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10)
김형엽
박 만호. 당시 그의 나이 37 세. 그는 그 날도 여느날과 다름없이 화단의 화초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배를 쓸어 안고 화장실로 향하는 유 혜란을 발견하였다.
( 다들 갔는 줄 알았는데..... )
그는 야릇한 감정을 느꼈다. 텅빈 보육원에 자기와 혜란이 둘 뿐이라는 사실이 그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는 화초를 정리하던 도구를 땅에 던져 버리고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막 화장실로 들어 서는데 혜란이가 나왔다. 둘은 정면으로 마주쳤다.
" 어머. 아저씨 언제 오셨어요? "
혜란은 매일 보는 아저씨라 아무런 생각없이 인사를 했다. 그 순간 박 만호의 눈빛이
이상하게 자기를 쳐다본다고 느꼈다. 팔이 없는 짧은 원피스의 차림이라서 두 다리가
무릎위까지 시원하게 나와 있었다. 박 만호가 혜란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나이 어린
혜란이었지만 그녀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 왜.. 왜 그러세요. 아저씨. "
혜란은 뒷걸음을 쳤지만 화장실 안이었기 때문에 몇 걸음 가다 등이 벽에 닿았다.
" 가까이 오지 마세요. "
" 떠들어 봐야 소용없어. 이 곳에 지금 너와 나 단둘뿐이야. "
박 만호는 혜란을 번쩍 안아 올려 자기가 기거 하는 숙소로 향했다.
" 왜 이래요. 내려줘요. "
혜란은 두 손을 허우적거리며 바둥 거렸지만 연약한 소녀의 힘으로는 30 대 남자의 힘
앞에는 무기력 할 수 밖에 없었다. 박 만호는 혜란을 방바닥에 내 던졌다. 그러자 짤
막한 원피스가 허리위로 올라가면서 속살이 그대로 드러났고 박 만호의 눈은 이성마저
도 완전히 잃어버리고 이글거렸다. 곧 자신의 몸을 혜한의 몸 위로 실었다.
" 악. 이러지 마세요. "
버둥거리는 헤란의 원피스 자락이 무참히 찢겨져 나갔고 성숙하지도 않은 맨몸이 그대
로 들어났다.
" 안돼요. 안돼. 악 ------ "
원장이 고개를 떨구었다.
" 음... 때려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이었군요. "
원장의 말을 듣던 주 형사가 이를 악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 그 날 그런일이 있은 후 혜란이는 엄청나게 변하기 시작했어요. "
" 어린 나이에 굉장한 충격을 받았겠네요. "
" 네. 그 일이 일어난 지 한달쯤 지나 혜란이는 이 곳을 나갔어요. 나는 마치 친 딸
을 잃은 것처럼 가슴이 아팠지요. 그 후 그 아이의 행방을 찾으려고 무던히 애를 써
보았지만 허사였어요. 그렇게 7 년의 세월이 흘러 갔지요. 혜란이를 거의 잊고 살아
왔는데 지난 5 월에 이 곳에 왔었지요. "
" 5 월이면 두달전 아닙니까? "
" 네. 완전한 숙녀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났지요. 여러가지를 물어 보았지만 아무것도
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았어요. 단지 그 동안 자기를 키워주었던 감사의 마음으로 돈
만 놓고 가 버렸지요. "
" 돈을... "
" 천만원이나 되는 큰 돈이었어요.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은 채 가버리
더니...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서.......... "
원장이 다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주 형사와 강 형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
로의 얼굴만 쳐다 보다가 주 형사가 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원장에게 권했다.
" 미안합니다. 이런 꼴을 보여 드려서. "
" 아닙니다. 괜챦습니다. "
" 그 아이의 시신은 어디 있나요. "
" 저희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화장을 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
" 그래주십시요. 그 아이가 자라면서 놀던 작은 저수지가 보육원 뒤에 있습니다. 혜
란이는 슬프거나 기쁠때 늘 그곳에서 자기 자신을 위로하면서 살았지요. 그 아이를 그
곳에서 잠들게 하고 싶어요. "
" 알겠습니다. "
주 형사와 강 형사는 보육원을 나왔다.
" 주 형사님. 저 원장님은 40 이 넘었는데도 하나도 늙어 보이지 않지요. "
" 그래 곱게 자란것 같은데 어쩌다 이런곳에서 한 평생을 보내게 되었을까 ? "
주 형사를 담배를 피워 물었다. 슬피 울던 원장의 얼굴이 자꾸 그의 머리속에서 움직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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