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11)
김형엽
" 강 형사. 일단 반장님께 가자. "
" 예. 그러지요. "
그들은 차에 올라탔다. 주 형사는 한번 더 보육원을 뒤로 바라보다가 시동을 걸었다.
차가 천천히 좁은 산길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 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 천만원이면 큰 돈이지. 아마도 유 혜란이를 살해한 놈이 주었을거야. "
" 그렇게 큰 돈을 준 이유가 있을거 아닙니까? "
" 놈은 유 혜란이를 산거야. 돈으로 사서 자기의 심부름을 시킨 거지. "
" 7 년 동안씩이나요. "
" 아냐. 놈이 유 혜란이를 만난것은 몇개월 되지 않았어. 유 혜란이가 7 년 동안 어
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돈을 벌지 못한거 같아. 그러다가 놈을 만나 거액의
조건을 받고 일을 시작한 것 같아. "
" 그럼 7 년 동안의 행적을 추적하실 건가요? "
" 글쎄. 어려울 것 같은데. "
" ..... "
" 아무런 정보가 없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을 방법이 없을거 같아. "
" 그럼 어떡하지요. "
" 방법을 찾아 보아야지. "
차가 아스팔트 길로 들어서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렇게 안산으로 향할때
최 반장은 어떤 젊은 여자와 마주하고 있었다. 유 혜란의 죽은 신문기사를 보고 확인
하고자 온 손 유미라는 여자였다. 손 유미는 계속해서 흐느끼고 있었다.
" 자. 아가씨 이제 그만 진정하고 친구인 유 혜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봐요. "
여자는 그래도 한참을 더 울고 난 후에 눈주위를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입을 열었다.
" 혜란이를 만난 것은 92 년 5 월이었어요. 저는 룸카페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인가 혜란이가 새로 왔다고 인사를 했어요. 우리는 처음 만나서부터 무척 친하게 지
내게 되었지요. 혜란이나 저나 모두 부모가 없는 같은 처지였기에 우리는 마치 자매
같이 생활해 왔어요. 저 보다 두살이 아래였기에 저는 동생처럼 보살펴 주었고 혜란
이는 저를 언니로 받들었지요. "
" 유 혜란의 어린 시절 얘기를 들어 보았나요. "
" 아니요. 혜란이는 자신의 어린 시절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다만 가끔씩 자기가
생활하던 보육원의 엄마가 보고 싶다고는 했어요. 그러나 큰 돈을 벌때까지는 안 가
겠다고 했어요. "
" 큰 돈이라... "
" 자기를 10 년 동안 친자식같이 보살펴 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한 것이였죠. "
" 보육원의 엄마라고 하시는 분 말씀이군요. "
" 네. 보육원의 엄마 소리 말고는 일체 다른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었요. 그렇게 둘
이서 서로 의존하면서 10 개월을 같이 살았어요. "
" 그런데 왜 헤어졌지요? "
" 그게 이상했어요. "
" 어떤점이 이상했나요. "
최 반장이 담배를 물면서 손 유미를 주시하면서 이야기에 집중했다.
" 그게 그러니까 3 월 6 일 토요일 이었을 꺼야요. "
그 날은 토요일이라 유성 룸카페도 밤이 깊었지만 한산했다.
호스테스들이 머무르고 있는 방안에서 일부는 고스톱 판이 한창이었고 나머지 호스테
스들은 그 옆에서 구경하거나 또 일부는 아예 잠을 자는 무리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
중 둘은 다른 호스테스와는 조금 떨어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 혜란아. 벌써 11 시가 다 되어가는데 오늘은 종 친것 같다. "
" 아무리 토요일이라지만 지난주에는 그래도 한 손님은 받았는데.. "
유 혜란과 손 유미가 서로를 쳐다보면 히죽 웃었다.
" 마담 언니에게 얘기하고 일찍 갈까? "
" 언니 좋을데로 해. "
" 그래야겠어. 내가 가서 이야기 해 볼께. "
손 유미가 막 일어서는데 방문이 열리면 웨이타가 들어 왔다. 모든 호스테스들의 시
선이 웨이타에게 향했다.
" 77 번. 손님 받아요. "
유미가 혜란이를 쳐다보았다.
" 혼자야요. "
77 번인 유 혜란이 웨이타를 쳐다보면 애기했다.
" 네. 혼자오신 손님입니다. "
" 어떡하지요 언니. "
유 혜란이 손 유미를 보며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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