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115)
김형엽
경기도 안성군 공도면 마정리 마을에는 대림동산의 레져센타를 중심으로 2, 3 층의 아기자기한 별장들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 중 조그만 호수가 바라보이는 2 층의 집에서는 한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굴뚝을 통해 연기가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철제 대문을 중심으로 빨간 벽돌로 울타리를 만들었고 바닥에는 잔디가 알맞은 높이로 자라있었다. 울타리로 막혀진 대지가 족히 400 평은 되어보였고 그 중간에 건물 또한 200 평은 충분히 될 것 같았다. 건물 뒤 쪽으로는 벤즈가 한 대, 좌우로 소나타가 두 대 주차되어 있었다.
2 층 거실 창가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흔들의자에 몸을 기댄채 앉아 있는 사내는 40 이 넘어보였고 회색의 가운을 맨살에 살짝 걸치고 있었는데 가슴으로 부터 배에 이르기까지 하얀 붕대가 감겨있었다.
그리고 왼쪽 팔에는 주사바늘이 꽂혀 있었고 링게루병으로 부터 흘러 내려가는 액체가 한방울씩 고무를 타고 주사기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입에는 나무로 만든 파이프를 물고 있었는데 담배연기가 희미하게 천장으로 올라갔다.
조그맣게 노크소리가 들렸다.
" 누구야. "
" 쌍칼입니다. "
" 들어와. "
문이 열리면서 짙은 곤색의 정장을 한 쌍칼이 들어와서 정중하게 인사를 한 후 신발을 벗고 거실로 올라섰다.
" 연락이 왔나. "
" 예. 회장님 말씀대로 형사들이 양지병원에 왔었다고 합니다. "
" 어디 관할 형사들이야. "
" 뜻 밖에도 유 길준이 있었습니다. "
유 길준이라는 말에 황 필두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 유 길준이가 ..... "
" 처음에 장발도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
" 음. 무엇인가 냄새를 맡긴 맡았군. 그렇다면 그들도 피카소를 찾고 있다는 얘기로군. "
황은 다시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
" 코뿔소는 일주일후 붕대를 풀지 않은 채로 퇴원을 시켜서 양평 별장으로 들어가라고 해. 혹시라도 형사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각별히 주의하라고 하고 당분간 장발도 가끔씩 병원에 들러서 형사들에게 확실하게 내가 입원한 것처럼 보일수 있도록 행동하라고 해. "
" 예. "
" 그리고 전국의 밀매업자에게 연락은 끝났겠지. "
" 예. 어떤 조그마한 거래가 있어도 곧 이 쪽으로 연락을 하도록 지시했습니다. "
" 현재 물건은 얼마나 있나. "
" 거의 바닥입니다. 현재로서는 불과 한 달정도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 큰일이군. 피카소 놈이 가지고 있는 물건만 찾아도 2 년은 끄덕 없을텐데. "
" 죄송합니다. "
쌍칼은 고개를 푹 숙였다.
" 아직 끝난것은 아니야. 놈은 반드시 그 물건을 처리하려고 들거야. 우리의 그물망에 걸리게 되어 있어. 그때 물건은 물건대로 찾고 놈도 영원히 저세상으로 보내 버리는 거야. 놈의 마지막은 네 손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지. "
" 감사합니다. 한 번의 실수가 더 있다면 제 스스로 저를 처단하겠습니다. "
" 옥향의 처리는. "
" 예. 부산쪽으로 보냈습니다. 길어야 3 개월 정도면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될 것입니다. "
" 계집이 그런대로 풋풋했는데. "
" 적적하십니까? 그러면 하나 데려 오겠습니다. "
" 알아서 해. "
" 알겠습니다. "
" 그리고 석양파의 두목을 찾는일은 어떻게 됐지. "
" 예.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 호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
" 그래. 당분간은 동정만 살피라고 해. 몇일 지난 후 손을 본다. "
" 그렇게 지시 하겠습니다. "
" 그럼 내려가 봐. 쉬고 있을테니
" 예. 그럼. "
쌍칼은 공손히 인사를 하고 거실문을 열고 나갔다.
황은 의자 깊숙히 몸을 들이밀었다. 의자가 흔들렸다.
( 천하의 황 필두가 어처구니 없이 그런 애송이에게 당하다니... 다행히 급소를 벗어나서 목숨은 건졌지만 너무나도 어이가 없는 일이야... 그것도 별장안에서... )
창 밖으로 어둠이 서서히 깔리기 시작했다.
황은 지난밤 양지병원에서 수술을 끝마치고 곧 바로 이 곳 별장으로 옮겼다. 양평 별장도 있었지만 그 곳에서 당했다는 사실이 아무래도 불안해 안성쪽을 택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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