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103)
김형엽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
갈대숲 밖으로 몇명의 시커먼 물체들이 랜턴을 비추면서 나타나더니 한곳으로 모였다.
모두들 한 사람을 중심으로 몰려들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 할 수 없다. 일단 밖으로 나가자. 놈도 상처를 입었으니까 갈 곳은 한 군데 밖에
없을 거야. 근처의 병원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내일 아침까지는 찾아야 한다. 모두들
부상자들을 부축하고 나가자. "
" 예. "
쌍칼과 그 일행은 주변의 부상자들을 부축하고 도로변으로 향했다. 언제 얼굴을
내밀었는지 먹구름 사이로 반달의 모습이 보였다. 구름이 빠른 속도로 동쪽으로 밀려가고
있었지만 비는 더 이상 뿌리지 않았다.
많은 사내들이 격투를 벌렸던 밤나무 숲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들었고 가끔씩 부는
바람만이 길게 늘어선 갈대를 흔들뿐 원래의 밤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송 나영은 커다란 타올로 몸을 감은채 침대위에 앉아 T.V 를 보고 있었다.
T.V 화면에서는 백인의 남자가 쇼파위에 앉아 있었고 그 남자위에 금발의 여인이
열심히 엉덩이를 돌려되고 있었다. 사내를 기다리다가 지쳐 무심코 T.V 를
켜 보았는데 뜻밖에 모텔에서 밤을 이용하여 틀어주는 포르노 테이프를 보게 된 것이었다.
나영은 처음에는 기겁을 해서 껐다가 호기심이 발동하여 다시 틀면서 T.V 속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 어쩜.. 저렇수가.. )
감탄과 놀라움이 뒤섞이면서 자신도 모르게 몸이 자꾸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T.V
속의 장면에서 단 한번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 T.V 속의 남자가 여자의 몸을 밀며
자신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여자를 엎드리게 하고 뒤에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여자의 입에서는 연신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희열에 찬 표정을 지었다.
나영은 또 다시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달아오르는 몸을 지체하지 못하면서 두 다리를
힘차게 포개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영은 깜짝놀라며 침대위에서 튕기듯이 일어섰다.
그 바람에 몸에 걸쳐던 까운이 그대로 땅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알몸이 그대로 드러났다
창문이 또 다시 흔들리면서 덜컹거렸다. 그건 바람때문에 흔들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 누.. 누구세요. "
나영은 주츰거리면서 겨우 입을 열었다.
" 창문을 열어.... 나야.. "
희미하게 낮설지 않은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나영은 목소리의 사내가
누구라는 것을 알고서는 빠르게 창문을 열었다. 시원한 밤공기가 창을 통해
방으로 들어오면서 사내의 몸도 같이 들어왔다.
나영은 사내의 모습을 보자 기겁을 하며 놀랐다.
" 어.. 어떻게 된 거야요. "
" 쉬잇 -- 너무 크게 소리를 내지 말아. "
피카소가 창을 넘어 몸이 완전히 방으로 들어오자 나영은 눈동자는 더욱 커졌다.
츄리닝 바지가 완전히 피에 물들어 있었다.
" 이.. 이것이 다 피... "
피카소의 손이 재빠르게 나영의 입을 막았다.
" 칼에 찔렸어. 옷장 속에서 가방을 좀 꺼내와. "
나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옷장으로 달려가자 젖가슴이 출렁거렸다.
피카소는 피에 젖은 츄리닝을 상하위 할것없이 모두 벗어버리고 욕탕으로 들어갔다.
욕탕에 옷을 던지고 하체를 대충 닦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방바닥에 앉았다.
나영이 가방을 들고 피카소에게 바싹 다가갔다.
" 어머나 이 상처좀 봐. 병원에 가야겠어요. "
피카소의 오른쪽 옆구리 뒤 부분이 심하게 찢겨져 있었다.
" 괜챦아. 어서 그 가방에서 지혈제를 꺼내. "
나영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열었다. 가방안에는 봉투 몇개와 조그만 상자가
하나 있었다. 피카소는 상자의 뚜껑을 열고 그 안에서 조그만 병을 꺼내더니
마개를 열어 나영에게 건네 주었다.
" 이걸 상처 부위에다 뿌려. "
나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사내에게서 병을 받아 상처주위에 뿌렸다. 하얀 가루가
쏟아져 나오면서 상처를 덮었다. 조금 지나자 피가 멈추었다.
" 어쩌다 이렇게 되었어요. "
나영이 근심스런 표정을 짓고 사내를 바라보았다.
" 오다가 불량배들을 만나서 버릇 좀 고쳐주었지. "
피카소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가볍게 대답을 하고 한 손으로 나영의 젖가슴을
살며시 쥐었다.
" 무엇이로든 감아야 되지 않겠어요. "
" 글쎄.. 무엇이 좋을까 ? "
피카소는 방을 둘러보다가 T.V 화면을 보았다. 금발의 여자가 막 숨이 넘어갈듯 몸을
뒤척이면서 사내에게 매달려 있었다.
" 좋은 것을 보고 있었군. "
" 어머나. 내 정신 좀 보아. "
나영이 후다닥 일어서며 T.V 를 끄려 했지만 사내가 팔을 잡으며 제지했다.
" 그냥 두어. "
나영은 다시 앉았다.
" 아. 저것이 좋겠군. "
피카소는 침대 카바를 가리켰다.
" 다 쓸수는 없고 표시나지 않게 조금만 자르지. "
" 괜챦을까요. "
" 모르게 하면 돼. "
피카소가 일어서려 하자 나영이 부축했다.
침대 카바는 보기보다 쉽게 찢어졌다. 피카소가 적당한 만큼 잘라내어 몸을 감았다.
나영은 풀리지 않게 단단히 조여서 묶은 후 욕실에 들어가 수건에 물을 적셔 나왔다.
그리고는 사내의 몸을 조심스럽게 닦았다. 피카소는 움직이지 않고 나영이
모습을 바라보았다.
" 됐어요. 이젠 침대로 가서 누우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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