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104)

                                                     김형엽

    나영이 수건을 들고 다시 욕실로 가자 피카소는 침대로 가 누웠다. T.V 에서는 조금 전까지 몸을 흔들어 되던 금발의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않고 또 다른 두 여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 힘든 싸움이었어. 그 갈대숲이 없어더라면 영낙없이 잡혔겠지. ) 피카소는 길게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침대가 출렁거리자 피카소는 다시 눈을 떴다. 어느새 나영의 몸이 자신의 품속에 들어와 있었다. 피카소는 나영을 몸을 끌어당겨 안았다.
   " 왜 이렇게 늦었지. "
   " 츄리닝을 빨았어요. 상위는 마른후에 바늘로 꿰메야 해요. "
   " 그냥 버려도 될 것을. "
   피카소는 여자가 천성적으로 착하다는 것을 느꼈다. 안고 있는 팔에 힘이 들어갔다.
   " 무리하지 마세요. 그냥 이대로 자요. "
   나영이 사내의 가슴을 매만지며 속삭였다.
   " 괜챦아. 나는 이렇게 누워있을테니 당신이 올라와. "
   " 싫어요. 그러다 상처가 다시 터지면 어쩌려고. "
   " 자 어서. "
   사내가 팔에 힘을 주자 나영의 몸이 가볍게 들리면서 사내의 몸위로 겹쳐졌다.
   나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사내을 내려다 보았다. 그러자 피카소가 얼굴을 잡아끌며 나영의 입술을 포개었다. 나영은 굉장한 흡입력을 느끼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조금전 T.V 를 통해 보았던 장면이 생생히 눈앞에 어른거리면서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입을 떼자 나영은 상체를 조금 일으키면서 사내의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조금씩 밑으로 내려가던 나영의 얼굴에 살이 아닌 부분이 느껴졌다. 사내의 몸을 감은 침대 카바가 있었고 그 밑으로 사각 팬티가 보였다. 나영이 조금 망설이다가 천천히 두 손으로 사내의 팬티를 잡아 끌어 내렸다. 그러자 커다랗게 부푼 사내의 그것이 보였다.
   나영은 침을 삼키고 나서 천천히 손으로 사내의 그것을 잡아보았다. 잠깐사이 사내의 몸이 꿈틀거렸지만 다시 잔잔해졌다. 또 다시 조금전에 보았던 화면이 교차되면서 천천히 사내를 입에 넣었다. 사내의 몸이 또 다시 꿈틀거리더니 하체가 뻗뻗히 경직되면서 힘이 들어갔다. 나영은 게의치 않고 자신의 일에 몰두했다.
   조금 지나자 사내가 발을 움직여 나영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그만 하라고 손짓을 했다. 나영은 상체를 일으키면서 천천히 사내를 몸 속으로 받아들였다.
   침대가 출렁거리면서 방안의 공기가 후끈거렸다. 피카소는 누운 채로 손을 뻗어 출렁거리는 두개의 젖가슴을 손으로 감싸 잡았다. 나영의 입에서 조그맣게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피카소는 여자가 서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급적 빠른 시간내에 일을 마치려고 하고 있었다. 그건 조금전 보았던 T.V 속의 포르노 영화도 작용을 했지만 또 다른 이유는 사내를 빨리 쉬게 하려고 하는 뜻도 있었다. 혹시라도 지혈을 한 상처부분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기에 실제로 나영은 서두르고 있었다. 나영의 어깨부분에서 조금씩 땀방울이 솟아 나오더니 곧 몸 전체에 땀방울이 솟았다. 곧 사내의 몸이 경직되더니 힘차게 하늘로 솟자 나영이 몸 전체를 부르르 떨면서 사내에게 엎어졌다.
   거친 숨소리를 내뿜고 있는 나영을 사내가 천천히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나영은 그렇게 숨을 내 쉬다가 그대로 엎드린채 잠들어 갔고 사내도 그런 나영을 그대로 둔채 눈을 감았다. 희미한 실내등만이 후끈거리는 방안의 공기를 삭히면서 방안에는 두 사람의 숨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려갔다.
    유 영옥은 아침부터 마치 무엇에 쫓기기라도 하듯이 잠옷 차림으로 초조하게 거실이며 방을 왔다갔다 오가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곧 바로 남편 조 봉석의 출장 기간동안 사용할 속옷이며 간단한 도구를 챙기느라 부산했고 지금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사내때문에 마음이 편하지가 못했다.
   거실을 서성거리던 그녀가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장농문을 열었다. 그리고 깊숙히 숨겨져 있던 가방을 꺼내어 방바닥에 내려놓고 그 옆에 다소곳이 앉았다.
   ( 내가 왜 이렇게 불안해 하는거지. 이 물건만 전해주면 모든것이 다 끝나는 건데. )
   그녀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며 가방을 내려보았다. 조금 벌어진 틈사이로 하얀 분말가루가 포장된 비닐봉투가 보였다.
   ( 언제쯤 오려나. 절대로 집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돼... )
   열려진 장농 안쪽에 붙어있는 거울속에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 아침에 세수도 하지 못한 얼굴이라 뿌옇구나. )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토닥거리다가 화장대 앞으로 가서 이것저것 손바닥에 뿌린 후 얼굴을 문질렀다. 그리고 립스틱 뚜껑을 열고 입술로 가져가 조심스럽게 바르고 나서 머리를 손질했다. 빗질을 할 때마다 조금씩의 머리카락이 그녀의 등뒤로 떨어졌다. 빗질을 마친 그녀는 거울속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잠옷을 벗었다. 알몸의 여자가 하나는 거울밖에서 또 하나는 거울속에서 서로를 마주보았다. 잠시 마주보다가 화장대 서랍에서 옷을 꺼내 하나씩 입었다. 흰색 바탕에 크고 작은 분홍색의 원이 그려진 티에 배지색의 골덴 반지를 걸쳤다.
   ( 이 정도면 외출 준비는 끝났지. )
   그녀는 일어서서 다시 한번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경대위에 지갑이 눈에 띄었다. 지갑을 열고 그 안에서 귀고리를 꺼내었다.
   ( 나머지 한 쪽이 있으면 좋았을텐데.... )
   그녀는 귀고리를 왼쪽귀에 걸고서 또 다시 거울을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안타까운 표정의 얼굴이 거울속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