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117)

                                                     김형엽

    " 네. 그러면 몇 가지만 질문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부인께서 대답하기나 밝히기가 싫은 것이 있다면 꼭 대답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모든 사실은 꼭 부인에게 해가 되지않게 철저하게 비밀을 지켜 드리겠습니다. "
   그녀는 주 형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을 알게되면 병원까지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미끼 형식으로 일부러 그렇게 코뿔소를 입원시켜 논 것이었다.
   " 그 날 부인께서 동행했던 자를 편의상 'A' 라고 부르겠습니다. 'A' 와 부인과의 관계를 말씀 해 주십시요. "
   영옥은 허공에 시선을 고정 시킨채 입을 열지 않았다.
   " 가까운 친척사이 입니까? "
   " ..... "
   "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습니까? "
   " ..... "
   주 형사는 짧은 한 숨을 내 쉬었다.
   " 'A' 를 처음 만난것은 언제입니까? "
   " ..... "
   " 부인. 아무리 대답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이렇게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 부하들로 하여금 오 민우를 제거하는데 성공을 했다.
   " ..... "
   영옥은 아무말도 않고 있었지만 이미 마음은 낭떠러지 깊은 곳으로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 이것을 좀 보아주세요. "고 들텐데... 놈이 어디로 접근을 할까? )
   주 형사는 뒤 주머니속에서 조르만 비닐봉지를 꺼내어 내용물을 꺼내 내려놓았다.
   " 여자들이 애용하는 귀고리입니다. 오전에 부인께서도 이와 똑같은 귀고리를 한쪽 귀에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어때요. 똑 같지 않습니까? "
   영옥은 식탁위에 놓여진 귀고리를 넋 나간 사람의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 오전에 부인께서 착용하셨던 것을 좀 보여 주시겠습니까? "
   영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비틀비틀 걸음을 방으로 옮겼다.
   마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방문을 열고 사라진 영옥은 잠시 후 방문을 열고 다시 나와서 식탁위에 자신이 갖고 있던 귀고리를 내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귀고리는 모양이나 크기가 정말이지 똑 같았다. 어느 한 부분 틀린곳이 없었다.
   " 또 한 쪽이 있습니까? "
   영옥은 고개를 흔들었다.
   " 이 귀고리를 어떻게 갖게 되었나요? "
   " ...... "
   " 부인. 얘기를 하셔야 합니다. "
   " 길에서 주웠어요. "
   " 어디인지 알고 있습니까? "
   " 시장을 가다가 아파트 앞에서... "
   " 아파트 앞에서요? "
   주 형사는 크게 놀라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 이 귀고리를 착용하고 다니던 사람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 귀고리의 주인은 22 세의 여자였습니다. 그 여자는 약 15 여일전 수인산업도로 옆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
   영옥의 눈동자가 조금 커지면서 주 형사를 바라보았다.
   " 발견 당시에 한 쪽 귀에 이 귀고리를 매달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수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그 여자를 죽인 자는 바로 'A' 였습니다. "
   영옥은 주 형사의 말을 들으면서 더욱 놀라고 있었다.
   " 그 여자의 이름은 유 혜란으로 부모도 모르는 고아였습니다. 그 여자는 우연히 'A'를 만나 자신도 모르게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말았지요. 'A' 가 왜 그 여자를 죽여야만 했는지는 아직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대충은 짐작을 하고 있습니다. "
   영옥은 불현듯 15 여일 전의 악몽이 살아났다. 맥없이 사내의 품으로 쓰러졌던 20 대의 여자... 그리고 그 사내가 집으로 들어와서 자신의 몸을 학대했던 일이 생생이 머리에 떠 올랐다. 그러자 갑자기 몸이 떨려왔다.
   주 형사는 다시 입을 열려다가 영옥의 모습을 바라보고 멈칫했다.
   " 부인. 편챦으십니까? "
   주 형사가 의자에서 엉거주춤 일어났다.
   영옥이 손으로 식탁을 잡으며 의자에서 일어서려다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았다.
   주 형사는 급히 영옥에게 달려가 부축였다.
   " 무.. 물 좀... "
   영옥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막혀 버릴 듯 말도 나오지 않았다.
   주 형사는 급히 발걸음을 옮겨 냉장고를 열었다. 몇개의 병이 냉장고 안에 들어 있었다. 주 형사는 그 중 하나를 꺼내어서 다시 영옥에게 갖다. 영옥은 아예 거실바닥에 쓰러진 채 몸만 부르르 떨고 있었다.
   " 부인.. 부인.. 정신차리세요. "
   주 형사는 영옥의 상체를 팔로 감아 들어올리고 뚜껑이 열린 병을 그대로 영옥의 입에 들이 밀었다. 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일부는 영옥의 입으로 들어갔지만 밖으로 흐르는 물도 많았다.
   " 정신차리세요. 부인... "
   주 형사는 계속해서 영옥의 몸을 흔들었다. 물을 한 모금 마신 영옥이 가늘게 실눈을 떴다.
   " 정신이 드십니까.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
   영옥은 희미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 무리하게 힘을 주지 마십시요. 저를 붙들고 천천히 일어나십시요. "
   주 형사는 영옥을 부축하며 한 손으로 영옥의 손을 잡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