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102)
김형엽
" 어서 쳐라. "
적막을 깨뜨리듯 쌍칼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코뿔소가 다시 쇠파이프를 흔들며 자세를 갖추려고 할 순간 어둠속에서 한줄기 섬광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 핑 ---- "
그것은 피카소가 쓰러진 둔치의 체인을 빼앗아 휘두르는 소리였다.
체인은 정확하게 코뿔소의 오른쪽 어깨에 가서 감겼다. 너무나 빠른 속도였기 때문에
모두들 입만 벌린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코뿔소의 어깨에서 옷이 찢겨져
나가면서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 악 -- "
처절한 비명소리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 한꺼번에 공격해. "
쌍칼의 노도와 같은 명령이 떨어지자 커다란 함성소리와 함께 사내들이 얽히기
시작했다. 피카소는 힘차게 체인을 휘두르면서 발걸음을 계속해서 밑으로 옮겼다.
그러다가 기회를 보아 밤나무 숲을 벗어날 계획이었다.
작은 몸집의 사내가 그대로 내려오는 속도를 이용하여 몸을 날렸다.
이단옆차기가 주특기인 땅쇠였다. 땅쇠의 몸이 공중에서 떨어지면서 피카소를 향했다.
워낙 빠른 속도였기에 피카소는 피한다고 했지만 어깨부분에 충격을 받고 바닥을
두어 번 뒹굴고 나서 일어났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땅쇠의 몸은 또 다시 날아올랐고,
왼쪽에서는 두꺼비의 칼이 피카소의 옆구리를 향해 들어왔다.
피카소의 눈동자가 좌우로 한바퀴 돌더니 재빠른 동작으로 왼손에 들고 있던 칼을
달려드는 땅쇠를 향해 던지면서 상체를 지면까지 숙이면서 오른발을 축으로
왼발이 원을 그렸다.
" 악 --- "
달려들던 땅쇠의 몸이 허공에서 멈추다가 그대로 땅바닥으로 곤드박질 하며
얼굴을 움켜지면서 몸부림쳤다. 피카소가 던진 칼은 그대로 땅쇠의 오른쪽
눈 부분에 박혀있었다. 처절한 신음소리가 주위의 어둠과 함께 전율을 울렸다.
곧 이어 또 하나의 몸뚱이가 허공에서 떨어졌다. 피카소의 원을 그리던 왼발이
옆에서 공격해 오던 두꺼비의 무릎을 걷어차는 바람에 잠시 떠 있다가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피카소는 머뭇거리지 않고 곧 바로 고개를 들어 일어서려는
두꺼비의 안면을 향해 오른발을 날렸다.
" 퍽 -- "
둔탁한 소리와 함께 두꺼비의 몸은 뒤로 2 - 3 미터나 굴러 나무기둥에 부딪쳤다.
점광석화같은 동작이었다.
쌍칼은 품 속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땅쇠를 일으켜 부축이던 갈치가 피카소를
노려보다가 당차게 일어서며 도끼를 휘둘렀다.
" 죽어라 --- "
흥분된 갈치의 도끼는 번쩍거리면서 어둠을 갈랐다.
" 휘익 --, 휘익 -- "
피카소는 굵은 나무를 등지면서 갈치의 도끼를 피하다가 체인을 휘둘렀다.
갈치의 오른손에 체인이 감기면서 동작이 둔해지자 화가 난 갈치가 그대로
피카소를 향해 도끼를 던졌다.
" 쿵 -- "
도끼는 피카소의 머리위를 지나 나무에 박혔다. 순간 피카소는 체인을 끌어당기면서
자신의 몸을 날렸다. 피카소의 몸이 공중에서 한바퀴돌면서 길게 뻗은 왼발이 그대로
갈치의 턱을 걷어찼다.
" 억 --- "
갈치의 몸이 공중으로 솟구치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쳐 박혔다.
피카소의 몸이 지면에 닿으면서 자세를 바로 잡는 순간 무엇인가 어둠속에서
번쩍거리면서 빠른 속도로 피카소의 허리에 꽂혔다.
( 헉 --- 쌍칼 이놈이.... )
피카소는 천천히 몸을 돌려 쌍칼을 노려보았다. 쌍칼은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머금으면서 또 한자루의 칼을 손에 쥐고 토닥거리고 있었다.
피카소가 손을 등 뒤로 돌려 허리에 박힌 칼을 뽑았다. 순신간에 검붉은 피가
츄리닝을 붉게 물들였다. 쌍칼의 남은 부하 4 명이 천천히 다가왔다.
피카소는 한 손으로 허리를 누르고 또 한 손으로는 체인을 천천히 돌리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불과 3 미터 뒤에 밤나무의 끝을 표시하는 철조망이 보였다.
그리고 철조망 뒤로는 빽빽한 갈대숲이 보였다.
피카소는 갑자기 체인을 돌리는 손에 힘을 주었다. 체인이 돌아가는 소리와
바람소리가 겹쳐서 기분 나쁜 소리로 변했다.
" 야아 --- "
피카소는 고함소리를 지르며 돌리던 체인을 한 목표물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렸다.
체인은 정확하게 쌍칼을 향해 날아갔다. 쌍칼은 짐작이라도 해듯이 자세를 낮추면서
피카소의 첫번째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쌍칼은 두번째의 공격을 생각하며 손에 쥐고
있던 칼을 앞으로 뻗어 체인을 감으려고 했다. 남은 쌍칼의 부하들도 공격할 태세를
갖추었다.
피카소는 천천히 두어걸음 물러서면서 체인을 머리위로 돌렸다.
( 체인의 길이가 약 7 미터... 저쪽 나무가지에 걸리기만 한다면... )
" 어서 공격해 보아라. 이번에는 그 체인을 감아버리겠다. "
어둠속에서 쌍칼의 허연 이가 유난히 반짝거렸다.
" 오냐. 간다. "
피카소는 체인의 속도를 빨리하면서 힘을 주었다.
" 받아라. "
" 휘익 ---- "
어둠을 뚫고 한 줄기 섬광이 스쳐 지나갔다. 쌍칼과 일행은 긴장한 상태에서
피카소의 공격을 기다렸는데 뜻밖에도 피카소로 부터는 엉뚱한 공격을 해왔다.
오른손에서 돌리던 체인은 그대로 있었고 왼손에 쥐고 있던 칼을 쌍칼을
향해 던져 버린 것이었다. 쌍칼은 뜻밖에 칼이 날라왔지만 가볍게 피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순간 --
체인이 하늘을 날랐다. 그건 쌍칼과 그 일행을 향해 날아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 편으로 날아 굵은 밤나무의 윗가지를 향해 날아갔다. 체인이 나무가지에 걸치자
피카소는 그대로 체인을 쥔채 몸을 날렸다. 마치 타잔이 밧줄을 타고 가듯이
피카소의 몸은 체인에 매달린채 철조망 담을 가볍게 넘어갔다.
" 놈이 도망을 친다. "
그때서야 쌍칼은 피카소가 무슨짓을 하려는 지를 알고 부하들에게 급히 소리를 쳤다.
" 빨리 잡아. "
피카소의 몸은 그대로 밤나무 숲을 벗어나 갈대숲으로 사라졌다.
갈대숲은 상당히 길었다. 그리고 갈대의 높이도 2 미터정도 자라서 사람이 들어가
숨게 되면 낮이라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하물며 달도 없는 밤이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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