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105)
김형엽
그 때였다.
" 딩동 - 딩동 - "
현관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 어머. 누구지... 설마..... )
그녀는 가슴이 철렁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다.
" 실례합니다. "
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후다닥 가방과 잠옷을 집어 장농속으로 밀어 넣은후 장농문을 닫았다. 그리고
커다랗게 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거실로 향했다.
" 누구세요. "
그녀는 조그맣게 입을 열면서 문으로 향했다.
" 안산경찰서에서 왔습니다. "
그녀는 순간 숨이 멎는것 같았다.
( 경찰이........ )
그녀는 조심스럽게 외시경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밖에는 머리가 단정한 젊은 사내 한명이 잿빛 남방에 곤색의 바지 차림으로 손에 작은
수첩을 쥔채 서 있었다.
" 무.. 무슨일인가요. "
그녀는 비상시에 사용하는 고리를 채우고 문을 열었다. 열린틈으로 사내가 빙그레
웃으며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 안산경찰서의 강력계 담당 주 우남 입니다. 몇가지 좀 알아볼 것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
" 제게요. "
" 예. 그렇습니다. 혹시 유 영옥씨 맞지요. "
" 예. 제가 유 영옥인데요. "
그녀는 신분증을 바라보면서 문을 완전히 열어 주었다.
" 감사합니다. "
주 형사는 꾸벅 인사를 한 후 영옥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순간 향긋한 화장품 냄새가
코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주 형사는 잠시 동안 그녀의 모습에 넋을 잃었다.
" 무슨일 때문에. "
"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
" 보시다시피 혼자 있어서... "
" 잠깐이면 됩니다. "
" 그러면 올라오세요. "
" 감사합니다. "
주 형사는 그녀을 따라 거실로 올라오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깨끗하고 아담한 것이
누가 보아도 신혼 살림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 이 쪽으로 가서 앉으시죠. "
그녀는 불안한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애써 태연한 척 노력하였지만 주 형사의 눈은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곁눈질 하면서 살펴보았다.
" 감사합니다. "
둘은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 무엇을 알아 보신다는 거죠. "
영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연스럽게 얼굴이 마주쳤다.
순간. 주 형사의 눈에 영옥의 왼쪽귀에 메달린 귀고리가 눈에 들어왔다.
( 아니. 저것은... )
주 형사는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올뻔 한걸 간신히 삼켰다.
"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시죠. "
" 아.. 아닙니다. 실례했습니다. 귀고리가 유난히 멋쩌보여서 저도 모르게 그만..
죄송합니다. "
" 어머. 내 정신좀 봐. "
그녀는 방에서 무심코 귀에 걸었던 귀고리를 빼지 않은 사실을 알았다.
그녀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빨갛게 달아 올랐다.
" 그런데 일부러 한 쪽만 하신겁니까 ? "
" 예. 도중에 벨소리가 들려서 ... "
" 네. 그러셨군요. "
" 어서 용건을 말씀하세요. "
그녀는 빨리 주 형사를 방에서 내 보내고 싶었다.
" 예. 그럼 몇가지만 묻겠습니다. "
주 형사는 수첩을 펼치면서 볼펜을 꺼내 들었다.
영옥은 마른침을 삼키면서 사내의 입을 주시했다.
" 지난 8 월 3 일 여수에 다녀 오신적이 있지요 ? "
그녀는 순간적으로 몸에 경련을 느끼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아. 그래요. 시어머님이 계셔서 가끔 내려가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실을
어떻게 알았나요 ? "
그녀는 불쾌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침착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였다.
" 아. 미안하게 됐습니다. 먼저 본인도 모르게 조사를 하게 된점을 말씀드려야 하는
건데 제가 그만 질문을 서둘렀군요. "
" 대체 무슨일로 그런 것을 조사했지요. "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 죄송합니다. 실은 8 월 3 일 부인께서 탑승하신 KE359 편에 저희가 찾고있는
범인이 있었습니다. "
" 그래서요. "
" 그 범인이 어떤 여자와 동행을 해서 하지도란 섬으로 같이 들어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그날 비행기에 탑승한 젊은 여자분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다보니 이렇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
" 그러면 당신들이 찾고 있는 사람과 제가 동행이라도 했다는 겁니까 ? "
그녀는 탁자을 치면서 분노하는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그녀의 두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고 주 형사는 놓치지 않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 아. 절대로 그런것은 아닙니다. 저희들은 그 날 그 비행기에 탑승한 사람들을
만나서 조사만 하는것이지 절대로 부인께서 동행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
주 형사도 일어서서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다.
" 돌아가세요. 나는 그 날 시어머니를 뵈려고 간것이지 당신들이 찾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또 알 생각도 없으니까. "
그녀는 씩씩거리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 기분이 나쁘셨다면 미안합니다. 저희는 다만.. "
" 됐어요.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니까. "
그녀는 다시 일어나 거실의 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 형사도 주츰거리며 일어서서
그녀를 따라 갔다.
" 한 가지만 더 물어 보겠습니다. "
주 형사의 말에 그녀가 돌아보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 또 무엇이지요 ? "
" 혹시 그 귀고리 나머지 한 쪽도 갖고 계십니까 ? "
" 왜 그러시죠. "
그녀는 팔짱을 끼면서 주 형사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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