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116)
김형엽
이 곳은 피카소는 물론 경찰에서 조차도 전혀 모르는 황의 별장이다.
황은 이 곳으로 피하면서 피카소와 싸우다가 다친 자신과 체격이 비슷한 코뿔소를 대신 입원시키고 마치 자기가 입원하고 있는것처럼 다른 사람을 속인것이다. 그것은 그간 자신을 추적한 형사들도 따 돌리겸 또 하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피카소 때문이었다. 자신이 죽지않고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병원까지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미끼 형식으로 일부러 그렇게 코뿔소를 입원시켜 논 것이었다.
황은 왼쪽 옆구리에 상처가 깊었을 뿐 가슴과 배로 이어지는 부분은 칼이 스쳐 지나가서 그렇게 상처가 크지 않았다.
별장에서 소나타 한대가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황은 창 밖으로 출구를 빠져나가는 차의 뒷 모습을 지켜보았다.
( 계집을 구하러 가는군. )
파이프를 탁자에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그러자 하나의 얼굴이 나타났다.
( 유 길준... . 아직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니.... )
황은 2 년전의 일을 떠 올렸다.
유 길준과 오 민우.
오 민우는 황에게 있어서 마약을 조달하는 일종의 중계업자였다.
황이 필요한 량을 얘기하면 오 민우는 어김없이 날짜를 맞추어 황에게 물건을 전달 했으며 그 대가로 상당한 금액을 챙겼다. 서로간의 철저한 비밀속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황과 오 민우가 직접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모든 거래는 제삼자에 의해 이루워졌다. 황은 자신의 부하들을 내 세웠고 오 민우 역시 수시로 운반하는 사람을 바꾸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오 민우에게 유 길준이 따라 붙었다.
황은 나중에 그 사실을 알아내고 오 민우의 처리에 대해 고민을 했다. 만약에 경찰에 잡히는 날이면 자기자신에게 커다란 타격이 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황은 오 민우가 경찰에 잡히기 전에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기로 결심하고 하지도로 피신하라고 하고 미리 도착시킨 자신의 부하들로 하여금 오 민우를 제거하는데 성공을 했다.
그러자 유 길준은 거의 다 잡은 오 민우와 개미파를 놓치게 되는것이 안타까워 상부에 허락을 받아 황의 자택과 몇군데 업소를 수색하여 단서를 잡으려 했지만 끝내 유 길준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 하였다. 나중에 바다에서 발견된 오 민우의 시체만 유 길준 앞에 나타났지만 결국 시체가 오래되어 신원만 확인되었을 뿐 사인조차도 규명이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유 길준은 그 후로도 끝까지 황을 포기하지 않고 1 년 동안을 계속 주시하고 미행했었다. 그런 유 길준이 1 년간 잠잠하더니 또 다시 자신앞에 나타났다는 것이 황은 대단히 기분이 나빴고, 지금 현재의 피카소 역시 유 길준의 목표물이 되었다는 사실이 무엇인지 모르게 자신을 몸을 자꾸 조여오는 것 같았다.
황은 길게 한숨을 몰아 내 쉬었다.
( 오 민우. 정말 아까운 놈 이었어. 내 말대로 내 밑으로 들어왔다면 지금처럼 골치아픈 피카소와는 마주치지 않았을텐데... 유 길준이 따라 붙었다면 피카소가 잡히는 것도 골치 아픈 문제야. 어떡하든 먼저 찾아서 제거하고 물건 또한 찾아야 할 텐데...... 틀림없이 물건을 처분하려고 들텐데... 놈이 어디로 접근을 할까? )
황은 다시 파이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창 밖에 외등이 하나둘씩 불이 켜졌다. 먼 하늘에서는 벌써 별이 반짝거렸다.
황은 파이프를 입에 문채 흔들의자에 몸을 깊숙히 묻고 눈을 감았다. 벽 난로에는 장작이 거의 다 타들어 가서 이제는 불꽃이 보이지 않았다. 황의 부상때문에 잠시 거실을 따스하게 하기 위해 불을 피웠던 것이었다.
유 영옥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상아아파트 단지로 천천히 들어섰다.
양 손에는 제과점의 상자와 그리고 백화점 쇼핑빽을 한아름 들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남편이 출장을 가고 없었기에 쇼핑을 마치고 아예 저녁까지 먹고오는 길이었다.
영옥이 아파트 현관으로 막 진입하려고 하는데 등 뒤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보였다.
