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120)

                                                     김형엽

   " 'A' 가 어떤 무리와 싸우면서 어깨를 심하게 다쳐서 그 물건을 내게 맡길수 밖에 없었어요. 'A' 는 돌산방죽으로 배를 몰지않고 여천의 조그만 포구로 배를 움직였어요. 그 곳에서 'A' 와 나는 헤어지고 곧 나는 고속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올라왔어요. 나는 그 물건이 무엇인지 몰랐어요. 그러나 호기심으로 가방을 열어 물건을 보았어요. 그리고 짐작이 갔지요. 두려웠어요. 그 물건이 무엇인지를 알고 났을때는 더욱 두렸웠어요. 남편 모르게 장농 깊숙히 숨겨놓고 'A' 로 부터 연락만 오기를 기다렸어요. 꼭 일주일만에 연락이 왔어요. 그리고는 이틀후인 바로 오늘 물건을 가지러 오겠다고 했어요. 나는 'A' 를 만나는 것이 두려웠지만 그 물건을 내가 갖고 있다는 것도 두려웠습니다. "
   영옥은 잠시 숨을 내 쉬고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 그래. 이틀동안 황 필두의 별장 근처에 있었던거야. 엄청난 놈이야. 그리고 오늘도 어디선가 유 영옥을 감시하고 있었어. 그러다가 미행하던 나도 발견하였고 위기를 느낀 놈은 제과점에 전화를 걸었던거야.... )
   주 형사는 모든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 'A' 는 오늘 오전에 다시 전화를 걸었어요. 형사님께서 오전에 저희 집에서 나가고 나서 얼마되지 않은 시간이었어요. 그 물건을 상자에 넣어 선물꾸러미처럼 예쁘게 포장을 하라고 하면서 자신이 직접 나오지 않고 어떤 여자를 내 보낸다고 했어요. 나는 'A' 를 직접 만나지 않게 된다는 것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기다렸어요. 기다리면서 마음이 갈등이 심했었요. 그러나 끝내 신고하지 못 했어요. 도저히 할 수가 없었어요. "
   영옥의 두 눈에 또 다시 눈물이 맺혔다.
   " 그리고 또 다시 오후에 전화가 왔어요. 나는 'A' 가 말하는 장소로 나갔었요. 형사님께서도 그 때는 저를 미행하셨다고 했지요. "
   " 그랬지요. 나는 부인께서 혹시라도 'A' 와 만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따라갔었어요. 그런데 뜻밖에 여자를 만나자 단순히 친구정도라고 생각을 했지요. "
   " 형사님께서도 보았듯이 젊은 여자였어요. 조금 시골티가 났어요. 겉으로는 무척이나 세련되게 행동을 하려고 했지만 어딘가 어색했어요. 그리고 카운타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크게 놀라..... 아. 그래요. "
   " 생각이 났습니까? "
   " 그래요. 나영이.... 송 나영이라고 했어요. "
   영옥은 순간적으로 그 이름을 생각해 내었다.
   " 송 나영이라... 계속 얘기하세요. "
   " 크게 놀라면서 전화를 받고 오더니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고 곧 나가자고 했어요. 그러면서 내게 'A' 가 케익을 선물하라고 하면서 제게 케익을 사 주었어요. 형사님께서도 그 여자의 모습을 보았겠지요. "
   " 네. 보았습니다. 그 때 부인을 미행하지 않고 그 여자를 미행하여야 하는건데.. "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영옥은 고개를 떨군채 시선은 바닥을 향해 있었고 주 형사는 새로운 담배를 꺼내 허공에 연기를 날리고 있었다.
   얼마가 지나자 영옥이 입을 열었다.
   "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영옥의 촛점잃은 눈동자가 주 형사를 바라보았다. 주 형사는 짧게 한숨을 몰아쉬고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천천히 발걸음을 움직였다.
   " 이제는 'A' 가 부인께 다시는 전화를 걸 이유가 없겠군요. "
   " 그럴겁니다. 그리고 그 자는 일만 끝내면 홍콩으로 간다고 했어요. "
   " 부인께서는 'A' 가 왜 부인을 죽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까? "
   주 형사의 질문에 영옥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 일단 부인께서는 살아있다는 그 자체가 의미가 큽니다. 여자로서 험한 곳에 끌려가 갖은 고충을 겪으면서 비록 최종적으로 그 물건을 넘겨주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부인께서는 죄가 없습니다. 어쩌면 그것도 저희 경찰의 탓 인지도 모르지요. 좀 더 빠르고 신속하게 정보를 알았다면 그것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봅니다. 이제 모든 아픔에서 벗어나 현재의 남편과 행복하게 사십시요. 부인께 어떤 재재도 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
   영옥은 목이 탔다. 남겨진 잔을 마저 입에 털어넣었다.
   "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하지도에서 'A' 와 어떤 무리들의 싸움이 있었다고 했는데 그 무리들이 혹시 부인을 찾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 입니다. 그들은 대규모 조직폭력배들입니다. 혹시라도 그 중 누구 하나라도 부인의 얼굴을 보고 기억한다면 언제 또 마주칠지 모르니까 그것이 걱정입니다. "
   영옥은 동굴안의 일이 생각났다. 옷을 벗으며 쑈를 했던 일과 그리고 배 위에서 갑자기 날아든 도끼때문에 비명을 질렀던 일들이 생생히 기억났다. 배 위에서야 어두워서 얼굴을 확인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동굴안에서는 랜턴빛에 자신의 모습이 훤히 드러났었다.
   "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요. 'A' 가 잡히면 그 조직폭력배의 두목도 같이 형무소로 들어가니까 그 때 까지만이라도 먼 외출만 삼가하시면 될 것 입니다. "
   " 'A' 가 다시 저를 찾아 오지는 않을까요? "