의 눈을 노려보았다.
" 어디있어. "
불곰은 몸을 뒤로 기울였다. 그대로 내리 꽂으면 불곰의 머리는 정확하게 이 상구의
가슴을 향해 파고 들것이 틀림없었다. 이 상구는 차라리 눈을 감아버렸다.
" 황소 자식 부하 하나는 잘 두었군. 잘 가거라. "
순간 이 상구는 불곰을 향해 침을 뱉었다. 침이 불곰의 얼굴에 그대로 튀었다.
불곰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곧장 이 상구의 가슴으로 내려갔다.
" 악 ---- "
" 형님 ---- "
불곰은 일어서서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망치에게 눈짓을 하고는 천천히
나이트 클럽을 빠져나갔다. 이미 밖에는 또 다른 일행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랜져에 올라탔다.
" 다음은 어디냐. "
뒤에 앉은 불곰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 예. 이번에는 제기동에 있는 '초야' 라는 룸살롱입니다. "
" 그래. 룸살롱이라면 얘들도 별로 없겠군. 이번에도 망치와 내가 처리할테니
너희들은 밖에서 망보고 있어. 한 놈이라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
" 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