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12)
김형엽
" 어떡하긴 뭘... 할 수 없지. "
주위에 있던 호스테스들은 다시 자기 할일에 몰두했다.
" 그럼 빨리 끝내고 올께요. 먼저 가지 말고 기다릴거지요. "
" 알았어. 어서 갔다와. "
유 혜란이는 웨이터를 따라 지정된 룸으로 갔다.
손 유미는 들어 누웠다. 잠깐 눈을 붙인다는 것이 눈을 떠 보니 자정이 넘어 있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다른 호스테스들은 모두 가 버린 상태였고 일부만이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나갔다. 입구에는 한 두명의 웨이타만 보일 뿐 마담도 이미 퇴근을
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 이봐 김 군. "
보조 웨이타가 바닥을 청소하다가 그녀에게로 다가 왔다.
" 아까 한 시간전에 77 번 손님 받았잖아. "
" 예 205 호실에 있었어요? "
" 그래. 지금도 있나? "
" 아뇨. 조금전에 같이 나갔어요. "
" 같이 나가. 남자와 같이 ? "
" 네. "
손 유미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자기와 같이 생활하면서 외박을 한번도 나가본
적이 없던 혜란이었다.
" 남자가 누구야? "
" 글쎄요. 처음 온 손님이었어요. 얼굴에 검은 썬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얼굴을 확인
할 수가 없었어요. "
" 77 번이 술이 많이 취했어? "
" 아니요. 그렇게 취한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냥 우리들을 보면서 웃으면서 손
을 흔들었어요. 그 남자 돈이 상당히 많은 모양이었어요. 술값은 20 만원밖에 되지
않았는데 웨이터 팁까지 30 만원을 놓고 나갔어요. "
" 그럼 어느 곳으로 간 것도 몰라. "
" 모르지요. 그런 것을 물어 볼 수는 없으니까요. "
손 유미 허망했다. 혜란이가 자기에게 한 마디 얘기도 하지 않고 간것이 너무 서운했
다. 손 유미는 곧 짐을 챙기고 룸카페를 나왔다.
( 혹시 집에 가 있을지도 몰라. )
손 유미는 지나가는 택시를 세웠다. 룸카페에서 그녀들이 기거하는 방까지는 기본요
금 밖에 나오지 않는 거리였다. 그러나 손 유미는 실망했다. 방문은 그대로 잠겨져
있었고 사람이 들어 온 흔적조차 없었다.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간 손 유미는 옷벗는
것도 포기한 채 그대로 이불위로 누웠다.
( 누구였을까? 누구이기에 혜란이가 외박까지..... )
손 유미는 혜란이를 걱정도 하고 원망도 하다가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얼마나 시간
이 흘렀을까? 손 유미는 자신을 깨우고 있는 유 혜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몸을 일으켰다
" 아니. 너 어떻게 된거야. "
" 미안해 언니. "
" 어디갔다 온 거야. 지금 몇시야. "
" 지금 아침 7 시야. 나 지금 온거야. "
" 누군데 외박까지 했어. "
혜란은 그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 누구냐고 ... "
" 언니. 내 말 잘들어. "
" ...... "
" 나 이제 이 생활 그만두고 떠날거야. "
" 뭐라구. "
유미는 느닷없는 혜란의 말에 무척이나 놀랬다.
" 나 지금 떠날려고 온 거야. 언니에게 그 동안 고마웠던거 인사하려고... "
혜란의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 혜란아. 지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는거야. "
유미가 혜란이의 두 손을 꼬옥 붙들고 흔들었다.
" 나 ... 어제 내 모든것을 해결해 줄 사람을 만났어. "
" 뭐... 어제밤에 왔던 손님 얘기 하는거야. "
" 응. 나 그 사람과 같이 생활할거야. 미안해 언니... 나를 용서해 줘. "
유미는 혜란의 말을 듣고 멍한 상태로 혜란이의 얼굴만 쳐다 보았다.
" 시간이 없어 언니. 이것은 그 동안 언니가 나를 위해준 성의로 받아줘. "
혜란이 흰 봉투를 유미의 앞에 놓았다.
" 이게 뭐야? "
유미는 흰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꺼내 보았다. 그것은 백만원짜리 수표 세장이었다.
유미는 더 더욱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 " 혜란아. 데체 뭐 하는 사람이야. 뭐 하는 사람이기에 너를... "
" 언니. 알려고 하지마.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도 아무에게 이야기 하지마. "
" 혜란아..... "
" 나 지금 시간이 없거든. 바로 가야해. 내가 머무를 곳을 찾으면 전화 할께. "
" 안돼.. 그 자식이 뭐하는 놈인지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돈만 보고 따라가
면 안돼. "
유미가 혜란의 두 손을 더욱 힘껐 움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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