영옥은 순각적으로 잠시 놀랬지만 금방 시커먼 물체의 정체를 알아차리고는 짧은 한숨을 내 쉬었다.
" 놀라셨다면 미안합니다. "
주 형사는 영옥에게 한 발자욱 가까이 다가서면 공손이 인사를 했다.
" 왜 또 오셨나요? "
영옥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주 형사를 노려보았다.
" 네. 다름이 아니오라 몇 가지만 더 물어 볼것이 있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다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
" 아침에 그 일 때문이라면 더 드릴만한 이야기도 없어요. "
영옥은 주 형사에게 등을 돌리며 아파트 입구로 들어섰다. 주 형사는 잠시 영옥의 뒤모습을 바라보다가 결심을 한 듯 층계를 따라 올라갔다.
" 정말 귀챦게 구시는군요.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돌아가세요. "
영옥은 계단을 오르다 멈추고 주 형사를 바라보며 쏘아 붙였다.
" 죄송합니다. 실은 오늘 부인을 미행 했었습니다. "
영옥은 주 형사의 말을 듣고 잠시 현기증을 느끼면서 오른손에 들고 있던 쇼핑빽을 바닥에 떨구었다. 주 형사가 재빨리 영옥을 부축하려고 했지만 영옥은 난간을 붙잡으면서 간신히 몸의 균형을 유지했다.
" 부인. 절대로 비밀을 지켜줄테니 협조를 좀 해 주십시요. 상부에서는 지금 연행을 하라고 합니다. 이것을 좀 보십시요. "
주 형사는 몽타지를 그녀의 앞에 보여주었다.
그녀는 천천히 주 형사가 보여주는 몽타지를 보고 너무나도 자신과 똑 같다는 것에 신기함을 느끼면서 공포가 밀려왔다.
" 이.. 이것은.. "
" 그 날 하지도까지 배를 태워다 준 청년의 진술로 그려진 몽타지 입니다. "
주 형사는 이제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기로 결심을 했다. 그러는 편이 유 영옥의 마음을 움직이기가 더 쉬울 것 같았다.
" 절대로 부인에게 해가 되는일이 없게 처리할테니 협조 좀 해 주십시요. "
영옥은 갑작스럽게 허탈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남편 조 봉석의 얼굴이 나타났다.
" 이 몽타지가 얼마나 퍼져있나요. "
"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저희 관할 반장님과 담당 형사만 알고 있습니다. "
그 때 위층 계단에서 아이들의 목소리와 발자욱 소리가 들렸다. 순간 영옥은 지금 서 있는 곳이 아파트내 계단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철렁했다.
" 따라오세요. "
영옥은 쇼핑빽을 챙겨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곧 이어 열살 또래의 아이들 둘이 계단을 내려왔다. 주 형사는 천천히 아이들과 교차하면서 영옥을 따라 올라갔다.
영옥은 자신의 집 앞에 도착하자 바지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대문을 열었다. 대문이 열리자 영옥은 거실로 들어서며 쇼핑빽을 한 쪽 구석에 가지런히 세워 놓았다.
주 형사가 대문앞에서 주츰거리자 그녀는 거실등의 스위치를 올렸다. 곧 거실이 밝아지자 주 형사는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놓고 거실로 올라섰다.
" 이리와서 앉으세요. "
어느 새 식탁 의자에 앉은 영옥이 주 형사에게 앉을 자리를 안내했다.
" 감사합니다. "
주 형사는 천천히 의자에 앉으면서 영옥의 표정을 살피었다.
영옥은 거의 자포자기 상태의 표정이었다. 아니 어쩌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최대한 숨기고 싶었다. 그래서 영옥은 형사가 하는 질문만 간단히 대답하려고 마음먹고 수치스러웠던 모든 사실은 끝까지 감추겠다고 마음 먹었다.
" 혹시 남편께서 퇴근 할 시간이 되지 않았습니까? "
주 형사는 지금 방 안에 이렇게 둘이 있다가 유 영옥의 남편 조 봉석이 들어오는 것이 두려웠다.
그렇게 되면 꼼짝없이 남편인 조 봉석도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 좋지 않은 결과가 오리라는 것은 뻔한 사실이었다.
" 오늘 일이 바빠서 야근을 한다고 했어요. "
영옥은 남편이 일본으로 출장갔다는 것을 말하려다가 그런것까지 말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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