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13)
김형엽
" 언니. 괜챦아. 좋은 사람이야. 언니가 걱정안해도 될 만큼 그런 사람이니까 걱정하지마. "
혜란이 일어섰다.
" 혜란아... "
" 행복하게 지내. 언니... "
혜란이 문을 열고 나갔다.
" 혜란아 --- "
유미가 문을 열고 따라 나섰지만 혜란이가 저지했다. 밖에는 이미 검은 승용차가 대
기하고 있었다. 혜란이가 차에 오르자 승용차는 미련없이 출발했다.
" 혜란아..... "
유미의 얼굴에는 두 줄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유 혜란은 그렇게 손 유미의
곁을 떠나 갔다.
" 음 ..... "
최 반장은 낮게 신음소리를 내면서 유 혜란이를 살해한 놈이 바로 그 놈이라고 생각했다.
" 반장님. 그 놈이지요. 그 놈이 혜란이를 저렇게 만들었지요. 그렇지요. "
유미가 최 반장에게 매달리며 다그쳤다.
" 아.. 진정해요. 아가씨. 아직은 우리도 누가 유 혜란이를 살해했는지 찾고 있는
중이니까요. 그런데 아가씨. "
" 네. "
" 혹시 그 사내의 얼굴을 보았나요. "
" 아뇨. 승용차에 올라타 있는 뒷 모습만을 보았기 때문에 얼굴은 전혀 몰라요. "
" 흠.. 그렇다면 얼굴을 본 사람은 유 혜란을 룸으로 데리고 간 웨이타 뿐이겠네요."
" 네. 맞아요. 그 웨이타는 보았을 거야요. "
최 반장은 피우던 담배가 다 타들어 간것을 보고는 다시 새로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었다.
" 그 웨이타는 아직도 그 룸카페에 있나요. "
" 네. 지금도 근무하고 있어요. "
" 그래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
최 반장은 전화 수화기를 들고 버튼을 눌렸다. 상대방에서 전화를 받는 것이 확인
되자 최 반장은 조금많게 입을 열었다.
" 유 형사좀 부탁합니다. "
" 아. 접니다. 반장님. "
" 아.. 그래. 어떻게 일은 잘 되가나. "
" 쉽지 않아요. 너무 많기 때문에 인원을 축소 했습니다. "
" 어떻게. "
" 일단 올 한해에 입국한 사람으로서 출국하지 않은 사람들만 명단을 뽑고 있습니다."
" 그래. 대략 몇명이나 될것 같은가? "
" 예. 약 300 여명쯤 될 것 같은데 그 중 근로자가 290 명 정도는 될 것 같은데요. "
" 그러면 약 10 여명정도 되겠군. "
" 예. 근로자는 일단 제외 시키는 것으로 하면 10 여명 됩니다. "
" 그들의 사진도 구해 올 수 있겠나 ? "
" 예. 사진에다 신상 명세서까지 다 정리하려면 오늘 하루 꼬박 걸리겠는데요. "
" 그래. 그러면 내일 아침 일찍 이 곳으로 가져올 수 있겠나? "
" 예. 오전중에 가지고 가겠습니다. "
" 그래. 그러면 내일 보세. "
전화 수화기를 놓고 최 반장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 아가씨. 일단 돌아가세요. 그리고 내일 오후에 우리가 그 곳에 가볼테니 그
웨이타보고 어디 가지말고 꼭 거기에 그대로 있으라고 전해주세요. "
" 알았어요. 그리고 혜란이는 어떡해 할 건가요. "
" 아직은 보호자가 없어 달리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다만 보육원에 찾아간
우리 동료들이 돌아오면 생각해 보고 결정을 할 겁니다. "
" 불쌍한 혜란이... "
손 유미는 다시 눈물을 글썽거렸다. 최 반장은 손 유미가 일하고 있는 룸카페의
전화번호와 대략적인 약도를 받은 뒤 돌려보내고 나서 의자에 깊숙을 몸을 기대었다.
( 유 혜란의 운명도 기구하구먼... 보육원에서 술집... 그러다가 하필 빠져든게 마
약 운반책이라니... )
최 반장은 두 다리를 책상위로 얹었다.
( 어제는 집에도 못 들어가고... 일요일이라고 이렇게 집에도 못 가는 신세라...
오늘이라도 일찍 들어가야 마누라에게 덜 미안할텐데.. )
최 반장의 눈이 조금씩 감기더니 이내 코 고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창 밖으로는 이제 비도 멈추고 멀리서 부터 하늘이 조금씩 맑아져 왔지만 아직도
먹구름은 하늘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유 영옥의 남편 조 봉석은 삼계탕에 반주까지 마시고 나서 피곤한 몸을 침대에 던진
채 잠이 들어 있었다. 출장에서 돌아와서는 몇번인가 어제 일에 대해 물어보다가 아
내 영옥이 끝까지 일찍 잠이 들어 버렸다고 우겨 결국은 아내를 믿고 잠이 들었다.
영옥은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나자 식탁위에 반찬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방으로 갔다. 봉석은 잠옷을 입고 누웠었는데 더위에
못 이겨 잠옷마저 다 벗어 버리고 팬티만 걸친채 조그맣게 코를 골고 있었다.
그녀는 봉석을 조심스럽게 흔들면서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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